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발행년도 2004년 7월
제목 청소하면서


어느 생산직 여사원이 제게 물어 왔습니다.

“사장님께서는 집안에서도 청소를 열심히 하고 계십니까? 회사에서는 화장실․ 현장청소, 청소라면 항상 앞장서고 계시는데.....”

“집에서는 청소를 특별히 하지 않습니다. 집안청소는 아내의 몫이기 때문이지요”

“집안일․설거지 등 사모님을 잘 도와주실 것 같은데요?”

“남자는 바깥일, 여자는 집안일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사소한 집안일을 한다는 것은 아내 역할을 침범하게 되겠지요"


3년전 어느사원과 나눈 대화 내용이었고, 집안 청소를 직접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공장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아파트내 청소를 스스로 해결하는 등의 습관을 가지게 되었고, 주말에 서울로 올라가면 하나둘 집안일을, 아내의 힘든 부분을 도와 주는 것이 일상화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집청소와 설거지는 나 스스로 자청하였고, 아내와 같이 있는 주말이면 항상 나의 몫으로 생각하고 집안일을 도맡게 되었습니다. 집안도 깨끗이 하는 것이지만, 아내를 기쁘게 해준다는 것, 50을 훌쩍 넘긴 나이에 젊을 때와 달리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가끔 친구들과의 대화중에, 집안청소․ 설거지는 물론이고 라면 한그릇 자기손으로 끓여본 적이 없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아내는 남편이 부엌 가까이 오는 것조차 싫어할 정도로 남편 대접이 극진(?)하다는 말을 서슴없이 던지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이런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그들의 순진함이 존경스럽기도 하고 그들의 무지함이 안쓰럽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남자가 나이들면 가정에서 버림을 받을 수 있다는 농담을 유모어로 표현한 “이사갈 때 조수석으로 먼저 달려가라, 이미 앉은 사람이 있다면 애견을 안아라, 그것도 놓쳤다면 장농속으로 들어가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젊은 부부들의 경우 맞벌이로 인해 가사분담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유교적 가부장적 권위를 앞세우는 장년층의 남자들은 아직도 부엌을 주부의 전유물, 가사를 「여자의 城」으로 착각하고 있는 경우를 자주 발견합니다. 남자들의 평균 수명이 72세 앞으로 80까지 이어진다고 가정한다면, 은퇴후 집안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한채 겉도는 존재가 될 것인지 아니면 부엌으로 들어가 평생의 반려자와 함께 할 것인지는 그들 자신이 내려야할 선택의 몫이 될 것입니다.

공장 책임자로 근무하면서, 그들의 산업 경쟁력 원천이 어디에 있는지를 배우고 벤치마킹하기 위하여 일본의 기업체들을 자주 방문하곤 했습니다. 우리들 공장과 비교하여 품질과 생산성 증대를 위한 여러 장점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특히 5S(정리․정돈․청소․청결․습관화) 부분은 우리들 수준과는 너무나 먼 거리에 있었습니다. 작은 규모의 중소기업을 방문하여도 공장 곳곳의 청결함은 말할 것도 없고, 수십년된 낡은 기계도 5S를 기반으로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었고, 기계 부품, 공구 심지어 청소도구까지 위치를 정하는 정돈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자동차용품을 판매하는 「Royal Company」의 「가끼야마」사장이 내건 「청소경영」catch phrase였습니다. 경쟁업체에 비해 매출, 순이익 등이 월등히 높은 「Royal Company」사장은 시골 농업학교 졸업 경력밖에 없으면서도 우량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비결은 그의 독특한 「청소 경영학」에 있었습니다.



아침 6시 30분이면 회사 앞도로, 공중전화를 비롯한 공공시설의 청소가 시작되고, 이어서 공장내의 창고․사무실․주차장 청소 특히 화장실 청소는 가끼야마 사장의 몫으로 맨손으로 대․소변기 밑바닥까지 닦아내는 모습은 그저 감탄의 소리만 나올뿐입니다. 화장실 청소를 하면 마음 구석구석을 깨끗이 씻어낼 수 있다는 그의 경영철학에 그저 고개가 숙여질 뿐입니다.

공장 책임자로 있으면서 시작한 화장실 청소는 기업을 창업하고 CEO가 된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으며, 누구나 하기 싫어하는 것을 윗사람이 앞장서 해결한다는 생각과 공장의 생산성과 품질은 청결함에서 비롯된다는 나 나름대로의 소신에 따른 것입니다. 1년 6개월전 흡연실이 회사에서 가장 더럽다는 여론에 따라 그곳 청소를 자청하였고, 하루 2~3차례 화장실․흡연실 청소를 하면서 잿털이를 맨손으로 씻어내고 있습니다.

처음 얼마간은 고무장갑을 끼고 하였으나. 사원들이 피운 담배꽁초․재떨이를 맨손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은 “윗사람의 부하 사랑도 아니고 희생정신이 아닌 가식일 수 있다”라는 생각에 고무장갑을 벗어던지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잿털이에 침뱃는 사람, 껌붙이는 사람도 없이 깨끗한 상태로 이용되고 있고 때때로 잿털이를 비우고 청소를 도와주는 사원들이 생겨나고 있어 그들의 의식변화를 엿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 LCC의 아침은 청소로써 하루 일과가 시작되고, 업무중에도 청소, 작업을 끝낼 때도 청소, 한마디로 “청소도 일이다, 그것도 중요한 일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빗자루와 봉걸레를 들고서 사무실․ 창고․ 현관입구․ 화장실 등을 청소하면서 “실천합시다”하는 인사를 주고 받습니다. 사람의 눈길이 닿지않는 구석 구석을 빗자루질하는 사원들을 보고 있노라면 “청소하러 LCC에 들어왔나?”하는 불평불만들도 이제는 먼옛날의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10년전 知人의 별장이 있는 제주에서 짧은 여름 휴가를 보내게 되었다. 아침이 되자 주인이 청소를 시작하여 客으로서 가만히 있기가 송구스러워 슬그머니 빗자루를 들었고, 이곳 저곳 걸레질을 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새벽운동을 하면서 좀더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운동이 없을까 고심했던 차에, 무릎을 치면서 이런 청소를 운동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렇게 시작된 집안청소가 한해 두해 흘러가자 아내는 여기 저기 청소할 곳을 지적할 정도로 뻔뻔스러워졌고(?) 가족들에게 허세만 부리던 가부장적 권위도 슬그머니 없어지게 되었다.

새벽부터 1시간 반 가량 청소를 하면서 전날의 일들을 반성하고 이것 저것 느꼈던 소감들을 글로 적게 되었고, 반바지, 런닝셔츠 차림으로 청소하는 것이 전신 운동이 되었고, 집전체를 항상 깨끗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어 정신 건강에 보탬이 되었고, 무엇보다 가정의 평화와 화목의 디딤돌이 될 수 있어 하루하루 기쁨과 감사의 마음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Blue House」의 수석비서관이 된 P라는 분이 집필한 ”청소하다가...“의 산문집 머리말입니다. 이분은 가정의 화목을 위한 집안청소이긴 하지만, Health Club대신 땀을 뻘뻘 흘리면서 「건강관리를 위한 운동」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6년전 울산에서 서울로 이사와, 살고있는 빌라의 정원 가꾸기를 시작했습니다. 잔디를 심고 모래도 뿌리고, 잡초나 가지치기를 하고.... 그러나 지금껏 단한사람도 나와 거들지 않는 이웃을 원망(?)하기도 했고 섭섭한 마음을 가진 적도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집안은 아름답게 꾸미고 있는데 모두의 공동 시설에는 경비원의 몫이고, 전문 용역으로 해결하는 그들을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우유를 마시는 사람보다 배달하는 사람이 건강하다.” 라는 말처럼 운동을 겸할 수도 있고 이웃을 위해 작은 희생을 할 수도 있는데....


이제 세월이 흘러 「서울이라는 곳과 서울사람」들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섭섭한 마음도 사라지게 되었고, 모두의 시설을 「公共의 적」이 아닌 「公共의 아군」이 되는 날이 언젠가는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달전부터 주중에 머무르는 대소 아파트의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휴지도 줍고 크로바등 잡초도 뽑고 비록 1주일에 한번이지만, 나의 작은 노력으로 이곳 아파트가 깨끗해지고 과자 봉지 버리지 않는 아이, 담배 꽁초 버리지 않는 어른들로 변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속에 기쁜 마음으로 산책 겸 청소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집안 청소는 아내를 편하게 하고, 아파트와 빌라 청소는 이웃을 기쁘게 하고, 회사 청소는 사원들 마음을 밝게 만들고, 나아가 최상의 품질․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LCC를 만들어줄 것이라는 것을 굳게 믿습니다.

청소를 하다보면 대상물이 깨끗해짐은 말할 것도 없고, 마음이 차분해지고, 편안해지고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 가슴을 메우게 됩니다. 공장 청소를 시작한지 어느덧 10여년의 세월이 흘렀고, 이제 조금이나마 “청소의 道”를 깨닫기 시작했고, 솔선수범을 통해 사원들을 변화시켜야겠다는 강박관념도 없어지고 작은 희생이 주위 사람을 기쁘게 해주는 방법이라는 생각에 가느다란 미소를 입가에 띄워봅니다.

차창밖으로 던지는 담배꽁초, 사우나에 흐트러져 있는 목욕용품, 여기저기 파손된 공공시설의 우리들 모습은 불법주차 하나 없는 이웃일본과 너무나 대조적이며,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하여 우리들이 넘어야할 고비임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공장 모습 때문에 입사하였다”는 어느 신입사원의 이야기가 머리를 감돌고 있고, 언젠가 공장주변을 산책로로 이용하고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면 유원지에서 회식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사원가족들의 고함소리가 들려올 것 같은 착각에 빠져봅니다.

    





대표이사 白 星 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