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발행년도 2016년 5월
제목 경쟁이 없는 가정/직장/사회



집안 청소를 위해 1주일에 한번 오는 「가사도우미」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남편의 사업실패로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그 아주머니는, 어느 의사 부부의 집에 입주해 일하고 있으며 쉬는 토요일은 우리집의 부엌일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집 부부는 병원일도 잘 되고 부부 사이도 원만한데, 단 한가지 걱정이 외동딸(초등3년)의 교육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입니다.

학교 공부는 뛰어나게 잘하는데, 성경이 괴팍하고 말버릇이 나빠 입주 아줌마들에게 말도 하대를 쓰고 가끔 욕도 하니 2~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 둔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줌마 월급도 많이 줄 수밖에 없고, 본인도 몇번 고비가 있었지만 이제는 포기하고 저애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 잘 견디고 있다는 것입니다. 의사부인의 말이 “저 애가 성격 때문에 학교에서도 따돌림 받고, 커서도 외톨이가 될 것 같아... 걱정이 많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 합니다. 결국 맞벌이를 하다 보니 자녀교육에 어려움이 있어 “하나 낳아 잘 길러보자”는 생각에 외동딸로 키우고, 형제간에 경쟁없이 지나친 과보호에 아이는 빗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요즈음 핵가족 아래 자녀는 한 둘이다 보니, 아이가 기죽지 않게 자녀가 해달라는데로 해주고 오히려 자녀가 원하지 않아도 미리 알아서 다 챙겨 주곤 합니다. 내 자식만큼은 자신이 살아온 시행착오를 반복케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장난감 ․ 컴퓨터 ․ 게임기 ․ 스마트폰 등 부족함이 없도록 사주곤 합니다.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도 영어 ․ 미술 ․ 피아노학원 ․ 태권도 도장을 보내며, 그걸 왜 배워야 하고 배워서 어디에 쓸 것인지 알 필요 없이 이웃집 아이 가니 따라 갑니다. 이렇게 자란 아이는 부모에게 고맙다고 생각보다 당연히 해주어야 하고, 자기는 왕자처럼 대접 받아야 한다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필요한 것, 어려운 일도 부모가 해결해줄 것이라 믿고, 경제관념도 없어 돈이 필요하면 은행에 가서 찾으면 되는 줄 알면서 성장합니다. 과보호로 키운 아이는 겉보기는 멀쩡하지만 창의력 ․ 의욕도 없는 무기력한 존재가 되고, 살다가 힘든 일을 만나면 쉽게 좌절하고 사회성도 문제해결 능력도 없는 시키는 대로 하는 꼭두각시 같은 인간이 되어버립니다. 또한 과보호로 자란 자녀들은 자기가 원하는 데로 되지 않으면 불평 ․ 불만을 터트리고, 주위 사람들과 조화롭게 어울리지 못하고 여기 저기 떠돌이 생활을 지속하며 직장 생활을 옮겨 다니기 일쑤입니다.

젊은이들이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해진 「나홀로족」이 늘면서, 자발적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도 함께 많아지고 있어,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2%가 “자발적으로 혼자 점심을 먹는다”는 것입니다. 이 밖에도 「혼술」(혼자 술 마시기) 「혼영」(혼자 영화보기)등 “나 홀로 문화”가 성행하고 있어, 인간관계에서 감정 소모를 겪거나 치열한 경쟁으로 타인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을 때 “나 홀로족”을 자초하게 된다고 합니다. 국가나 사회 ․ 가족 중심에서 개인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로 이동됨에 따라, 사람들이 집단의 요구보다는 개인의 요구와 취향을 더 중시하게 된 것이 나홀로족을 만드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또한 PC 스마트폰 등 혼자 즐길 수 있는 다양한 IT기기들, 굳이 실제로 만나지 않아도 여러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한 SNS등의 온라인 네트워크, 개인의 취미를 개발할 수 있는 다양한 스포츠 센터나 학원, 혼자서도 잘살아 갈수 있는 생활환경들이 나홀로족의 증가를 가속시키는 요인들이 되고 있습니다.

요즈음 젊은 사원들을 눈여겨보면, 혼자서 하는 일은 곧잘 해내는데, 동료들과 또는 타부서와 함께 하는 일들은 어색해 하기도 하고 상당한 어려움을 토론하기도 합니다. 신제품 개발이나 중요 업무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안 마련 등은 토론이나 Brain storming 방식 등으로 여러 부서 여러 사원들이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 의견 개진을 잘 하지도 않고, 다른 동료에게 협조 요청을 하지도 않고, 팀장에게 도움 ․ 코칭 요구도 하지 않습니다.

옆자리의 동료에게 업무 협의하는 대신 E-mail 이나 MSG 보내는 것으로 대신하는 것을 선호하니, 공장 업무의 대부분이 원부자재 구매, 제조 ․ 생산 ․ 품질관리, 공무와 협조하여 최선책을 마련하는 시너지 창출에 구멍이 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상당수의 신입 사원들이 1~2년을 넘기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 두고 옮겨 가는데, 대부분 기업 문화에 적응하고 동료들과 협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는 “이 곳은 내 적성에 맞지 않는 직장이다”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것입니다. 기업이 원하는 바람직한 인재상은 영어실력이나 전문성보다 “조직 적응력과 협동심”“인간성과 원만한 대인관계”인데... 이는 자녀 한 두명의 과보호 가정에서 성장했고 학교 역시 공정한 경쟁과 협동의 교육 ․ 훈련이 부족했기 때문에 다른 동료들과 함께 추진하는 업무를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1987년 본인이 근무하던 L기업에서 민노총에 의한 파업이 일어나면서, 노동조합이 회사에 요구한 몇가지가 기억에 생생합니다. “우리 근로자들에 대한 근무평가를 거부한다. 특진(포상)도 없애고 징계도 하지 마라 따라서 임금 인상율과 복리후생은 매년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하라”는 민노총 노동조합 요구에 따라, 그때까지 해오던 사원들(노동조합소속)에 대한 인사고과제도가 폐지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사원들의 근무 평가가 사라지고, 좋은 성과를 거두어 포상 받는 사람도, 잘못한 업무에 대해 징계 받는 사원도 없는 “경쟁이 없는 조직”으로 변모하게 되었습니다. 품질이나 원가절감에 대한 제안이나 추진도 할 필요성이 없어지고, 설사 업무 실수로 회사에 피해를 주더라도 노동조합의 방어에 따라 징계를 받지 않으니 무사안일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 잘하는 사람이나 일 못하는 사람이나 똑같은 대우를 받는 조직이니, 새로운 idea나 제안으로 좋은 실적을 만들어 회사도 발전하고 개인의 성장도 함께 도모하는 노력들은 깡그리 없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민노총이 있는 대기업들은 국내 투자는 기피하고 해외에 대규모 투자로 이어져 젊은이들의 취업난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현대 자동차는 2008년까지만 해도 국내 60% 해외 40% 생산이던 것이 2015년에는 국내 37% 해외생산 63%로 확대되었고, 삼성전자 역시 휴대폰의 50% 이상을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으니 엄청난 일자리를 외국으로 빼앗겨 한국제조업의 토대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사상 최악의 적자 안중에 없는 현대 중공업 노조의 황당한 요구”라는 신문 논설 제목이 많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2013년 4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9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이기간 누계 적자가 4조 9,000억 원이 넘고, 금년 1분기 수주 실적은 고작 3척(2억 달러)에 불과해 선박 도크가 비게 될 것이라는 상상도 못할 일이 목전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저임금을 바탕으로 하는 가격 경쟁력의 중국과 엔저에 의한 일본 조선 산업의 기술 경쟁력에 선박 물량 수주를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강성노조(민노총)는 급여인상 6.3%와 실적에 관계없이 250%의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고, 매년 100명이상의 해외연수 실시(해외여행을 뜻함) 기존 합의되었던 임금 피크제의 폐지 ․ 사회 지탄을 받고 있는 고용세습의 강화 ․ 사외 이사의 노조 추천과 징계 위원회의 노사 동수 구성 등 경영권 침해 사항들도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고 뛰어도 부족할 때에 강성 노조의 무리한 요구는 경영 악화와 함께, 결국 회사는 문을 닫게 되고 직원들은 직장을 잃게 되는 노사 공멸의 길을 가게 되는 것입니다. 조선업의 특징이 주문 생산(건조)이고 노동집약적 산업인데, “연봉 일억 원의 용접공이 만든 배”가 세계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없고 강경노조(민노총)에 의한 고임금 ․ 높은 복리후생비를 감당하면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선박이 건조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고임금의 배경이 자신의 역량과 경쟁에 따른 것이 아니고, 파업을 미끼로 강경노조가 회사로부터 탈취한 것임)

우리나라가 세계경제포럼(WEF)의 2015년 국가경쟁력 종합평가에서 지난해와 동일한 26위를 기록했지만, 경쟁력 하락의 3대 원인이 노동(83위) ․ 제도(69위)와 함께 금융경쟁력 87위가 가장 심각하게 지목되고 있습니다.

국가 경쟁력 순위는 2007년 11위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떨어지고 있고, 특히 금융경쟁력 순위는 우간다(81위) ․ 나이지리아(79위) ․ 가나(76위)등 아프리카 후진국보다도 낮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의 원인으로는 과도한 규제 및 정부 개입의 관치 금융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선진 금융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출이자와 수수료 수입으로, 먹고 살면서 핀테크 ․ 디지털뱅킹 ․ 미래 은행 등의 새로운 혁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금융개혁의 가장 큰 장애요소는 “호봉제에 따른 은행원의 고임금 체계와 노조”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인 것 같습니다. 회사의 부실 자산을 털어내고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국내외 경쟁사와 싸워야 하는 금융 사업 자체보다 노조와의 갈등을 푸는 게 가장 어려운 문제라는 것이 은행 CEO들의 지적입니다. 또한 은행권 평균 급여가 타 산업보다 월등히 높으면서, 은행원들의 성과와 연동되는 임금체계가 아니고 세월만 가면 자동 인상되는 호봉제 체계라는 것이 금융 개혁을 가로막는 가장 나쁜 폐단이라는 지적입니다. 한마디로 조직 구성원들간에 경쟁이 없는 경쟁을 할 필요없는, 자기개발과 도전없이도 정년까지 편안히 지낼 수 있는 금융권이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할 것입니다.



입시 위주 교육을 개선하고, 고등학교간 학력차를 줄이고 사교육비를 없애자는 목적으로 출발한 「고교평준화」역시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욱 더 부각되고 있습니다. 교육의 질이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기준으로 맞추어지기 때문에 재능있고 유능한 인재는 기회를 모조리 박탈당하는 불평등이 야기되고, 경쟁이 없는 조직이 발전해 나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전교조를 중심으로한 「교원평가제」의 반대 주장도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하는 교사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경쟁 심리를 자극하여 더욱 노력하게 만드는 좋은제도”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의 중심이 되는 교사들이 평가받지 않겠다는 것은 결국 “경쟁이 없는 조직”에 남아, 현실에 안주하고 개선 ․ 발전하지 않겠다는 것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사유재산을 부정하고 공유재산제도의 실현으로 빈부의 차이를 없애겠다는 “공산주의”는 모두가 잘 사는 평등한 사회(Paradise)를 만들겠다는 사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능력껏 일하고 능력의 대가를 가져가는 반면, 공산주의 능력껏 일하고 똑같이 가져간다는 것이니 인간의 욕구인 「소유욕」을 철저히 배제하는 것은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론이었던 것입니다. 결국 경쟁이 없는 “공산주의 사회”는 멸망할 수 밖에 없고, 소련을 위시한 모든 실질적 공산주의 국가는 패망하게 되었던 것입니다.(중국 ․ 쿠바는 준자본주의 국가이고, 북한 역시 몇년내 멸망할 것임)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서의 경쟁은 승자와 패자가 철저히 구분되는 적자생존의 특성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성취하고 발전하기 위한 경쟁이고 긍정적이면서 생산적인 경쟁이므로 인간의 자유를 누리면서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경쟁으로 인간의 본성인 게으름이 타파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노력하는 경쟁의 사회가 보다 공정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요?



자녀 한명은 과보호가 될 수 밖에 없고, 2~3명의 자녀를 두어 성장하면서 가정에서 경쟁과 협동을 배우게 해야 합니다. 기업 역시 조직 구성원들간에 공정하고 선이의 경쟁이 있어야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인재육성과 정도 ․ 투명경영의 기업문화로 경쟁의 우위를 갖출 때만이 수출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패전의 잿더미 속에서도 우리나라가 이룩한 놀라운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 정착은, 국민들에게 가혹한 측면이 있긴 했지만 세계에서 가장 경쟁적인 사회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세계적인 역사학자 토인비가 즐겨했다는 「경쟁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영국 북쪽 바다에서 잡은 청어를 아무리 노력해도 런던에 도착하면 모두가 죽어 있었다 합니다. 한 어부의 아이디어로 청어 통에 메기 한마리를 집어 넣었더니 메기에 먹히지 않으려고 계속 도망다니다 보니 건강하게 살아 있었다는 것입니다. 살아남기 위한 몸무림(경쟁)이 결국청어를 싱싱하게 만드는 비결이었습니다.”







대표이사 白 星 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