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발행년도 2012년 10월
제목 사장으로 산다는 것



이제 창업하여 기업경영을 해온지도 15년- 나름대로 어떻게 중소제조업을 이끌어가면 되는지의 Knowhow를 조금씩 터득하고 있는 셈 입니다. 고객만족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직원들을 어떻게 교육·훈련시키고 잠재능력을 발휘하게 되는지? 협력사와의 WIN-WIN 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품질·가격 경쟁력은 어떻게 갖추어 가는지? 그리고 정도경영과 투명경영은 어떻게 추진되어야 하는지? 등 기업경영의 여러 부분에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또한 이들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결국에는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나 자신의 생각은 많이 다르지만,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LCC와 저를 성공(?)한 기업이라 평가해주고 있어 직장의 선후배들이 자주 제조업 창업에 대한 문의를 해오기도 하고 방문하여 의논을 하기도 합니다.

 

"회사를 그만 두면서 적당한 Item이 있어 창업 할려고 합니다. 나는 큰 욕심이 없고, 그저 소일삼아 해볼까 합니다.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까요?" 어떤 사업인지, 투자금액은 얼마나 예상하는지, 그리고 매출규모와 경쟁회사들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됩니다.

“모기업에서 1~2년은 봐주겠지만, 그후에는 독자적으로 꾸려나가야 할텐데,,,신제품개발에 따른 추가투자 그리고 다른 동종업체와의 가격·품질 경쟁력은 계속될 수 있는지요?〟대부분 초기 투자만 염두에 두고 계획을 수립하지만,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대한 추가 시설투자들은 감안하지 않고 진행하게 됩니다.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기술과 시장변동에 따라 추가 투자는 필수적인데, 잘못하다가는 있는 재산 전부 날리고 신용불량자가 되어 주위 친지들에게도 피해만 주게 되겠지요, 옛날과 달리 이제「패자부활전」이 없어졌고, 대표이사는 회사의 모든 것에 대하여 함께 보증을 서야하니 회사가 어려워지면 개인적인 모든 것들도 내어 놓아야 합니다. 그렇게 될 경우 가족은?...″



“더구나 중소제조업은 온몸을 던져도 될까 말까인데, 욕심없이 소일거리로 한다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습니다. 공장 건물과 설비는 용도가 없으면 고철에 불과하여 아무것도 회수할 수가 없습니다.” 사업포기를 종용하는 조언을 듣고는 유쾌하지 않은 표정을 짓고 돌아가지만, 몇년의 세월이 흐른 다음 오히려 그때의 이야기가 큰 도움이 되었다면서 고마움을 표시하곤 합니다.

얼마전「SBS스페셜」의 “사장님의 눈물„이란 프로를 보게 되었는데, 한때는 자신의 기업을 운영하는 “사장님„이었지만 한번의 사업실패로 신용불량자로 전략하고 가족들에게도 외면당하는 前(전)중소기업인들의 재기를 위한 「(재기중소기업인)수련원」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장미빛 미래를 꿈꾸며 기업경영에 전력투구하였지만 사업계획의 오판, 대기업 횡포, 지인의 배신, 금융위기와 자금 부족으로 사업에 실패한 前 CEO들은 인생의 패배자로 낙인찍혀 지옥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었으나, 남해의 외딴섬 국도에 모여 재기의 몸부림을 치며 벼랑끝에서 자신을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수련원에서 한달간 머무르며 산책과 명상,독서를 통해 마음을 치유하며 그동안 사로잡혔던 절망과 분노, 소외감에 치를 떨던 그들은 “용서„를 떠올리며 세상을 마주하는 용기를 얻게된다는 것입니다. 수료식을 앞두고 숯불위를 맨발로 걸으면서 어떠한 어려움과 고통도 이겨내겠다는 마음의 다짐, 자기자신과 세상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면서 흘리는 그들의 눈물에서 미래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한해 폐업 신고하는 업체가 80~90만에 이르고 있다고 하니, 매년 수십만명의 인생패배자·낙오자를 양산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어두운 모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LCC창업은 1997년 9월 BDF의 권유로 Nivea제조 공급을 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건설자금의 부족과 제품의 계절성(Seasonality)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크다란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동년 11월 사상초유의 IMF 금융위기로 많은 중소기업들이 도산하고 은행 금리도 년20% 이상으로 치솟아 자금확보에 비상이 걸리고, 창업과 동시 최대 위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건설/운영 자금을 구하느라 동분서주 쫓아다녔지만 친지들의 싸늘한 응대는 “왜 내가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전재산을 털어 이 고생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자책의 시간을 가졌어야 했습니다. 돈 빌려줄 사람이 있는지 하루에도 몇번이고 전화번호부를 펴고 다이얼을 돌리다가 끊어버리곤 하였습니다.

금융위기는 겨우 겨우 넘겼지만 매출은 정체되고 수익성은 점차 악화되었고, 인기 탈렌트를 모델로 하여 출시한 신제품들의 품질 Claim으로 이제 사업을 접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기도 하였습니다.



2005년에는 나 자신 암수술로 더 이상 기업경영을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정리하고 낙향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모든 사업을 매각하는 수순을 밟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중소제조업의 평균수명은 대기업 30년과 달리 겨우 10년에 불과 하지만 기업의 체력이 더욱 떨어지고 경영환경도 점점 열악해가고 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은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세계최고의 기술력, 대중소기업간의 상생 협력관계, 그리고 일관된 정부의 산업정책으로 100년이상의 중소기업이 15,000개 이상이 된다고 하니 우리와 비교도 되지 않는 장수기업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한국적 현실에서 우리 LCC는 얼마나 버티어 나갈 수 있고, 크고 작은 위기에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지 않을까? 도산의 경우 우리 LCC 가족들은 직장을 잃고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러한 사태가 올 때의 책임은 전적으로 CEO인 나자신에게 있고,어쩌면 씻을 수 없는 큰 죄를 짓게될 것이라는 마음의 고통도 가지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기업의 도산은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과 우려는 항상 머리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언젠가 가까운 친구가 “다시 태어나도 지금처럼 사업을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습니다.

저는 단호하게,“다시는 사업을 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고 결단을 내려야 하고 혼자 외롭게 고뇌해야 하는 CEO는 내게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러면서 저는 이렇게 말을 이어 갔습니다. “아마 내가 중소제조업의 CEO가 된 것은 전생에 많은 죄를 지어, 사람으로 태어나면서 업보를 치르고 있다"는 생각을 토로하기도 하였습니다.

노력하여 찾아보면, 연구·개발을 맡아주고, 생산 전체를 책임지고, 영업을 대신해주고, 재무·회계를 해결해줄 적임자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수십억원이 투입되는 투자결정이나 사업전략과 수출 장기계획의 수립에는 고뇌와 함께 CEO의 결단이 따라야 하고 회사의 중요 고비때마다 겪는“가슴앓이"는 그 어느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습니다. 혼자만의 싸움과 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아내와 자식 그리고 가까운 친구에게 하소연할 엄두도 나지 않습니다.

 

중소기업 사장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이세상 고민을 모두 떠안고 있는듯한 착각도 하고 가슴이 타들어 가는듯한 정신적 고통은 겪기도 하지만 그래도 남들이 가질 수 없는, 60이 휠씬 넘은 CEO가 누릴 수 있는 특권(?)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도, 꿈과 Vision을 가슴에 안고 도전할 수 있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나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내가 아직도 해야될 일이 있고 이루어 내어야할 대상이 있다는 것은, 젊은이 못지 않게 간절히 염원하고, 가슴뛰게 하는 열정의 소리를 스스로 느끼게 합니다. 남들은 10년전 은퇴하여 노후(?)를 즐기고 있다지만, 한편으로는 20~30년을 무료하고 따분한 세월일 수 밖에 없는데 열심히 도전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Double의 인생을 살고 있고 이것은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행복의 요소가 될것입니다.“무역의 날„에 100만$·500만$·1000만$ 수출탑을 수상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수출Container가 줄을 잇고 외국Buyer들이 오전·오후 방문하는 LCC공장을 그려보는 것은 너무나 행복합니다.

 

매일 새벽「국선도」를 수련하면서 육체적 건강을 다지고, 명상을 통해 항상 남을 배려하고 베푸는 바음을 정립하고 출근길에 나선다는 것은 너무나 상쾌한 일입니다. 아들·며느리와 함께 집을 나서 출근한다는 것은 아버지로서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숨을 거둘때까지 일해야한다는「자녀교육」의 본보기를 몸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매주 북한산을 오르고 틈틈히 체력을 연마하여 정신력과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중소기업 CEO의 의무이고 마땅히 해야 할 도리라는 생각을 갖습니다. 대형 품질사고로 인한 사후 수습책은 뼈가 녹는듯한 고통을 가져다 주고 사람으로 인한 회사의 어려움은 짙은 배신감을 느끼게 하지만,“할수있다„는“긍정적 Mind„를 바탕으로 한 정신력을 갖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겨낼수 없습니다.

 

회사의 젊은사원들과 Meeting을 가지고 리더할려면 매일 매일 배우고 노력하는 자세를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백년기업이 되고 수출기업이 되기 위해서 인재를 길러야 하고, 사람을 키우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대화와 코칭으로 동기부여와 격려를 계속해야 합니다.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고 참신한 Idea를 내어 기업의 活力을 불어넣어야 하고, 변화와 혁신을 리더하는 CEO가 되기 위해서는 성실한 자세를 견제하며 독서에 충실하고 항상 배움의 열정이 타올라야 합니다.

“그래도 사장한테 배울게 많다„라는 이야기를 조직구성원들에게 들을수 있어야 합니다. 

숨쉬는 동안 끊임없이 두뇌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육체적 건강에도 보탬이 되지만, 노후에 겪을 수 있는 치매만은 절대로 피해갈 것이라는 희망섞인 확신을 갖게 합니다.

 

또한 일을 하므로써 갖게되는 경제적 안정감은 스스로 당당함을 갖게 합니다.“노년무전„이 인생의 3대 비극이라 하듯이, 친구들에게 소주값 낼 수 있고, 손자·손녀에게 용돈 잘주는 할아버지가 되고, 어려운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나 스스로 행복감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돈이 부족하면 우리의 삶은 불편하고 힘들어질 수 있고, 선택의 폭과 자유가 제한될 것이고, 하고 싶은 일에 메달릴 수 없습니다. 끼니를 걱정하고, 필요한 비용을 지불할 수 없고, 갚아야할 돈이 있는 사람은 숭고한 이상과 가치있는 목표를 추구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것은 정신적 안정을 가져다 주고, 주위사람들과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맺어가는데 도움을 주고, 올바른 정신과 재능을 계발하는데 필요한 시간과 자원을 제공해줍니다.“돈은 훌륭한 하인이지만,나쁜주인이기도 하다„라는 영국의 속담을 유념한다면 경제적 안정은 분명 행복한 삶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연히, 정말 우연히 시작한 사업이긴 하지만, 이제 후회할 수도 없고, 길을 바꿀수도 없습니다. 크다란 성공은 아니더라도 무언가 이루었고, 작지만 강한 중소 수출기업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을 반드시 이룩해낼 것입니다. 그러면서 보람을 느끼고, 성취감을 느끼고 그리고 이웃과 나누는 행복감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CEO가 되고 싶습니다.

 

대표이사 白 星 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