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발행년도 2001년 10월
제목 現場經營



공장을 가동한지 6개월쯤 지나 어느 선배 기업인과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이제 공장가동도 되고 제법 안정이 되어가니 서울사무소를 개설할까 합니다."

"서울사무소가 무엇 때문에 필요하지요?"

"고객사 방문, 수출관계, 원부자재 구매 등의 기능을 서울사무소에 두었으면 합니다."

"정보통신망이 잘 발달되어 있는데 구태여 서울사무소 운영이 필요할까요? 비용도 꽤 많이 들텐데요"라는 대화였습니다.

회사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하니, 내 판단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비용도 연간 1억원 이상 추가될 것이고, 무엇보다도 서울과 공장간의 마찰, 의사소통의 어려움 등 많은 문제점과 부작용이 따를 것으로 생각되어 서울사무소 설치를 백지화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때가 98년 12월이었던 것 같습니다.

    

옛날 근무하던 직장에 들러보면, 부․과장들의 불만들을 들을 수 있는데, 그 중 첫 번째가 회의가 많아 영업현장에 나가볼 틈이 좀처럼 없다는 것입니다. 교육, Consensus, meeting, 사업계획, 영업정책회의, 제품개발 회의 등 중요하지 않은 회의는 하나도 없는데 어쨌든 여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는 것입니다. 영업정책이나 Marketing 전략, promotion 계획 등 모두가 현장에 바탕을 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시황에 대한 감각이 무디어진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기업잡지를 읽다보니 S회사의 중역들은 일주일 중 3일을 반드시 현장출근으로 일과를 시작해야 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사운이 걸려있는 매출현장, 고객만족을 위해서는 고객과의 만남, 그리고 일선 현장에서 뛰고 있는 부하사원들의 고충을 수용하고 그들의 땀과 노력을 격려하는 귀중한 시간들이라는 것입니다.

세계경제의 후퇴와 더불어, 뉴욕 맨하탄과 국방성에 대한 테러사건은 우리나라 경제를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게 하고 주가폭락, 그리고 16개월만에 일어난 무역적자는 우리경제의 험난함을 예견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들의 수출전략제품들은 2~3년 내 중국에 의하여 추월될 수밖에 없고, 대한민국의 제조업은 대기업․중소기업 할 것 없이 사양화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로 인정되어 가고 있습니다. 특히 제조업 현장의 숙련인력은 대부분 40대에 의하여 유지되고 있고 뒤를 이을 젊은이들은 현장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인 사실로 느껴지고 있습니다. 작업복도, 기름 묻히는 일도, 기계 소음도 듣기 싫어 너나 할 것 없이 service 업종으로만 몰려들어 생산현장의 젊은 인력 공동화 현상을 심각한 입장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동료 기업인의 말에 따르면 "젊은이들이 입사하면 하루 이틀 일하고는 슬그머니 사라지곤 한다. 이제 포기하고 외국인 근로자만 고용하고 있다."

"경리 여사원을 뽑으려고 몇 달을 기다렸으나 포기하고 대졸 여사원으로 공고를 내었더니, 수십 명이 몰려와 한사람을 선발했다"는 이야기는 고학력만 넘쳐나는 우리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30년 전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선배사원이 들려준 한마디는 오랫동안 "귀중한 지침"으로 느껴졌고, 또한 직장생활을 하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기억이 납니다. "문제가 생기면 현장으로 내려가서, 현장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 곳에서 해답을 찾아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현실에 맞는 영업전략은 시장에서 찾아야하고, 생산성 향상의 노하우와 품질개선 idea는 생산 현장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직급과 학식이 높다고 해도 좀처럼 존경하지 않는 반면에, 同苦同樂하며 "인간적으로 통하는" leader에게는 맹신에 가까운 신뢰를 보여줍니다. 직급과 규정에 의한 권위로 좀처럼 풀 수 없는 문제들도, 조직원들로부터 동정심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솔선수범 정신이 『반복적으로 확인될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고, leader로 인정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민족만큼 "평등정신"에 투철한 민족도 없으며 어려운 일일수록 위에서부터 밑에까지 전원참여의 共生共死 정신이 확인되지 않고서는 진정한 리더십이 발휘될 수 없습니다. 우리 LCC 간부사원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침인사』에 참여하고 있고, 간부사원들의 "화장실청소"는 창업이래 계속되고 있는 것도 현장에 바탕을 둔 공장관리이며, 어려운 일일수록 솔선수범을 통한 리더십이라야 된다는 것을 잘 깨닫고 있습니다. 현장의 모든 operator를 사무기술직으로 분류하고 사무실과 현장의 벽을 무너뜨리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며 간부․사무직사원들의 1개월 4시간의 "현장체험"도 현장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그들의 문제해결에 우리들이 앞장서겠다는 의지인 것입니다.

    

현장관리의 기본은 정리․정돈․청소․청결의 습관화입니다.

그러나 창업이후 바쁘게 달려오다 보니 창고 구석구석의 흐트러진 모습들을 미처 다듬지 못하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일주일에 걸쳐 정리한 원부자재 창고의 구석구석은 부끄러운 우리들의 얼굴이었습니다.

3년 전 포장재, 동종의 부자재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사양이 바뀐 box, 용기, cap들에 수천만원을 버려야했고 1000여 가지의 원부자재를 해결하는 방법은 거래의 단일화, 자재의 단순화가 없이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매일 저녁 밤 12시까지 정리, 그리고 제자리 찾는 정돈작업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던 구매팀장, 구매팀, 생산부서 사원들에게 지면을 빌어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우량기업의 CEO들이 생산현장이나 일선영업 출신들이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도 현장을 바탕으로 하는 "現場經營"이 이루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LCC의 2代 사장도 현장에 친숙한, 현장의 생리와 리듬을 잘 느낄 수 있는 간부사원 중에서 선발될 것입니다. "현장 경영" 너무나 쉽고 간단한 단어지만 이를 실천하기는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현장경영이 가장 잘 이루어지는 LCC가 될 수 있다면 "우량기업 LCC, 백년기업 LCC"는 이미 따논 당상일 것입니다. 어느 중소기업 사장이 전연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음치수준이었는데, 현장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하여 노래학원에 6개월간 다녀 "십팔번"을 10곡이나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실천할 수 있다면 …

우리 모두 현장에서 생각하고 현장에서 해답을 찾는 노력을 가져봅시다.


  

대표이사 白 星 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