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발행년도 2004년 4월
제목 Mind문제인가? System문제인가?



90년대말 미국에서 「학교폭력」이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지금도 마찬가지임), 이의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연구 Project가 수행된 적이 있습니다. 이때의 초점은 학교폭력을 유발하는 원인제공이 학생개개인의 문제인지 아니면 이를 수용하고 있는 학교에 문제가 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폭력을 일으키는 학생의 태도, 가정교육 그리고 자라온 주위환경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이들이 소속된 학교의 학습여건, 제도, 교사들에게 원인이 있는지를 조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연구결과는 예상과 달리 학교의 제도 특히 「상벌체계의 불공정성」에 있었으며, 학교내에서도 학급별로 담임선생님이 「학업성적에 의한 학생평가」를 실시하는 경우 폭력이 성행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천주교 청주교구에서 운영하는 Y고교라는 곳의 신부님 ․ 수녀님들을 알게 되어 그 학교에 관심을 갖고 때로는 재정적 지원, 학생들의 방문 ․ 견학 그리고 학생들의 입학 ․ 졸업과정의 변화를 듣곤 합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거나 정규학교 과정에서 적응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모아 “미래에 대한 삶의 선택과 결정에서의 자율적이고 주도적인 학생의 양성”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여, 대학 입학은 물론이고 성숙된 학생들로 만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내용을 보면, 통제와 간섭 그리고 억압적인 전통적 교육방법에서 벗어나 인성교육을 중심으로 하여 본질적이고 타당성 있는 교육방법과 훌륭한 교사와 학부모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교장선생님은 “문제아는 없습니다. 다만 문제 어른이 있을 뿐이죠. 문제라는 것은 인생의 어느 순간에 생길 수 있는 갈등일 뿐, 한평생 따라다니며 인생을 결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진정한 사랑만이 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상과 같이 어리고 젊은 학생들이 폭력 ․ 불량으로 빠져들지 않고 건전하고 올바르게 자랄 수 있게 하는 것은, 그들의 사고 ․ 가정환경의 문제가 아니고 이들을 수용하는 학교, 어른들이 만들어 주는 여건에 좌우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즉 학생의 선도 ․ mind보다 학교 ․ 사회의 System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오래전, 은행창구 앞이 시장바닥처럼 혼잡스러운 것을 두고 한국사람은 질서없는 민족이라고 매도당하기도 하였지만, 「번호표」라는 것이 생기고 부터는 먼저온 순서대로 은행일을 보는 것은 상식으로 바뀌기도 하였습니다. 지하철에서의 승차질서는 승하차위치표시와 기관사의 정확한 정차에서 비롯되고, 대중버스의 무질서는 운전사의 잘못된 정차습관, 시간내 운행을 강요하는 버스회사 그리고 버스정류장 주변의 무분별한 승용차 정차등의 「System 문제」일 것입니다. 고속도로에서 속도위반으로 경찰관에게 뇌물을 집어주는 것이 외국 언론에서도 지적되곤 하였지만, 속도측정기를 설치하고 경찰관의 매복단속을 금지하고부터는 어느 누구도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생각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얼마전 대검 중수부는 불법대선 자금의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007영화를 방불케하는 차떼기 수법 등의 불법 금액만 1000억원에 이르고, 당적이적, 지원유세에 따른 자금지원도 우리들을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정직하고 깨끗하던 사람이 정치판에 들어가니 또 그런 부패 정치인으로 바뀌다니...”라면서 안타까워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정치인의 부패와 이권 챙기기도, 짧은 민주주의 역사, 보스에 대한 줄서기, 고비용 정치, 국민들의 정치의식 등 우리들의 정치판(System)에 그 원인을 돌리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기업가들이 중소기업을 경영하면서, 인재 선발 ․ 매출과 자금의 어려움, 관계당국의 복잡하고 불편한 인허가 절차, 정부의 중소기업육성의 의지부족등 경영환경에 대한 불평 ․ 불만을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습니다.

(한국처럼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 지원정책이 많은 나라는 지구상에 별로 없다(?)는 의견도 있음.)

특히 경영의 주체인 「사람」에 대한 불만이 가장 높아, 제대로 된 사람이 오지 않는다, 주인정신과 일에 대한 성의가 부족하다, 자기개발의 의지가 엿보이지 않는다, 회사의 룰과 규정, 업무표준을 이행하지 않는다 등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자포자기의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러한 「사람문제」를 개개인의 의식 ․ Paradigm shift 부족으로 돌릴 수 있을까요? 1,2차 세계대전의 전쟁 폐허속에 꿋꿋이 재기한 독일 기업들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전쟁이 끝난후 타버린 건물 ․ 부서진 기계, 황폐화된 공장 마당에 (살아남은) 옛날 사원들이 하나 둘 모여 잡석을 정리하고 기계를 닦고 공장을 정리하는 모습들이 여기 ․ 저기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그들에게는 회사가 단순한 경제적 수단으로써가 아니라, 기업문화 ․ 전통 ․ 가치관 ․ 열정이 어울려져 있는 진정한 삶의 터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기성세대들은 삶의 우선 순위에 「자식농사」를 두고 있으며 밥은 굶어도 옷은 못 입어도 자녀 교육에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으며 그들이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가능합니까? 아닙니다. 올바른 가치관이 녹아있는 가풍이 있어야 가능할 것입니다. 많은 급여와 뛰어난 복리후생과 교육체계만 있으면 회사를 사랑하고 일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게하고 열정을 바치는 사원들을 만들 수 있습니까? 아닙니다. 건전하고 올바른 그리고 강력한 企業文化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국민소득과 교육수준이 높고, 사회보장 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으면 뛰어난 국민성을 기대할 수 있습니까? 아닙니다 법과 질서가 존중되고 도덕 ․ 윤리체계가 갖추어진 사회 ․ 국가 System이 있어야 합니다. 가족이라는 구성원과 가풍, 기업에 몸담고 있는 직장인과 기업문화, 사회나 국가의 시민과 사회 System, 양쪽모두 제 역할을 다할 때만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창업초기부터 공장의 청결을 포함한 5S문제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이곳 저곳의 쓰레기 방치, 구석구석의 담배꽁초, 무질서한 주차, 원부자재의 혼재등 공장관리의 각종문제점들은 은폐되고 언제 어느곳에서 예상못할 사고가 발생할지 불안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나 깨끗하고 정돈된 공장은 우리들의 직장생활을 밝게 해주고 결국에는 품질과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된다는 「의식교육」으로 「mind」를 변화시켰고, 흡연구역의 설정과 관리, 정돈된 주차장 설치, 창고관리 ․재고관리의 전산 ․ System화 , 지속적인 혁신 Consulting, 조경의날 운영과 막대한 조경투자 등으로 "깨끗하고 아름다운 공장“은 우량기업의 필요충분조건이라는 기업문화를 뿌리내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을 키울 수밖에 없다는 결론은 내렸지만, 자기개발의 의지부족, 소극적이고 피동적인 업무자세, 주인의식 결여등은 사원들의 이직을 가속화시켜 왔습니다. 그러나 「성공하는 7가지 습관」의 workshop을 반복하고 영어학습, 독서토론회등은 개개인의 능력개발 필요성을 확신시켜 주고 있고, 친인척배제와 사내승진확대, 정도경영과 투명회계를 통한 열린 경영실천, ERP와 전자게시판 (사내 Network) 에 의한 Paperless office 실현가능성을 예상케 되었습니다.


얼마전 「삼성은 CEO 사관학교」라는 제목과 함께 관계 ․ 경제계는 물론 Venture 기업의 경영자는 모두 삼성출신이라는 신문기사는 우리 CEO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타 대기업들은 높은 급여 수준과 뛰어난 복리후생, 교육제도등을 동일하게 갖추고 있으면서도 인재육성에 실패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친인척들의 우월적 지위 확보, 능력보다는 낙점에 의한 승진, 돈이 아닌 incentive제도의 부족, 책임과 Empowerment 의지부족 그리고 인재육성의 기업문화가 형성되지 못한 것이 가져온 당연한 결과일 것입니다.

    

여러사람이 어울려 있는 공동체나 집단 그리고 회사 ․ 국가에는 「구성원들의 mind」와 이를 수렴하거나 통제하는 「조직 System」이 공존하고 있으며, 두 축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조화롭게 굴러갈 때 발전적인 변화와 성장을 거듭할 수 있습니다. 만약 둘가운데 하나만이라도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할 경우 그 조직은 뒷걸음칠 수밖에 없으면, 문제가 터지고 어려움에 부딪치게 되면 조직구성원은 System을 원망하게되고 System은 구성원의 mind를 탓하게 됩니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하는 것처럼 한쪽으로만 원인을 돌릴 수 없을 것입니다.


피트 드러거 교수의 “단절의 시대(The Age of Discontinuity)" 표현처럼 세계경제 ․ 한국사회는 급변하고 있어 「정보화 사회」, 「지식사회」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전략으로 조직 구성원도 바뀌어야 하고, 기업집단도 변모하여야 합니다. 개개인은 주위환경에 대한 불평불만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Paradigm shift 속에 폭넓은 시각으로 자신의 가치 ․ 능력을 증대시키고 잘못된 System 개선의 주역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경영자 역시 기업 여건 탓만으로 돌려서는 아니되며 사람을 키우고, 그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건전하고 올바른 기업문화”를 구축하고 사람이 아닌 System에 의한 조직운영이 가능하도록 각종체계를 갖추어나가는데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대표이사 白 星 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