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발행년도 2002년 7월
제목 월드컵이 남긴 교훈들




지구촌 꿈의 축제인 2002 한․일 월드컵은 지난 한달 동안 우리들의 눈, 귀 그리고 마음까지 운동장, 거리, TV 앞으로 빼앗아 갔습니다. 24시간 이어지는 축구 중계는 우리들의 잠자리를 들뜨게 만들었고, 신문마다 TOP으로 장식하는 월드컵 소식은 우리들의 눈을 집중시켰고, 만나는 사람마다 축구이야기로 꽃을 피우게도 하였습니다. 광화문․시청 앞에, 그리고 전국의 거리마다 꿈틀거리는 "붉은 열풍"은 "길거리 응원"의 새로운 역사와 유행을 창조하였고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된 한일 월드컵은 우리들의 가슴에 뿌듯한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게 하였습니다. 우리나라 경기가 있는 날이면 "Red Fashion"과 "태극 패션"은 태극치마․망토․부채․스카프 그리고 페이스 페인팅이 어우러져 "붉은 애국심 패션"의 파도로 물결쳤고, 확실히 변모한 한국 축구를 통해 두주먹을 불끈 쥐게 되는 우리들의 힘을 느꼈고, 솟아나는 애국심을 억누를 수 없었음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월드컵 5회 출전에 4무 10패의 성적밖에 거두지 못했던 우리로서는 단 1승만이라도 올렸으면 하는 속마음을 가졌고, 예선통과․16강 진출이 우리 모두의 염원이었고 희망이었던 것이 8강․4강으로 이어져 우승의 문턱까지 달려오게 되었습니다.



태극전사 23명이 거둔 4강 진입의 쾌거는 우리들에게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었고, 한국인에게 숨어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스스로 발견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16강에 진입하면서 포루투갈을 함락시켰고, 인간 폭격기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과격했던 이탈리아를 맞아 117분 동안의 사투 끝에 역전승하였고, 무적함대 스페인도 홍명보의 승부차기로 굴복시켰습니다.

유럽 선수보다 신장과 체력이 열세에 있다는 통념과 태어날 때부터 생활화 된 남미축구를 결코 뛰어 넘을 수 없을 것이라는 고정 관념을 깨뜨리고 체력․지혜․팀워크가 요구되는 축구경기에서 세계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하게 되었고 1년반이라는 길지 않는 시간에 서구에 대한 콤플렉스를 말끔히 지울 수 있었습니다. 남북 대치라는 지정학적, 역사적인 핸디캡 속에도,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대립적 노사 관계에도, 저임금의 절대 우위로 세계적 제조업기지가 되고 있는 중국과 세계 제일의 산업 경쟁력을 가진 일본의 틈바구니에서도 우리의 미래를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우리들은 느끼고 있습니다.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도 "4强 잠재력"의 교훈을 배울 수 있다면, 선진 일류 국가의 건설도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월드컵은 우리 모두를 하나로 뭉치게 하였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긍지를 갖게 하여 주었습니다. 남녀 노소, 사상과 종교, 지역, 빈부격차의 크고 작은 갈등들이 대한민국 이라는 용광로 속에 녹아들어 "하나되는" 뿌듯한 감격을 체험하였습니다. 한국 경기가 있는 날이면 세종로 네거리를 비롯한 전국 방방곡곡의 거리에는 700만이 넘는 국민응원단의 붉은 물결이 "대한민국․코리아"를 외치면서 12번째의 선수 몫을 훌륭히 해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들의 하나된 모습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고 어느 정치 세력도, 어느 지도자도 이루지 못했던 국민 대통합의 축구를 완성하였고, 우리가 뭉치면 불가능이란 있을 수 없다는 확신을 심어 주었습니다. 우리 정치․경제도 국민들을 하나되게 만들 수 있다면, 우리 기업들도 종업원들을 한 방향으로 모을 수 있다면, 선진국가․우량기업의 길이 결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기업 경영을 더욱 투명하고 진솔되게, 사원들 한사람 한사람을 가슴으로 사랑하고, 산적해 있는 어려움을 머리를 맞대고 풀 수 있다면 월드컵 신화처럼 LCC의 미래도 활짝 열릴 것입니다. 월드컵이 우리 사회에 미친 큰 영향 중 하나는 "태극기의 재발견"이라는 것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국기 하강식 때 애국가가 울리면 길을 가다가도 가슴에 손을 얹고 멈춰 서도록 교육받았던 우리 세대는 태극기를 가위로 오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월드컵 전만해도 태극기는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나 근엄한 당신"이었고, 사실상 젊은이들에게는 권위주의의 상징이자 관심 밖의 대상이었습니다. 경기장에 펼쳐지는 대형 태극기도, 디자인된 스커트, 티셔츠, 스카프에서는 태극기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성조기나 영국의 유니언 잭처럼, 우리의 태극기도 더욱 친밀하게 다가왔고, 긍정적 이미지로 바뀔 수 있었던 것도 크나큰 성과였다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이번 FIFA컵 대회와 4강 신화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해도 네덜란드인 히딩크 감독이며 그가 가르쳐준 많은 Leadership들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Fundermental" 즉 "기초를 다지라"는 것이었습니다. 1년 5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체력훈련이 웬일이냐며 모두들 고개를 가로 저였던 것을 기억할 것입니다. 많은 비난과 "오대영"감독이라는 별명까지 얻어가면서 자신의 훈련 스케줄에 따라 기초 체력과 기본기 갖추기에 전념하였고, 그의 예언(?)대로 16강이 아닌 4강 진입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였습니다. 그가 작성한 "오백일 작전"은 평가전 성적이 13승 9무 10패로 신통치 않았지만 욕을 먹더라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계획대로 실천하는 "MY WAY"의 우직함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해방이후 우리의 과거를 돌아보면, 경제, 문화, 교육, 환경 어느 분야 할 것 없이 "빨리 빨리"에 매달려 왔고, 어느 세월에 기초부터 하느냐하며, 바로 눈앞의 이익을 쫓기에 바빴고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끄기에만 허둥대어 왔던 게 사실입니다.

백년대계라는 교육행정을 책임지는 교육부(인적자원부) 장관이 국민의 정부에서 일곱 번 바뀌었다는 것은 독일에 8:0으로 대패한 사우디아라비아가 프랑스 월드컵 이후 감독을 12번이나 갈아치웠다는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기초를 다지기에 너무 늦었고 시간이 없다는 말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건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본부터 다시 점검하여야 하고 잔재주․잔꾀 부리지 말고 히딩크처럼 우직하게 기초를 닦는 일에 매진하다 보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살기 좋은 사회, 보람있는 일터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창업 5년․가동 4년을 맞이하고 있는 우리 LCC도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고객의 신뢰 상실, 납기 미준수, 각종의 품질문제, 생산성 저하에 따른 경영악화, 수입 원료의 수급 차질, 부자재의 품질불량 및 Shortage들은 우리 LCC도 침몰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고객 제일주의, 고객 만족이라는 기업 사명의 망각은 고객 신뢰 상실로 이어지고 장기 계획 미수립은 수입 원부자재의 수급 차질로 나타나게 되고…. 모든 것이 건전하고 정직한 기업 문화가 뿌리 내리지 못하고, 원칙 중심의 품질관리보다 임기 응변식의 조치로 땜질하고 있고, 업무 표준 보완보다는 변명․말장난으로 대처하고 있고, 협력사 관리 역시 WIN-WIN 정신에 따른 근원적 접근이 부족하기 때문에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간부 사원들의 리더십 상실과 사원들의 자기 개발 의지 부족과 Mission 이해 부족도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시합이 있는 날이면 기계를 세우고, 거리 응원을 위하여 새벽부터 쫓아다니고, 밤새워 축구 경기를 시청하던 월드컵은 이제 끝났습니다. 한달 이상 우리를 흥분시켰던 축구 경기도 냉정하게 생각하면 스포츠 경기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축구 강국 아르헨티나도 경제 위기에 빠져 있고 FIFA 컵을 움켜진 브라질도 "디폴트 경제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6월의 수출실적이 지난해보다 0.5% 늘어나는데 그쳤고 지방선거와 월드컵으로 인한 조업일수 단축으로 생산․출하 실적이 부진하였고, 월드컵 잔치는 끝났는데 "대한민국 오~필승"이 맴돌고 있다는 산업현장의 후유증이 만만찮다는 신문보도는 우리 모두를 불안․우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는 월드컵 축제 기간에 간과했던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다시 점검하면서 우리의 나아갈 길을 재정비해야 하겠습니다. 월드컵이 던져 준 교훈과 히딩크의 리더십을 기업 경영에 접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들의 남은 과제일 것입니다. LCC를 우량기업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 사원들을 하나로 모으게 만드는 일, 기업 경영은 장기적이고 원칙 중심, 그리고 단단한 기초 다지기부터 시작해야 된다는 것, 히딩크의 리더십 이해는 월드컵이 가르쳐 준 훌륭한 교훈들이 될 것입니다.





대표이사 白 星 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