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발행년도 2004년 5월
제목 당신도 지식인입니다.


얼마 전 부서장과 함께 생산부서에 근무하는 사원이 사직서를 들고 찾아 왔습니다.

"회사 일에 어려움이 있습니까?"

"여기에서 일하다가는 제 미래가 보이지 않습니다."

"???"

"오늘까지만 다니고, 내일부터는 다른 회사로 옮기겠습니다."

"앞날이 보이지 않는데 도리가 없군요. 그런데 후임자가 올 수 있도록 1~2주 후에 그만두면 안 될까요? 같이 근무하는 동료가 힘들어 할 테니까요."

"저하고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그 회사에서 내일부터 출근하라는데, 사장님이 제 앞길을 책임져 주시겠습니까?"

"???"

10여 개월 밖에 근무하지는 않았지만, 동료간에 정도 들었고 직장생활의 기본도리도 익혔을 텐데 사직서를 내고 하루 만에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하니 어쩔 도리는 없었지만, 요즈음 젊은이들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대학 진학률이 세계 최고라는 명성(?)답게 20여년전부터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대학들이, 부족한 신입생을 메우기 위해 외국(후진국)에서 학생들을 선발해오고, 교수들에게 학생유치 의무배당과 함께 교수 월급과 연계시키는 일, 그리고 대학 입학 설명회에서 학생들의 호기심을 돋우기 위해 「뮤지컬」공연까지 한다는 "위기의 지방대, 존폐 갈림길"이라는 신문뉴스는 우리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대졸자 비율이 40%인 일본에 비해 50%를 상회하는 대한민국은 분명 「인재강국」이어야 함에도 국가 경쟁력은 바닥을 헤매고 있고, 제대로 된 쓸만한 사람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 산업계의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회사 사장은 한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국내시장에 밝은 한국인을 뽑는 구인 광고를 내게 되었는데, 지원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세칭 인류대 출신들을 엄선 선발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CEO의 기대는 한순간에 무너졌고 「인재 열등국」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되었습니다. 신입사원들은 주어진 프로젝트는 열심히 잘 하는데, 프로젝트를 만들어보라는 주문에는 속수무책이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관리 업무는 잘 하지만 정작 회사가 필요로 하는 독창적인 기획 업무는 손도 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사람 선발에 실패했던 그 사장은 한국의 일류대 출신보다 차라리 미국 하와이의 이름 없는 이․삼류 대학 출신을 뽑게 되었고, 다시는 국내인을 채용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였다고 합니다.

대학 졸업자가 많다는 것은, 교육 열기는 세계 최고이지만 국제 감각을 갖추고 현장에 써먹을 수 있는 실력 있는 인재를 길러 낼 수 있는 대학 풍토는 아니란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주위에 타임지는 술술 읽고 이해하면서, 외국인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화에 쩔쩔매는 회사원들을 얼마든지 목격할 수 있는 것도 비슷한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요즈음 미국 LPGA의 우승 및 Top 10의 상당부분을 한국 여성들이 휩쓸고 있고 PGA에서도 최경주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양궁의 김수녕, 마라톤의 황영조, 야구의 박찬호, 이승엽, Big Choi 등은 한국이 스포츠강국이라는 것을 어김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렇듯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데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발명가나 학자,그리고 노벨 수상자는 한명도 없을까하는 의문에 빠집니다. 수출입 순위는 10위권 이내인데 내놓으라하는 상품명 하나 기억하기 어렵고, 년간 100만대 이상 수출하는 현대 자동차가 Toyoda 생산성의 60% 수준 밖에 되지 않고, 한국경제의 Total생산성은 미국의 1/2밖에 되지 않는다는 보고서는 우리의 경제 실상을 적나라하게 노출시키고 있습니다.


저임금을 기반으로 하는 중국과 첨단기술을 앞세운 일본의 틈바구니를 헤쳐 나올 길은 한국경제의 체질을 선진화할 수밖에 없고, 우리나라의 개인 기업․정부조직 모두가 지식으로 무장하는 「지식 주도 경제」(Knowledge-driven Economy)로 전환하는 것만이 우리들의 살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입니다.

세계적인 경영 평론가「피터 드러커」교수는 지식의 개념을 "일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개선․개발․혁신하여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지식인 역시 학식을 많이 쌓은 대학 교수만 지식인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개선, 변화시켜 효율과 효과성을 올리고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사람이 바로 지식인일 것입니다. 자장면 배달원, 농부, 보험설계사와 영업사원, 환경미화원, 회사원, 운동선수 등 누구나 지식인이 될 수 있습니다.


산업사회는 「블루 컬러」와 「화이트 컬러」의 두 가지 분류의 근로자를 만들어 내었으나, 산업이 복잡하고 다양화되면서 양자의 구분이 점점 모호해졌고, 최근에는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노동을 투입해 무형적인 산출물을 얻어내는 「골든 컬러」인 「지식근로자」의 개념이 등장하게 되어 「지식 근로자 와 비지식 근로자」의 구분만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2월경이 되면, 우리 가족들은 맛있는 딸기를 즐겨 먹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고르쇠 딸기」라는 것을 특히 좋아하고 있습니다. 「고르쇠물」로 길렀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똑같은 크기, 빨간 색깔, 뛰어난 당도, 값이 다른 것에 비해 두 배에 이르고 있지만 조금도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한 알 한 알 맛을 음미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전라도 어느 지방에서 수경재배로 키우고 있다는 이야기만 들었지만, 그렇게 상품성이 뛰어난 딸기를 재배하고 있는 그 농부는 「산지식인」임에 틀림없습니다. 자장면 배달원에서 마케팅 스타 강사와 번개반점 체인의 사장으로 변신한 조태훈씨, 에버랜드를 고객만족 인증 마크 1호 기업의 밑거름을 만든 이은혜씨, 다른 감귤보다 최고 5배나 높은 가격을 받게 하고 감귤 농사에 필요한 발명이나 기술개발을 통해 39개의 특허를 출원한 제주도의 김도진씨 모두가 「산지식인」인 것입니다. 선진국에서 개발한 차세대 제철기술인 코렉스 공법의 교과서를 다시 쓰게 하고 이를 역수출하여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는 포항제철의 "이후근"氏도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철광석을 용융조에 투입하는 스크루의 고장으로 조업이 중단되는 문제점을 로의 온도를 낮추는 방법으로 해결하였고, 내화 벽돌의 침식과 부식을 「벽돌공부 및 실험」 끝에 조업기술이 터득되었고, 석탄의 배합 비율을 조절해 코크스 없이도 정상 가동되는 새로운 공법이 실용기술로 탈바꿈되는 "새로운 지식"의 터득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면 L. C. C같은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지식인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회사 설립초기부터 "어음 없이 현금 결재와 인터넷 송금", 그리고 "지속적인 회계 전산화와 1대1 대응 원칙 준수"로 인하여 단 한건의 경리사고 없이 투명경영을 실천할 수 있었고, "금고 없는 회사, 현금출납창구 없는 회사"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가동 1년 만에 도입한 ERP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수정 끝에 원부자재 구매부터 제품출고에 이르기까지 전산 처리되고, 무전표 System으로 정착되고 있고, 익월 1일 아침 10시가 되면 전월의 경영실적이 나올 수 있는 Speed경영이 실현되고 있습니다. 또한 전자게시판 운영으로 업무표준, 생산 계획과 실적, 고객의 소리, Claim현황, 월간 행사 계획, 제작 보수 청구 및 이행 등 사내 부서간 정보들을 Network를 통하여 접할 수 있게 되어 "Paperless Office"실현도 멀지 않았다는 생각을 갖게 해줍니다. 이 기회를 통해 투명경영을 가능케 했던 박병택 대리, ERP 도입과 정착에 많은 열정을 쏟고 있는 이순배 차장, 김홍순 주임, 신동욱 사우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이들이 「L. C. C의 지식인들」이라는 것에는 조금의 이의도 있을 수 없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생산현장의 모습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반복되는 Claim과 품질불량, 원료 계량 실수와 반제품 불량 그리고 그칠 줄 모르는 설비 Trouble은 생산성 향상은커녕 후퇴와 답보 상태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우량 공장의 첫째 요건인 「5S 실행」도 업무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고, 현장 바닥 걸레질하는 것이 전부인양 생각하고 있습니다. 생산 관리자들은 사원들의 Mind가 바뀌지 않는다는 불평만 계속해 왔고, Operator는 System과 체계가 잘못되었다고 불만만 늘어놓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생산 현장의 악순환이 Operator와 생산관리자들의 탓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좀더 귀 기울이고,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지 못했던 Top의 책임이라 인식하고, 실질적인 현장 경영이 될 수 있는 방안들을 강구할 생각입니다. 다행히 최근 훌륭하신 Consultant인 "한진열"위원의 지도를 받고 있고, 새롭게 맡은 팀장들의 열정도 뛰어나 생산현장이 서서히 바뀌고 있고, 2~3년 내에는 「초우량 공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해줍니다. 단한건의 품질사고도 일어나지 않아 고객으로부터 신뢰받고, 가동 중에 단한번의 부동도 발생되지 않아 생산성이 급상승하는 「우수 개선 사례」들이 줄을 잇게 되고, 여기저기에서 「신지식인」으로 변모한 Operator모습들을 보게 될 것이라는 「꿈」을 상상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진양 Maintenance」의 정채균부장의 이야기를 소개할까 합니다. 청소 용역업체의 관리부장을 맡고 있는 그는 학창시절과 군복무 때의 경험을 살려 청소 업무를 매뉴얼로 만들고 표준화하여 자신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가진 노하우들을 조직 구성원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하였고, 마침내 국내 최초로 "청소 분야"에서 「ISO 9002」를 획득하게 되었습니다. 그 자신은 제1회 위생관리 기능사 시험에서 18과목 전 과목 만점으로 수석 합격하여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는 영광도 누리게 되었습니다. "30여 곳의 현장에서 「같은 문제점」이 되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같은 내용을 교육하기보다는 업무 매뉴얼을 통해 표준화하는 것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라는 그의 말에 부끄러운 마음이 앞설 뿐입니다.

    

신지식인들의 특징은, 현장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문제해결을 시도하는 「실용적․실천적 지식」, 다른 영역의 지식을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전공이나 업무영역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도전하는 지식」들을 추구하고 있고, 스스로 배우고 노력하는 「자립적 학습 능력과 실험정신」,「업무혁신, 생산성 향상, 부가가치 극대화에 대한 뚜렷한 목표」들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강조하고 싶습니다.  






대표이사 白 星 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