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발행년도 2003년 3월
제목 직업윤리와 윤리경영


로또복권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요즘은, 한 복권당첨자가 당첨금 ₩1억을 전액 사회복지 시설에 기부하겠다는 서약서를 전달했다는 뉴스는 우리들을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돈 욕심이요? 그런거 없습니다. 어차피 재활원 돌보는 재미에 살고 있는걸요"라는 화제의 주인공 "강도상"씨는 부산에서 작은 규모의 제지업을 하고 있으며, 남들 같으면 집 장만․주식투자․해외여행 등 돈 쓸 궁리에 바빴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재활원을 옮겨야 한다고 걱정이 많았는데 한시름 놓게 되었다"는 말을 던지는 웃음 섞인 강씨의 표정은 우리들의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많은 사람이나, 직장생활로 빠듯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나 모두 그의 위치에 놓였다면 당첨금 전액인 1억원의 거금을 선뜻 내놓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부끄러운 마음이 앞섭니다.

    

2월 18일 발생한 대구 지하철 사고는 너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한 50대의 남자의 "원망스러운 세상, 너 죽고 나 죽자"의 자포자기 복수극은 200여명의 사망자를 낳게 했고, "혼자 죽기는 억울해 많은 사람과 함께 죽고 싶어서"라는 그의 경찰진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10여년 전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자전거들을 향해 자동차가 질주하는 사건은 돈없는 설움에서 비롯되었고, 대구 나이트클럽 방화사건은 자기를 무시한데 대한 앙갚음이었다면, 이번 지하철 사고는 정신 장애로 인한 설움으로 자포자기형 동반자살을 기도한 사건이라는 해석을 내리게 됩니다. 병은 깊어가서 살긴 더 힘들어지고, 누구도 자신의 딱한 사정을 알아주는 이 없어, 세상을 향해 외쳐봐도 아무 소용이 없고, 더 이상 가족에게 부담이 될 수 없다는 "우울증"이 낳은 결과인 것입니다.

어떤 정신학자는, "한국인 특유의 '설움을 잘 탄다'는 심리적 상황으로 분석하고 있고, 자신의 잘잘못은 생각도 하지 않고 오직 남들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불우한 환경에 놓이게 되면 쉽게 설움을 타는 것이 우리 한국인이다"라는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지하철 사고의 또다른 특징은 불이 난 전동차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반면, 건너편에서 진입한 전동차(1080호)의 내부에서 무려 92%의 사상자가 일어났다는 사실입니다.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령실의 무전 연락에도 정거장으로 진입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승객들의 안전운행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사가 죽어가는 사람들을 버려두고 도망쳤다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할 뿐입니다. 또한 전원키(master key)를 뽑아 가버렸으니 실내등도 꺼지고 안내방송이 불가능해지고, 비상 Battery까지 멈추게 하고, 열렸던 문이 자동으로 닫혀 그나마 탈출이 가능했던 시민들을 "지옥철"에 가두어 "생화장"하는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갔다는 것입니다. 경찰조사가 진행되면서 사령실의 오판이 발견되고 있고 이를 감추기 위해 녹음테이프의 조작, 감찰실의 은폐 기도까지 사실로 드러나고 있어, 시민들의 안전운행을 사명으로 하고있는 대구지하철공사 종사자들의 직업윤리가 어떻게 인지되고 있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TV에서 보여주는 불탄 전동차 내부는 아비규환의 몸부림이 역력했고, 화장터 온도에 버금가는 1,000℃의 고온은 시신의 형체를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하였습니다. 시신의 숫자도 파악할 수 없고, 과학수사 방법인 DNA검사도 불가능하게 만들어 유골을 수습하려는 유가족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가스가 폭발하고, 다리가 무너지고, 백화점이 쓰러져 내리는 안전불감증의 우리 사회에 또 하나의 교훈을 던져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기관사의 사명이 무엇이고, 사령실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들의 "존재이유"가 무엇인지를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승객의 안전운행이 그들의 사명이라는 "직업윤리"가 실종된 현장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직업윤리"를 소개할까 합니다.

첫째 직업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손실을 입히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것입니다.

나만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직업윤리도 하나님의 뜻과는 다른 무질서와 타락이라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둘째 직업을 통해 다른 사람을 섬기며 필요를 채우고 있나 하는 것입니다.

타인의 이익을 구하고 섬기려는 적극적인 자세로 직업에 임해야 합니다.

셋째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지 않아야 합니다.

사람들에게 해가 되지 않고 필요를 채워주는 일이라 할지라도 하나님의 뜻에 위배되는 것은 "직업윤리"에 어긋나게 됩니다

우리들은 자기 직업에 대하여 애정을 가지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열성을 다하여 조직과 사회에 봉사하는 정신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긍지와 프라이드를 느끼면서 근면과 성실의 자세로 자신의 일을 수행할 때 우리사회는 밝아질 것이고 올바른 「직업윤리」가 뿌리내리게 될 것입니다.

    

지난 22일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의 구속은 재계서열 3위의 그룹오너에게 가해진 이례적(?) 사건이었습니다. 특정 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는데 그룹 지배권 확보를 위해 비상장 기업인 워커일 호텔의 주식을 2배 가량 비싼 가격으로 SK(주) 주식과 맞교환하여 70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하였으며, JP 모건과의 이면 계약에 따라 SK글로벌에 천억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는 뉴스였습니다. 또한 SK글로벌이 1조원이 넘는 대규모 분식회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뉴스는 대우 그룹과 기아자동차의 분식회계-몰락을 연상케 하고 있습니다.

신뢰성이 의심받는 기업, 도덕성이 떨어진 기업, 윤리성이 결여된 기업을 누가 믿고 투자할 것이며, 어느 외국 투자가들이 마음놓고 투자할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작금의 우리 경제는 이라크 전쟁․북한 핵 문제로 감당키 어려운 상태로 빠져들고 있고, 외국 신용기관의 신용도 하락․유가급등․무역수지 적자 반전 등으로 회복하기 힘든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택시기사․음식점주인의 이야기를 들을 것도 없이, IMF때보다도 더 큰 불황의 수렁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규모 회계 부정사건인 미국 엔론사의 경우에서 보듯이 떳떳하지 못한 기업은 생존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어, 이번 재벌 총수의 구속 사건은 세계화가 진전될수록 "윤리경영"의 중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얼마전 신문보도에 나온 중견 의류 전문업체인 E-Land의 박성수 회장의 인터뷰는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하는 싱그러운 내용이었습니다.

"그동안의 이익으로 복지기금 100억원을 출연하고, 매년 당기 순이익의 10%를 내어놓아 이익의 사회환원을 실현하겠습니다. 이번 주주총회 때는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 10%이익 출연을 회사 정관에 명시하겠습니다. "E-Land"는 80년 창업 때부터 '기업은 정직하게 이익을 내고 그 이익을 올바르게 사용하여야 된다'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기업 경영인들에게 "윤리경영"을 주문하고 있고 사회적 책무를 실행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작금에 일어난 두가지 대형사건인 대구지하철 참사 사고와 대기업 총수의 구속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던져 주고 있습니다.

급여인상과 복지후생 증대에 매달리며 시민을 볼모로 하는 지하철 파업으로 얼룩져온 그들이, 승객들의 안전운행․사고가 발생했을 때 최후까지 남아 그들의 안전 대피가 그들의 사명이고, 매달 받는 그들의 월급이 고객을 만족시켜 얻어지는 보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더라면 이렇게 커다란 참사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후자사건에서 본 부의 대물림이나 경영권 세습, 부당한 내부의 거래를 통한 2세 경영인의 경영권 확보 노력은 사회정의 차원에서 많은 비난을 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전자의 경우가 "직업윤리의 실종"에서 비롯된 참사라면, 후자의 경우는 "윤리경영의 상실"에서 빚어진 충격적인 것입니다.

기업에 몸담고 있는 종업원들은 자신들에게 부여된 직책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회사의 발전을 기약할 수 있고 기업을 존속시켜 주는 고객의 요구가 무엇인지 귀기울일 때 실종된 "직업윤리"가 제자리를 찾게 되며, 경영자는 투명경영․정도경영을 앞서 실천하므로써 신뢰받고 사랑받는 경영인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고, 기업경영으로 얻어지는 수익금은 언젠가는 사회에 되돌려 주어야하는 "빚"이라는 마음을 가질 때 기업가들의 "윤리경영"이 뿌리내리게 될 것입니다.  종업원과 경영자 모두 "직업윤리"와 "윤리경영"을 되찾을 때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표이사 白 星 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