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발행년도 2021년 11월
제목 설악산 · 대청봉을 오르다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인 LG 부산공장 근무 때의 일입니다. 게시판에「집념의 마나슬루」저자인 김정섭씨가 “히말라야 등반”에 대한 특강 안내가 있어 호기심을 갖고 참석했습니다. 1971년 김정섭 삼형제(호섭, 기섭)는 1974 Everest 정복을 목표로 마나슬루 원정대를 꾸려 도전하지만, 김기섭 대원 등이 죽으면서 실패로 끝나게 됩니다. 한국 히말라야 원정 사상 최초의 조난으로 기록된 마나슬루 원정은 비극으로 마감되었지만, 이듬해 이들 형제들은「기섭」대신 막내 예섭이가 참가하는 2차 원정대가 재도전하게 되지만 김호섭 대장이 사망하고 또 실패하게 됩니다. 1976년 3차 마나슬루 등반 역시 뜻을 이루지 못해 4형제와 1명의 매부까지 전 가족이 동원된 등반에서 2명의 동생까지 히말라야에 묻고 왔던 집념의 산이고 비극의 산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특강은 책도 판매하면서 3차 원정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순회강연이었던 것입니다. 얼마간의 지참금을 기부하면 히말라야 원정대에 합류시켜 주겠다는 제안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산악 전문가는 나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아니라는 생각에 포기하기도 하였습니다.



등산을 하다보면 로프를 타고 암벽등반을 하는 산악인도 멀리 볼 수 있지만, 산길을 뛰는 산악 마라토너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산을 오르는 것만으로도 큰 체력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운동인데, 산길과 숲속을 달린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일까요? 오랜 시간 달리는 것도 힘든데 높고 험준한 산을 마라톤식으로 뛴다는 것은, 너무 위험하고 무모한 도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3시간 평지를 계속 달리는 마라톤 대회에서의 도전처럼, 높은 산을 달리는 대회를 통해 스트레스도 떨치고 삶의 활력을 불어넣고 완주했다는 기쁨·스스로에 대한 보람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등산과 마라톤의 기능과 장점을 합한 산악 레포츠의 하나가 산악 마라톤(climbathon)이며, 해외와 국내에서도 많은 대회들이 개최되고 있습니다.



산악 마라톤의 깜짝 놀라운 사건이 2003년 에베레스트산에서 발생하였습니다. 네팔에서 개최된「히말라야 국제 마라톤 대회」에서 85세의 노인이 고도 5,000m 이상에서 영하 10~20〫〫〫℃의 추위와 50% 이하의 산소 부족 상태로 42.195km의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는 것입니다. 대회 다음날 현지 신문들은 “히말라야의 영웅”, “세계 최강의 사나이”로 대서특필하였고, 기네스북에까지 등재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77세 때 무산소로 해발 6.645m의 히말라야「메라 피크」정상에 올랐고, 84세때는 아프리카 최공봉 킬리만자로의 등반에도 성공한 바 있어 여러가지 등반 세계 신기록을 갱신하기도 하였습니다. 그의 이름은「박희선」박사로 일본 동북제국대학의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선진학문에 대한 열망으로 다시 일본 유학을 떠났고 이때(1969년) 일본 참선계 최고 권위자인「경산노사」를 만나면서 “참선의 길”로 인도받았다고 합니다. 참선이란 단전호흡의 한 종류로써, 수련을 통해 자율신경의 균형과 호르몬 밸런스를 유지하여 성인병을 예방하고 노화를 방지하며 활기에 넘치는 인생을 즐길 수 있도록 인도해 줍니다.



작년에는 코로나 사태로 놓쳐버렸지만, 해마다 단풍철이 되면 북한산 친구들과 함께 설악산·대청봉을 오르곤 합니다. 좀더 젊은 날에는 봉정암이나 중청 휴게소에서 1박을 하면서 산행을 즐겼지만, 이제는 산속 잠자리가 불편하게 느껴져 당일 코스를 선택하여 새벽 출발하여 밤늦게라도 하산하곤 합니다. 내설악 백담사를 출발하여 마등령을 넘어 외설악의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가는 코스도 당일 코스가 가능하지만, 차량 이동 등의 불편함을 피하면서 한계령에서 중청·대청봉으로 올라 오색 약수터로 내려오는 것도 10시간이면 가능한 코스입니다. 새벽 6시에 서울을 출발해 휴게소에서 간단한 요기를 하고 9시부터 한계령을 서북능선을 타고「끝청」「중청」을 거쳐 대청봉에 올라 인증샷도 찍었습니다. 한계령 출발에서 삼거리까지는 계속 오르막길이라 체력이 많이 소진되긴 했지만, 능선을 따라 오르막 내리막 멋진 경치를 구경하면서 산행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꾸준히 건강관리를 잘해나간다면, 앞으로 10~15년은 충분히 설악산 등반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 뿌듯함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주위의 많은 친구들 그리고 지인들은 이 나이에 설악산 대청봉을 당일코스로 산행하는 것에 놀라움과 함께 걱정의 이야기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60여년을 등산해왔고, 지금도 토·일요일 주 2회 산행하는 습관을 유지하고 있어 10시간 정도의 코스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일요일 산행의「한뫼회」친구들과는 90세까지 북한산을 오르고, 설악산/대청봉은 85세까지 계속하자는 농담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북한산에서 만난 노년 등산의 모델인「정태화」선생은 87세의 나이에도 주 2회 산행을 즐기고, 꼿꼿한 자세와 또렷한 언변은 우리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게 해줍니다. 무엇보다도 체중의 3배 이상 무게를 감당하는 무릎의 퇴행 관절이 노년에 없어야 하고,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등산 스틱을 언젠가는 활용하여 무릎 부상을 막는 지혜도 가져야 산행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요일이면 한뫼회 친구들과 북한산을 오르고, 토요일은 wife와 청계산 산행을 빠짐없이 실행하고 있습니다. 한주간 쌓였던 피로와 stress를 떨쳐내고, 나무와 꽃 그리고 암벽과 계곡의 맑은 물과 대화를 나누며 자연 속으로 몰입하게 됩니다. 산행은 또한 우리들에게「여유로움」을 선물해주기도 합니다. 시간과 속도에 너무 쫓겨 자신의 영혼이 미쳐 따라오지 못하고, 행복을 찾아 달려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여유를 갖게 해줍니다. 산속에서 품어져 나오는 음이온과 숲에서 쏟아지는 피톤치드는 정신을 맑게 해주고, 모든 질병을 낫게 해주는 자연치유의 경이로움도 느끼게 해줍니다. “나무는 뿌리가 먼저 상하고, 사람은 다리가 먼저 늙는다”라는 속담처럼 불로장생(?)의 비결은 산삼·웅담·녹용에 있는 것이 아니고 “튼튼한 다리”에 있습니다. 튼튼한 다리를 위해서는, 연철이 단련되어 강철이 되듯이 힘들고 피곤하게 꾸준히 걷는 것이 좋은 방법이고 이중에서도 등산이 가장 좋은 수단이 됩니다. “산 정상에 병을 치료하는 종합병원이 있다”는 말처럼 오르기만 하면 두다리가 튼튼해지고 100살까지 무병장수할 수 있습니다.



북한산·청계산의 단조로움에 벗어나, 일본의 후지산 등 해외 유명산을 오르고 국내 설악·지리산을 찾기도 합니다. 설악산은 높은 고산이지만 천불동 계곡 등 금강산과 대비될 정도로 아름답고 색다른 매력을 풍기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끝나면 좀더 다양한 산악 스케줄을 마련하여 건강한 노후를 지켜나갔으면 합니다. 기업 CEO는 몸과 정신이 건강해야, 회사가 나아가야할 방향과 전략에 대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팀장과 사원들에 대한 리더십 발휘가 가능할 것입니다. 정기적 산행은 육체적 건강과 맑은 정신을 유지시켜주어 “수출을 통한 백년기업 실현”의 기업 경영도 올바르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해줍니다.





대표이사 白 星 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