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발행년도 2002년 8월
제목 히딩크 리더십


월드컵 4강 신화는 일반인들의 축구에 대한 열광으로 나타나고 있고, K-리그의 뜨거운 함성은 연일 스포츠 신문의 톱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떠난 히딩크 감독은 마음만은 한국에 두고 왔다며, K-리그의 성공을 기원하는 편지까지 보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신문에 난 "지구촌 CF계 히딩크 쟁탈전"이라는 기사는 그를 TV광고 모델로 섭외하기 위해 유명 대기업들의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금융․중공업․식음료․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의 다국적 기업들이 끊임없는 러브 콜을 보내고 있어 건당 10억 원 이상으로 몸값이 치솟고 있어 "귀하신 몸"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한국에 일년 반 체류하면서 한국팀의 4강 진출 성공으로 돈방석에 앉게 된 히딩크는 과연 오늘의 영웅 대접을 상상이나 했을까 하는 의문이 떠오릅니다. 당연히 "No"였을 것이며, 그가 얻은 영광은 최선을 다한 결과, 그리고 대표팀을 이끌었던 뛰어난 리더십 때문일 것입니다.


히딩크는 말했습니다. "난 영웅 같은 것엔 관심 없다. 좋아하지도 않는다. 난 내 일을 좋아하고, 내 일을 할 뿐이다. 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을 이끄는 '작은 독재자'로 만족한다."라고….

월드컵이 남긴 교훈들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대한민국이라는 용광로 속에 하나로 뭉치게 했다는 것 그리고 히딩크의 리더십을 정치, 경제, 사회 또한 기업경영에 접목시켜야겠다는 것들일 것입니다. 운동장에 걸려 있었던 "Hidink makes our dream come true"라든지 대통령과 국회의원․시장․군수도 외국인으로 수입(?)해야겠다는 자조 섞인 농담들은 우리들의 마음을 씁쓸하게 하고 있습니다. 온 국민이 한마음 한뜻이 되게 하는 히딩크 감독과 같은 지도자를 한국 정치에서는 기대할 수 없을까요? 자신과 한 팀을 이루는 국민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지도자, 그들의 고통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지도자, 그들이 진심으로 신뢰하고 따를 수 있는 지도자를 우리는 언제 만나게 될지….



히딩크에 관한 서적들의 종류가 17권이나 되고, 한국을 떠나 네덜란드로 돌아간 그의 행동 하나 하나가 신문의 상단 뉴스를 차지하고 있으니, 그에 대한 열광이 아직도 식을 줄 모르고 있습니다. 이곳 저곳의 세미나 주제들도 "CEO 히딩크", "히딩크 리더십"으로 소개되고 있으니, 기업 경영에의 접목 노력도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관계 서적과 신문 사설들을 읽으면서 한국 축구의 개혁 과정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조직이나 기업이 혁신활동을 통하여 성공을 거두어 가는 과정과 너무나 유사하다는 점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월드컵 5회 출전에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한국팀, 이름도 듣지 못했던 2~3류(?)선수들,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냄비 국민들, "오대영 감독", "히딩크호 침몰 위기"라며 연일 비난하는 언론들의 악조건 속에서도 한국 축구팀의 4강 진출은 "히딩크 변수"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감독 한사람 바꾼다고 해서 축구팀 성적이 갑자기 올라간다는 것은 이해할 수도 없고, 히딩크가 축구 강호들을 일시에 제압하는 비법을 가르쳐 준 것도 아니고, 듣지도 보지도 못한 최신 노하우를 전수해 준 것도 아닙니다. 다만 원칙과 기본을 강조하였고, 선수들을 경쟁과 자율 속에서 독려하였을 뿐입니다. 한마디로 축구의 테크닉을 가르쳐 준 기술자가 아니라, 한국 축구를 개혁한 CEO 였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가 보여준 리더십을 하나 하나 기업 경영에 응용해 갈 수 있다면 경영혁신을 통한 우량기업, 백년기업의 길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월드컵 경기 내내,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게임이 끝날 때까지 앉지 않고 선 채로 선수들을 독려하고 큰소리로 작전지시를 하던 히딩크 감독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투지와 끈기를 기르기 위해 몸싸움을 시키며 체력훈련을 함께 하는 그의 모습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선수들과 어울려 한마음이 되는,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팀을 승리로 이끄는 힘의 25%는 실력이고, 75%는 팀워크와 리더십이다."라고 한 슈퍼볼 우승의 "딕 버메일"감독의 말은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업의 CEO들도 종업원들 속으로 들어가 호흡을 함께 하며 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공유할 수 있다면 보다 깊은 믿음과 신뢰가 형성되고, 기업의 목표를 향한 "한 방향 정렬"이 가능할 것입니다. 요즈음 매일 갖고 있는 "현장 체험" 2시간은 사원들의 불편함과 어려움을 알게 하고, 왜 생산성이 떨어지고 왜 불량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시장을 방문하고, 제품이 만들어지는 생산 현장을 경험하고, 원․부자재와 제품이 입․출고되는 창고들을 둘러보는 "현장 경영"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언젠가 우리 간부사원들도 "현장 체험의 기회"를 스스로 갖게 될 기회가 오리라 믿습니다.

  

히딩크 감독의 용병술 보따리 가운데 가장 알짜는 "스타와 무명에 대한 고정 관념 깨기"와 "경쟁을 통한 팽팽한 긴장감 유지"였으며 이름 값보다 스피드와 체력을 갖춘 "젊은 피"를 발굴, 베테랑 선수들과 조화를 이루게 한 것입니다. 박지성, 최태욱, 김남일, 차두리 등 23명 중 14명(61%)의 선수들이 월드컵 첫 출전이라는 영광을 안게 되었고 그들이 결국은 우리들의 꿈을 실현시켜 주었던 것입니다. 또한 "하루 빨리 베스트 11을 정해 조직력을 극대화 하라"는 비난 여론이 빗발치는 상황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엔트리 발표를 미루는 우직스러운 "My Way"를 고집하였고, 시합이 있는 날에도 선수 선발을 시합 전날까지 결정을 미루어 "채찍과 당근"을 병행하며 경쟁 심리와 투지를 유발시켰던 것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혈연․지연․학연의 그물망이 촘촘하게 얽혀 있고 능력보다는 인기에, 실력보다는 정실에, 사돈 팔촌까지 줄을 대는 연고주의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 선수 선발 및 기용, 훈련, 코칭 스태프 구성에 전권을 위임받아 적합한 인재를 선정할 수 있었던 것은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철학에 따라 선수를 선발․훈련․기용하여 월드컵 신화를 이루어 낸 히딩크 감독이 인적 자원을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원칙을 고수했던 GE의 "잭 웰치 회장"과 비교 될 수 있는 것은 우리 경영자들에게 시사되는 바가 크다 할 것입니다.

대기업 선호, 중소기업에 대한 그릇된 고정관념, 급여와 복리후생․교육 여건이 불리한 중소기업에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열악한 중소기업 경영 환경에서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투자비의 확보와 사람 키우기에 정성을 쏟는 것들은 "이상한 짓"으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우리 LCC에서는 잠재력 있는 신입사원들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을 꾸준하게 지속하고 있고 이들의 능력을 키워내는 갖가지 방안들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공정한 평가, 선의의 경쟁을 통하여 능력 있는 사람이 팀장으로 승진하고, 점진적으로 임원 그리고 최고 경영자의 자리에 올라갈 수 있는 길을 활짝 열어 놓고 있습니다.

 

최근 1년 반밖에 되지 않은 사원을 "팀장 대리"로 결정한 것이 회사 안팎으로 "작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지만, 1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나 자신의 결정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경험은 일천하지만 무슨 일이든지 해결해내는 주도적 자세, 항상 최선을 다하는 성실감, 주위동료에 대한 희생․양보정신 그리고 부서원들에 대한 온건한 리더십이 LCC의 Vision을 실현해 가는 미래의 CEO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직장에서의 승진과 급여 인상은 밥그릇 숫자가 아니라, 개개인의 능력․리더십 유무 그리고 조직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결정된다는 엄연한 사실을 사원들에게 증명해 보이는 좋은 사례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준비중인 "성과에 대한 상여금 차등 지급"들도 사원들간의 선의의 경쟁을 통하여 자신들의 능력을 키워나가는데 많은 도움을 주리라 믿습니다.    

히딩크 축구의 또 하나의 특징은 어떠한 포지션도 소화해낼 수 있는 선수로 훈련되어야 하고 팀플레이가 우선되는 "Total Soccer"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격수․수비수 따로 없고, 미드필더와 수비수의 잦은 임무 교대, 경기 중 상하좌우를 옮겨가는 멀티플레이어의 효과를 우리는 직접 느꼈던 것입니다. 어느 축구 전문가의 "다양한 위치를 소화해낼 수 있는 선수가 많다는 점은 변수가 많은 축구에서 감독의 전술 운용 폭을 크게 넓혀준다."의 말은 Total Soccer가 갖는 이점들을 잘 대변해 주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 발전의 주역은 누가 뭐라 해도 대기업이고, 신규 사업진출․연구 인력의 확보와 첨단기술 개발, 수출 주도형 기업 경영 등 많은 기여를 해 오고 있지만 무엇보다 산업계 곳곳에 많은 인재들을 육성․배출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Plus 효과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있습니다. 정계, 학계, 공직 사회 그리고 산업계 곳곳에서 뛰고 있는 그들은 한국 사회를 리드하고 있고, 일본․미국․서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업 경쟁력 확보에 선봉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대기업 인재 육성의 핵심은 대단위 교육 투자와 함께 "순환 보직"경험을 쌓게하여 멀티태스킹의 업무 처리 능력 향상 그리고 종합적 사고와 장기적 관점의 기업 운영이 가능한 인재를 길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LCC도 팀장들의 순환근무, 그리고 사원들의 업무 교대를 통한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하여 이분법적 사고, 경직된 업무,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 한 그루만 쳐다보는 어리석음에서 탈피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하나 하나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오로지 "고객을 향한 한 방향 정렬"의 사고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 자신 큰 무리 없이 LCC를 경영할 수 있는 것도 생산․공장건설․QA․기획․공장 책임자․영업일선 등 LG에서의 다양한 근무 경력이 있었기에 우량기업․백년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과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입사시의 근무 경력 이유로 특정 부서만을 고집한다거나 한번 맡은 업무는 바꿀 수 없다는 고정 관념들은 개인의 퇴보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전직 직장에서도 같은 부서의 오랜 근무자들은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날 수 없고, 중요 부서의 책임도 맡을 수 없고, 승진에서도 누락되어 중도 하차되는 경우들을 수없이 봐왔습니다. 따라서 LCC의 인재는 기본과 원칙에 의거한 "업무 표준"들을 정립시키면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케 함으로써 조직의 리더, Top Manager로 길러내겠다는 것입니다.  

이상과 같이 선수들과 어울려 한마음이 될 수 있었던 것, 잠재력 있는 선수의 선발과 선의의 경쟁, 공격수 수비수 따로 없는 Total Soccer의 도입 등의 리더십을 정리하였으나, 더욱 중요한 리더십의 지혜들을 히딩크 감독은 보여 주었습니다. 기본에 충실하고 원칙과 규율을 중요시 하고, 원대한 비전과 목표를 설정한 것, 선수 상하, 코칭 스태프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과학적 분석과 훈련 등이 그와 우리 국민들의 염원을, 꿈을 실현케 하였던 것입니다. 히딩크는 "선수들과 생활하는 게 너무 즐겁다."라는 말을 자주 던졌고 선수들에게도 가혹한 훈련들을 놀 듯이 즐겨야 한다라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뛰고 있는 나 자신의 회사 생활도 "진심으로 일을 즐긴다"로 더욱 굳혀져야 하고, 사원들 역시 인터넷 게임을 즐기듯이 일상 업무가 이루어져야 하고 회사 역시 조직원들이 신바람 나게 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마련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박항서 수석 코치는 "3월 유럽 전지 훈련 때 그의 큰 가방에는 책만 가득 들어 있었다."라는 말과 함께 소설․심리학․역사책을 섭렵하고 "공은 머리로 차라"를 강조한 "히딩크"를 회고하였습니다. 우리 CEO 그리고 기업의 리더들도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연구하고 더 많이 독서할 때만이 우리들의 조직․기업들의 VISION과 꿈이 현실로 다가올 것입니다.




대표이사 白 星 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