CEO 칼럼

발행년도 2006년 10월
제목 캥거루족


가까운 친구와 나눈 대화 내용 입니다.

“자네는 효자 아들을 둬서....정말 부럽군”

“???”

“나이 28살에 훌쩍 장가들어주니 얼마나 효성이 지극한가?”

“그렇지. 이젠 큰짐 덜게 되어 마음도 편안하지”

“S전자 같은 대기업에 입사하여 스스로 색시감도 구해오니...요즈음 세상에 이런 효자가 어디있나?”

가까운 곳에 아파트를 얻어 잘 살고 있고, 시부모와도 별도로 만날 필요없이 주일날 교회에서 매주 만나기로 했다는 등 아들ㆍ며느리 자랑을 늘어놓는 그 친구의 얼굴은 온통 웃음가득한 모습이었습니다.

     

요즈음 친구들을 만나면 가장 큰 고민거리가 자녀들이 시집ㆍ장가가지 않아 걱정이고, 이를 두고 부부간에 적잖은 마찰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훌륭한 대기업에 버젓이 다니고 있으면서도 한사코 결혼만은 고개를 내젓고 있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너무 흔한 일이고, 꽤나 많은 급여를 받고 있으면서도 생활비 한푼 내지않고 부모집에 얹혀사는 자녀를 둔 부모들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아들을 내쫓아 혼자 살게하면 불편해서라도 결혼할 마음이 생길 것이라고 아들을 내보내기도 하고, 강제적으로라도 일정금액을 생활비로 징수하는 부모등 이런 저런 방법을 써보지만 그들의 생각은 요지부동입니다.

“부모는 평생 AS하는 것 아닌가?”

“친구들 만나고 술한잔 하면 항상 부족한데 생활비 낼 돈이 어디있나?”

“아빠 용돈 좀 주세요!”

“가정에 구속되기보다 혼자 살면서 enjoy하는거죠”

허기야 먹여주고, 입혀주고, 방청소해주고, 빨래해주고 새벽에 들어가도 큰 잔소리(?) 듣지 않는 이런 지상천국을 두고 생활비 걱정, 마누라 바가지, 아기울음소리 들리는 지옥으로 들어갈 바보가 어디 있겠는가?

부모님 돌아가시면 집이고, 재산 모두 내것인데 무엇 때문에 아끼고 저축한단 말인가? 라는 생각들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대학을 졸업해 취직할 나이가 되었는데 일자리도 갖지 않고 부모에게 얹혀 살고 있는 젊은이들, 설사 직장을 가졌다하더라도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고 부모에게 의존해 사는 자녀들을 우리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젊은이들을 「캥거루족」이라 부르며, 프랑스 시사주간지 「렉스 프레스」가 처음으로 사용하여 백과사전에도 등장할만큼 보편화된 단어입니다. 그러나 캥거루 새끼는 생후 3~8개월 동안 주머니 안에서 엄마 젖을 빨면서 지내고 일정기간 과도기를 거쳐 일년이나 일년반후에는 주머니를 떠나 독립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캥거루가 새끼를 아기주머니에서 키우는 것은 태반이 없어서이지 새끼를 과보호하는 것이 아니고, 그것도 어릴때의 짧은 기간뿐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캥거루족이라 불리우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오히려 캥거루로부터 독립하는 방법을 배워야할 것 같습니다.



젊은 「캥거루족」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배경에는 심각한 청년실업이 바탕에 깔려 있지만, 자녀수 하나 아니면 둘을 키우는 부모들의 과보호가 더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황제(?)」처럼 키운 아이들이 「자립심과 독립심 Zero」 「소비성 과다」 「사회 낙제생」으로 성장할 수 밖에 없고 건강한 사회인으로는커녕, “예비 캥거루족”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입시지옥 속에서 짜투리 시간이라도 공부하는데 전념하라는 뜻으로, 식사준비ㆍ집안청소ㆍ숙제ㆍ준비물챙기기ㆍ일신상의 잡다한 일들도 엄마가 대신해주고 있는 우리네들 가정으로서는, 결국 평생 자립하지 못하고 부모의 노후를 갉아먹고 사는 골치덩어리 캥거루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캥거루족」이 부모 속을 썩이고 있지만, 외국의 경우에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미국 USP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독립하여 집을 나갔던 자식들이 ‘번듯한 대학’을 나와 ‘괜찮은 직장’을 갖고도,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부메랑세대」(Boomerang Generation)를 크게 소개한 바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대부분의 이유는 경제적 문제이며, 어렵게 취직을 했지만 사회 초년병의 년봉으로는 대도시의 주택임차료와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고, 대학때 빌린 학자금과 실업 상태에 쌓였던 카드빚을 갚아나갈 길은 요원하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결국 선택은 부모 곁으로 돌아와 생활비의 일부를 도움받겠다는 것으로....


이웃나라 일본의 사정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지하면서 기생충처럼 얹혀살면서도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사는 젊은이들, 「패러사이트족」(기생충의 일종)이 늘어나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 인구 문제 연구소」에 따르면, 결혼 적령기가 지난 30-34세의 남성의 절반인 45.4%가 부모와 동거하고 있어 주거와 가사지원 생활비를 도움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고 있어, 프랑스에서는 「탕기」(독립할 나이가 된 딸을 내보내려는 부모와 계속 얹혀살겠다는 딸 사이의 갈등을 그린 영화제목「탕기」), 이탈리아에서는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에 집착한다는 뜻인 「맘모네(Mammone)」, 영국에서는 은퇴한 부모의 퇴직연금을 축내는 젊은이들을 「키퍼스(kippers)」로 부르는 등 새로운 신조어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몇달전 신문기사중 미국ㆍ영국의 주요언론에 「헬리콥터 부모와 키즈」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자녀가 다 자란뒤에도 그들 주위를 맴돌면서 간섭을 멈추지 않고, 문제 때마다 헬기(?)를 타고와 후견인 노릇을 한다는 것입니다.

대학의 수강과목을 선택해주고 교수와의 면담에 끼여들고 기숙사방 배정에 간섭하는가 하면 취업때는 년봉협상에까지 개입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아니 더 심각한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어, 고등학교때까지의 치맛바람은 말할 것도 없고, 학부제 대학입학후의 학과(선정)설명회에 반이상이 부모들이고, 취업설명회에 자녀 손을 잡고 오는 모습도 낯설지 않습니다. 대학생자녀들의 성적에 항의하거나 그들의 Report를 대신 들고 오고 학교 생활에 상당부분 간섭하는 부모들 때문에 학교 당국이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합니다. 더 심한 것은 결혼 뿐만 아니라 이혼과정에서도 부모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고 하니...

강남의 젊은이들 사이에 골치아픈 직장을 포기하고 엄마ㆍ아빠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아 사는 “M&F 펀드족(Mother&Father)」이 늘어나고 있고 이웃나라 일본에는 엄마와 아들 그리고 딸이 늘 세트로 다니는 「캡슐 母子, 母女」가 사회문제로 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각종 가요차트 상위에 랭크되고 있는 노래들의 제목도 “놀자”, “놀아줘”등이고 “지겨워도 놀 수밖에 없잖아. 일이 없잖아”의 가사내용도 만성화되어가고 있는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기드라마나 영화속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녀를 훌륭히 길러내는 것이 부모들의 가장 큰 소망이긴 하지만, 적어도 캥거루 아들ㆍ딸은 만들지 않아야겠다는 것이 작은 바램일 수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두개의 기념일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데 하나는 결혼식, 다른 하나는 성인식이라고 합니다. 성인식은 남자는 만 14세, 여자는 초경이 있는 해의 생일날 큰잔치를 열게되고, 친지와 친구들의 초대받게되면 「축하금」을 내고, 모아진 축하금은 통장으로 만들어져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갈 때 「종자돈」으로 유용하게 쓰인다고 합니다.

“돈이란 어떤 것인가?”의 개념을 어릴 때부터 가르치므로 돈의 소중함과 무서움을 알게하는 유대인들의 「성인식 제도」는 캥거루족이 양산되고 있는 요즈음 우리 모두가 다시 생각해보는 좋은 사례인 것 같습니다. 캥거루족 부모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성장과정에서의 과보호 유혹을 떨치고, 자녀들에게 경제적 독립심을 일찍 심어주는 노력이 보다 강조되어야할 것입니다.

 

 

대표이사 白 星 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