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발행년도 2000년 10월
제목 선물 안주고 안받기


지난 추석 때 영업 과장과의 대화입니다.

과장 : 사장님! 아무래도 이번 추석 때는 거래선 담당자들에게 선물 좀 주었으면 합니다.

사장 : 지금껏 안 해왔는데... 이번 추석이라고 특별히 준비한다는 게 이상하지 않소?

과장 : 다른 회사들 경우, 필요한 사람들에게 성의 표시를 한다고 합니다.

사장 : 그래요! 명절에 선물을 해야만 영업이 된다면 거래를 중단해야 되겠지요. 2년 동안 애써 다져 놓은 “정도경영”을 무너뜨릴 수는 없지 않소?


옛날부터 내려오는 우리들의 좋은 관습이 기억납니다. 명절 때가 되면 신세졌던 주위 사람들에게 과일 한 박스, 정종 한 병, 넥타이 한 점 들고 인사가고, 선물을 받기도 하던, 情을 주고받던 아름다운 기억들이 생각납니다, 지금도 부산의 J씨는 명절 때가 되면 미역이나 멸치, 마른 생선을 보내주는 고마움을 보여주고 있고, 지금은 끊어졌지만 10여년동안 구정 때가 되면 맛있는 함안 곶감을 보내주던 K씨의 훈훈한 정은 평생을 두고도 잊지 못할 것입니다. 금년에도 명철 때 포도주 2병을 보내준 Gusko씨의 정성은 고마울 뿐입니다.

 

9월초 구매팀의 B社友가 원부자재 협력사 사장님들에게 우리 회사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을 Set로 만들어 보내주자는 품의서를 들고 온 적이 있습니다.

B社友 : 사장님의 뜻은 잘 알지만, 이번만은 협력사에 우리제품을 선물로 보내 그 동안의 협조에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사 장 : 나는 반대요. 당신의 뜻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선물을 받는 상대방의 입장은 어떠할 것 같소?

B社友 : 우리도 안 받아왔지만, 처음으로 회사제품도 소개할 겸...

사 장 : B兄의 결재를 거절할 수도 없고... 이번만은 보내고, 과연 이것이 타당한지 부과장 회의에서 토론 후 결정토록 합시다.

잘못된 결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원이 제안할 것을 거절할 수 없어 결재를 하여 돌려보냈습니다. 마침, 협력사 K사장이 방문하여 대화를 나누던 중,「LCC 제품의 추석선물」件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는 것을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 드리겠습니다. LCC와 거래를 시작한지 꼭 2년이 됩니다. LCC의 장점은 현금지불, 계획 발주 등이 있지만 무엇보다도「정도경영」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작은 것이라도 접대를 하지 않아도 되고, 담당 및 과장을 편하게 대할 수 있고, 명절이 되어도 특별히 신경 쓸게 없으니 얼만 좋습니까? 다른 거래선의 경우 추석 선물 준비하려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그런데... 이번 사장님의 결정은 무언가 잘못 된 것 같습니다. 자사 제품을 소개한다는 LCC의 뜻은 이해하지만 이를 받는 협력사들의 반응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이것이 연결고리가 되어 다음 명절 때「성의를 보여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라는 대답이었습니다. 저 자신이 내린 결정이 잘못이었다는 결론과 함께 부과장 회의에서 同件를 상정하여 각자의 이견을 개진케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간부 사워들이 “이번 결정은 잘못되었다. 전화로 협력사에 사과를 구하고, 회사제품이라 하더라도 명절 선물은 일체 하지 않는 것을 우리들의 전통으로 하자.”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최근, 제2의 IMF 위기론과 함께, 부실 기업의 퇴출 소식과 부실기업 가이드라인, 기업살생부 등이 매스컴 지면을 뒤덮고 있습니다. 또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과 和議절차 속에 있는 부실기업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신랄한 비판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국민혈세로 접대비 펑펑」이라는 기사내용, 기업부실에 책임져야 할 해당 기업주는 업계대표로 행세하고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는 비난들, 부도를 내고 법정 관리에 들어간 모 건설업체가 이면계약을 통하여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였다는 뉴스들은, 아직도「선진국 진입」이라는 우리들의 희망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기업의 설립과 운영은 은행 빚으로, 공사 수주와 거래는 청탁으로, 각종 인·허가는 뇌물을 통한 특혜로, 기업경영은 불투명하게 운영하는 대한민국의 기업 자화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 뿐입니다. 서구인들이 보고 있는「대한민국=부정, 부패공화국」의 굴레를 벗을 수 있을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정성을 담은 작은 선물을 주고받는 좋은 관습이 이제는 엉뚱한 모습으로 변모하여, 기업체는 과중한 부담으로 자리잡고, 거래 당사자에게는 거래의 편의와 특혜제공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관계 공무원에게는 불법·편법처리를 위한 방법으로 악용되는「부패의 모습」으로 변질되어 버렸습니다. 우리 LCC는 작은 중소기업들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선물 안주고 안받기」운동을 직접 실천해 나감으로써「부패 공화국의 오명」을 벗겨 나가는 데 작은 밑거름이 되길 희망합니다.

또한 이 이길만이「올바르고 건전한 우량 중소기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굳게 믿고 있습니다.



대표이사 白 星 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