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발행년도 1999년 8월
제목 금고 없는 회사


얼마 전 어느 우량중소기업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회사 경비실 입구에『우리 회사에는 금고가 없습니다.』라는 아크릴 명판이 붙어 있는 것을 보고, 대화를 마칠때 쯤 상무님께 그 이유를 물어 보게 되었습니다. “좀 도둑이 회사에 침입하더라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경고판인 셈이지요” “실제로 우리 회사에는 금고도 없고 현금 출납도 없습니다.” 라는 대답이었습니다. 창업한지 10년정도 경과되었지만, 경영성과도 뛰어나고 각종 혁신 활동으로 훌륭한 중소기업을 이룩하시어 금년 8월에는 코스닥 상장도 하게 된 이 회사에는 항상 위험이 따르고 매일 매일의 점검을 필요로 하는『현금출납』이 없었던 것입니다.


몇 달전, 회계 사무소의 소개로 근무하였던 총무팀장이 입사 며칠 후 “사장님! 금고 하나를 구입해야 하겠고, 지금까지 하고 있는 폰뱅킹은 사고의 위험도 있고 하니, 협력사에서 직접 당사에 와 수금하도록 변경하고 싶습니다.” 라는 의견을 제시 하였습니다. 『현금 출납』이 없으면 사원을 한사람 줄일 수 있고, 매일매일 체크해야 하는 현금 시제 업무도 없어지고, 경리장부도 불필요하고 현금 입출금에 따른 경리 책임자의 업무가 Load도 줄게 되는데, 바로 이것이 경영 혁신 활동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또, 협력사에서 당사로 수금차 방문하게 되면 도난 사고의 위험, 응대에 따른 시간 Loss 그리고 그러한 수금 업무로 협력사의 일반관리비만 상승하기 않습니까?” 라고 대답하였습니다. “현금이 없으면 긴급한 일에 대처할 수 없고, 수금에 따른 모든 문제는 협력사의 책임이니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지요?” 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완강하게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사원들은7-H교육을 통해 플래너까지 사용하고 있는데 현금을 사용할 긴급한 일이 도대체 무엇입니까? 그리고 협력사의 부담이 우리와는 상관이 없다니, 그들이 우리들의 품질과 원가를 책임지고 있는데...”라면서 총무팀장의 사고방식을 꾸짖었던 일이 있습니다. 월급쟁이로 끝내겠다던 나 자신이 우연히도 다가온 사업의 기회를,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것이다. 실패하면 나 자신은 물론 우리 가족도 모든 것이 끝장이다. 사생결단으로 기어코 성공시켜야겠다.” 라는 결단을 내린지도 이제 한달 후면 꼭2년이 됩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평소 LG협력사 회장으로 존경하던 사장님을 찾아 뵙고 충고의 말씀을 여쭙게 되었습니다. “어음이 없어야 합니다. 그리고 신용을 쌓아야 합니다. 그러면 사업은 잘 될 수밖에 없습니다.”라는 말씀이었습니다.

3년전 전 말레이시아로 몇 차례 출장을 다녀올 기회가 있어, 그들의 금융기법이 국민소득이 높은 우리보다 훨씬 선진화되어 있고 서구처럼 신용사회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 회사는 처음부터 어음제도를 도입치 않았고, 공장 건설의 자금수요로 어려움을 겪을 때에도 당좌개성의 유혹을 뿌리치고,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처분하여 하루하루 견디어 내었습니다.

정말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피를 말리는 자『당좌 교환 대전 입금』도 이를 관리하는 자금 경리책임자도 둘 필요가 없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낳고 있는 셈입니다. 원․ 부자재를 싸게 구입할 수 있어 회사의 수익성 개선은 말할 것도 없고, 협력사에 대한 신용도 급격히 상승되어 있어, 자재 담당자의 입장을 훨씬 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공장 건설때의 일입니다. 3개월이 소요되는 설비를 1개월에 끝내어 달라는 요청과 함께 견적서에 NEGO를 끝내고 회사로 돌아간 사장님은 벌써 30%의 선수금이 입금되어 있는 것을 알고는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 왔습니다.

“어차피 줄돈인데...”말입니다, 1개월 후 입고와 함께 대금을 지불하였더니 사장님 말씀이 “시운전도 안 끝났는데 벌써 잔금을 주느냐...”라는 항의(?)를 받게 되었습니다. 결국 설비 제작비도 낮출 수 있었고, 공기 단축도 가능했고, 이제는 구두로 요청하여도 제작에 착수 할 정도의 시용을 얻게 되었던 것입니다. 년초 현금 출납을 없애고, 각부서 담당 앞으로 1개월 사용할 현금을 폰뱅킹으로 송금하여 간단한 규정에 의거 부서장 결재 후 바로 집행하는 제도로 변경하였을 때 각부서의불만은 대단히 높았습니다. “출납이 없는 회사가 어디에 있어? 긴급히 돈이 필요할 때는 어떻게 하지? 출납업무를 우리한테 떠맡기다니...” 라는 불평, 불만이 쏟아졌습니다. 몇 개월 지난 지금 현금 출납 폐지, 각 부서의 이관 등에 따른 편리함, 그리고 업무의 단순함에 모두 만족하게 되었습니다.

98년 8월 공장 가동을 시작할 때, 어느 LG출신의 중소기업 사장님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울리 회사에는 교제비, 식대, 교통비등 각 부서장들이 집행하고 있는 통제비용에 사장의 결재가 없다는 것을 알고는 “통제 비용만은 사장이 결재해야 합니다. 비용도 줄일 수 있고 그래야만 부과장을 컨트롤 할 수 있지요”라는 지적이었습니다. “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회사를 위하여는 접대비를 회사 업무를 수행하는데 비용은 부서장 책임하에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만이 그들이 주인 노릇과 함께 애사심이 생가는 것이겠지요. 통제를 한다고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회사업무인지 개인 업무인지는 본인의 양심에 따라 결정할 수 밖에 없고요. 그래서 창업 때부터 법인 신용카드를 부서장 앞으로 1매씩 발행하고, 1개월 사용실적과 함께 카드 사용비율을 높이도록 권유하고 있지요.” 라는 나의 설명에 그분은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이었습니다.

과장 한사람과 대전 출장 때의 일이었습니다. 짜장면 두그릇값 9,000원을 한사코 카드처리를 요구하는 과장과 중국집 주인간에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우리 회사는 카드가 아니면 비용처리가 안된다는 과장 설명에 “아주 나쁜 회사에 다니고 있군요.” 하는 주인의 말에 웃고 말았습니다. 어떤 것이 좋은 회사인지...? 법인 설립 후 거래 은행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제 나이를 묻고는 그 나이에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결과를 불 보듯이 뻔하다는 말과 함께 “월급쟁이만 24년 하셨는데, 세상 이치를 어떻게 알겠습니까? 나중에 후회할 일을 무엇 때문에 시작합니까?”하면서 정중히 사업 포기 의향을 묻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지금은 우량 거래선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초창기 1년의 어려움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습니다. 속고 속이는 불신의 사회, 불을 당기는 기업경쟁속에서 쓰러지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것을 알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Lucky Cosmetics는 원칙 중심의 투명한 경영, 믿고 맡기는 자율적인 업무 수행만이 국제 경쟁력을 갖는 우량기업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믿고 열심히 달려 갈 생각입니다. 경비원을 두자는 부서장들의 계속적인 요청에 “우리 모두가 경비원인데 무엇 때문에 별도로 두자는 것입니까?”하는 저의 억지(?)에 이제는 모두 수긍하게 되었습니다. “금고 없는 회사, 경비원이 없는 회사”이러한 것들이 우리 중소기업을 견실하게 이끌어 나가는 수단들이 아닐까요?




대표이사 白 星 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