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발행년도 2023년 9월
제목 " 내새끼 지상주의"

얼마 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2년차 새내기 여선생이, 학부모 민원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면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그은 “연필사건„으로 학부모들로부터 다양한 민원을 받고, 괴로움을 호소하며 학교의 도움을 요청하였지만 거절당했다는 것입니다. 또한「서이초 사건」에 분노한 교사들 3만 명이 전국에서 모여 정부 서울 청사 앞에서 “공교육 정상화„를 촉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들은 안전한 교육 환경 조성, 교사의 교육권 보장, 아동 학대 처벌법 개정 등을 촉구하면서, 가르치고 싶은 교사와 배우고 싶은 학생들에게 정상적인 교육 환경을 제공해달라는 외침이었습니다.




젊은 여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버린 서이초등학교 주변 일대는 전국의 교사와 시민들이 보내온 조화로 도시의 한 블록이 뒤덮여 있고, 학교의 건물과 담장에는 여러 지방에서 보내온 교사들의 편지가 포스트잇으로 붙어 있었습니다. 그들은 편지에서「학부모」라는 익명 집단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악성 민원의 실태를 한국인들의 DNA속에 유전되고 있는 “내새끼 지상주의„를 고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새끼를 철통 보호하고 결사옹위해서 남의 자식을 제치고, 내 자식을 이 세상의 안락한 자리, 유익한 자리, 끗발 높은 자리로 밀어 올리려는 육아의 원리이며 철학이 바로「내새끼 지상주의」의 본질인 것입니다.




“내새끼 지상주의„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나의 자식이 겪게 되는 작은 불이익이나 훼손을 견디지 못하여 자녀들의 성장과정에서 과도한 개입을 하게 되고, 교실에서 벌어지는 아이들의 사소한 경쟁 ‧ 다툼에도 내 자식을 편드는 부모 싸움으로 확전되어 교사들을 괴롭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한국인들의 DNA는 도시 ‧ 지방 또는 계층의 차이 없이 사회 전반에 고루 퍼져 있지만, 부유층 밀집 지역의「악성 민원」이 더욱 잦고 사납고 위압적이라는 것이 일선 교사들의 고백입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온 고위 공직자 후보들이 너도나도 자식들을 일류대학에 보내기 위해 실정법을 위반해 가며 학원 좋고 학군 좋은 동네로 거듭 위장전입을 하고 있지만, 맹모삼천(孟母三遷)의 미담(?)으로 뒤덮이게 됩니다.




기업 경영자로서 매주 하고 있는 것 중「신입사원 면접 있습니다. 생산직 여사원의 경우 간부 사원들에게 위임되어 있지만, 사무직 또는 생산 기사들의 채용면접은 직접 하고 있고 어떤 주는 일주일에 2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외부인의 시각으로는 매주 사원 채용을 하고 있다는 것은 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이는 설비 증설 또는 새로운 고객 ‧ 시장 창출로 매출이 증가되고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실제 매출과 생산량 증가는 없어 신규 인원의 충원이 필요치는 않지만, 사직하는 사원이 자주 발생하고 결원 보충의 채용 면접이 쉽게 진행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젊은 사원들은 편하고 쉬운 자리만을 원하고 있고 조금이라도 어려움에 부딪치거나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면 사직서를 던지고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근로(일)는 고통이 아니라 성공을 위한 강력한 힘이고 풍요와 행복을 얻는 수단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 역시 성장하면서 가정교육의 “과잉보호„때문이고, 어쩌면「내새끼 지상주의 부모 마음으로 자식을 편하게 해주다 보니 작은 고통도 너무나 힘들게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서울 신림역과 경기도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에 이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를 흉내낸 모방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살인예고„글이 잇따르면서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묻지마 범죄 아무 잘못도 없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범죄를 예상할 수도 피할 수도 없어 더큰 공포를 느끼게 되고, 치안이 잘 되어 있다는 우리 사회가 어쩌다 공공장소의 일상마저 불안감을 갖게 되었는지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신림역 30대 가해자는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 라고 말했고, 서현역 칼부림 용의자는 “특정 집단이 나를 스토킹하고, 죽이려 한다.” 라고 횡설수설하기도 했습니다. 이들 가해자는 자기감정에 함몰된 “사회적 외톨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2000년대 초부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일본의 은둔형 외톨이(히키 코모리)에 의한「묻지마 범죄」와 대단히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은둔형 외톨이(히키 코모리)의 발생은 왕따 ‧ 학교폭력 등으로 학교에서의 부적응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가족관계 및 자녀교육의 문제점으로 야기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한 두자녀의 상황에서 부모는 자녀를 과잉보호 ‧ 통제를 하게 되고, 자녀 역시 자연스럽게 부모에게 의존적이고 미성숙 상태로 성장하게 됩니다. 대가족에서 핵가족화 ‧ 소가족화가 진행되는 과보호의 여파로 부모에게 의존하는 캥거루족이 늘어나고「히키 코모리」들 발생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부모에게 순종적인 아이들이「히키 코모리 되기 쉽다고 하는데, 순탄하게 자라오던 어린 시절과 달리 성인이 되면서 경험하게 되는 여러가지 좌절을 극복하지 못하게 되고, 부모에게 미안한 마음과 원망을 동시에 가지게 되면서 점점 혼자만의 세계로 빠져들게 됩니다. 밖에 나가지 않기 때문에 주야가 바뀐 생활을 하거나 컴퓨터 ‧ 인터넷 중독에 빠지는 등 불규칙적인 습관으로 타인이나 사회와의 접촉이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은둔형 외톨이 생활은 자기비하 ‧ 피해 망상의 정신 질환을 갖게 되고, 심리적으로 궁지에 몰리면 폭력성을 드러내면서 범죄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50년 ․ 100년 후에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지도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저출산„의 문제도, 젊은이들이 결혼하지 않고 설사 결혼하더라도 아기없는 가정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2030 미혼청년들 40%는 결혼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47%는 자녀를 낳을 의향이 전혀 없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남성들이 결혼을 원하지 않는 이유로는 “경제적 문제„가 첫번째이고, 여성들은 “혼자 사는 삶이 더 행복하다„가 주된 이유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결혼하지 않고 아기 낳지 않고 현재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어느 정도의「행복감」을 유지하는 최상의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부모 세대가 자녀 한 두명으로 과잉보호의 가정교육을 지속하고, 성년이 된 후에도「내새끼 지상주의 부모 마음으로 자녀를 대한다면 결혼과 출산 문제는 영원히 해결될 수 없을 것입니다.




「내새끼 지상주의 Hot Issue가 된 것은 3만여명의 전국 교사 집회 현장을 다녀온 소설가 김훈씨가 “자기 아이만 생각하는 부모들의 그릇된 인식이 오늘날 공교육 붕괴의 원인„이라는 칼럼을 발표하면서 제기되었습니다. 자기 아이의 손을 꼭 잡고 함께 등교해주지 않는 부모는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이고, 학원에 직접 운전을 해서 아이들을 데려다 주지 않는 것은 나쁜 부모이고, 영어나 수학 캠프에 아이를 보내지 않는 것은 무관심한 부모, 해외여행을 계획하지 않는 것은 무능한 부모라 생각될 수 있습니다. 반세기 전보다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풍요로워졌으니 부모 의무사항이 많아진 것도 당연하지만, 내새끼의 소중함만 더욱 커져 자식의 과보호로 이어지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주도성 상실의 자식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내새끼를 최고로 잘 키우겠다는 부모의 열망 자체를 탓할 수는 없으나, 이를 달성치 못했을 때 죄책감과 열패감은 결국 젊은 부부로 하여금 애 낳기를 미루거나 포기하여 나라 전체를 “저출산„의 수렁으로 빠져들게 합니다.「내새끼 지상주의서 벗어나 독립심을 키우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녀 양육이 이루어질 때,「사회적 외톨이와 묻지마 범죄」로의 유혹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표이사 白 星 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