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발행년도 2010년 9월
제목 대기업의 횡포


몇년전 서울 양재동 H Group 사무실 앞에서 몇달간 하루도 빠짐없이「1人시위」를 벌이고 있는 한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나이 70인 이인애 할머니가 이처럼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유는 단한가지, H 정공에 납품한 제품 대금을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화물열차 등에 사용되는 부품이나 시설을 생산하고 있었던 정신산업은 1990년대 후반 다른 중소기업들이 IMF위기로 부도를 내거나 어려움을 겪을 때도 적자 한번 낸 적 없는 우량 중소기업이었고, 주거래 은행이 무담보 신용대출을 해줄 정도로 재무상태가 좋은 회사였습니다.「정신산업」의 악몽은 1999년 7월 오스트리아에 수출하는 화물열차에 부착되는「리프팅 장치」를 만들어주는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견적가의 40%이상을 Nego당하여 계약을 거부하자 추가발주를 정상가격으로 해주겠다는 약속으로 계약을 무리하게 강행하였다고 합니다. 설계도면의 하자로 수백차례의 제작변경이 일어났고 끝내는 이미 만든 리프팅 장치를 폐기하고 새로 제작하는 일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기존 제작금액과 신규제작 모두 60~70억원의 대금을 받지 못한「정신산업」은 끝내 부도가 발생하였고 이의 해결을 위해 H Group 회장을 면담하기 위한 1인시위를 계속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인애 할머니가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계약을 체결하고 이행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기막힌 일”들은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에는 낯설지 않은 사건들입니다. 특히 자동차 협력업체들의 경우 매년 3~4%의 납품단가인하를 모기업으로부터 요구받고 있어 공정개선을 통한 원가절감, 공장의 해외이전, 일부부품의 해외 아웃소싱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하지만 10년쯤 지나면 적자에 견디다 못해 결국 공장문을 닫게 됩니다. 자동차 산업은 2만여개의 부품으로 조립, 생산되는 대표적 종합기계 산업으로 전후방 연관효과가 크고 고용창출에 높은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완성차 회사의 1차 협력업체 900여개 16만명, 2차 협력업체 4만명, 3차 협력업체까지 150만명의 종업원들이 일하고 있어

이들 중소기업의 파산은 많은 종업원들의 실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계속적인 단가인하와 협력사 부도라는 악순환은 모기업의 국제경쟁력 약화로 연결되고, 끝내는 Toyoda자동차의 Recall사례처럼 품질결함으로 인한 회사경영위기를 불러오게될 것입니다. 최근 삼성과 현대차등 대기업들이 거둔 사상최대실적은 “중소기업 종업원이 만든 피눈물의 결과”라며 분통을 터트리는 경영자들도 있습니다. 이밖에도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력과 특허를 가져가 경쟁중소업체에 나눠주고 단가조정의 지렛대로 사용하는 일, 계약서 없이 구두 발주하여 재고와 손실을 떠안기는 일들도 일반적 관행입니다. 무엇보다도 수사관, 세무조사요원들 못지않은 위압적이고 강압적인 자세로 원가계산내역, 급여대장, 재무제표등 회사기밀사항을 들추어내어 단가인하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갑과 을의 관계”에 기인한 술과 골프접대 그리고 비자금 명목의 돈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최근 모 대기업에서 협력사 대표들과 정기적 골프모임, 금품수수 등으로 수십명의 간부사원들이 해고된 사례들이 매스컴에 소개되었는데, 평소 그들이 입버릇처럼 외치는 정도경영·윤리경영은 빈수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몇년전 우리 LCC도 납품하는 대기업으로부터 비슷한 수모(?)를 겪은 일이 있습니다. 모기업의 경상이익이 계획대비 차질이 생긴다는 이유로「100억원」의 원가절감을 계획하였고 대부분은 납품단가를 강제 인하하는 것이었습니다. 힘있고 특수관계에 있는 협력사들은 흉내만 내개하고, 아무연고 없는 협력사들에게는 20~40%의 임가공비 인하를 요구하였습니다.

끝내 회계장부를 강제 열람하고는, 접대비는 어디에 사용하였는지, 왜 이렇게 많은 수선비가 소요되었는지, 심지어 대표이사가 타고 다니는 승용차는 무엇이고 몇년 되었는지 라는 세무조사같은 엉뚱한 모습으로 변질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 회사처럼 매출액 비율이 20%미만인데도 이렇게 무모한 짓을 저지르는데, 전량납품 또는 50%이상 매출비중을 가진 중소협력사에는 어떤 횡포를 부렸을까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그후, 또다른 단가인하를 요구하자, 2009년에는 회사가 자진하여 거래중단을 선언하기에 이르렀고 30억원이라는 매출 차질과 고정비 부담은 발생하였지만 신규고객과 신제품출시등 새로운 도전으로 이를 극복해나가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원자재가격 상승. 환율변동, 임금인상등 원가상승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그 부담을 협력업체에 전가하는 관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단가 인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세무조사에 버금가는 협력사 회계장부 사찰도 마구잡이로 일어나게 됩니다. 때로는 모기업의 노동쟁의에 따른 생산 중단, 이로 인한 협력사의 가동중단에 따른 피해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지만, 협력사의 공급차질을 과중한 Penalty를 부과받는 불공정거래가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대기업의 또다른 횡포는, 신규투자가 많이 따르는 제품을 Outsourcing하면서 판매수량을 고의로 높여 단가를 낮추는 수법을 쓴다는 것입니다. 생산수량을 높여 원가 계산상 감가상각과 금융비용을 줄이면 임가공비는 낮아지지만 생산을 계속할수록 OEM회사는 적자의 폭이 깊어지게 됩니다.


7년전 LCC도 똑같은 사례를 겪은 바가 있었습니다. 월간수량 465,000개를 전제로 약 15억원을 투자하여 OEM생산을 시작하였으나 1년이 지나자 100,000개로 줄고 또다시 5~6만개로 감소하여 도저히 견디기 어려워 생산포기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업철수에 따른 수억원의 손실도 억울했지만, 생산중단에 따른 괘씸죄에 걸려 7,000만원의 이유없는 Penalty도 물게 되었습니다. (대기업)사장 면담도 거절당하고 시끄럽게 하면 나머지 OEM제품도 철수시킨다는 은근한 협박 때문에 모든걸 억지 수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사건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대기업횡포의 전형적인 사례이고, 지금도 가슴의 응어리로 남아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특징인 “자유시장 경제”"무한자율경쟁“의 관점으로 본다면, 대기업들의 횡포나 중소기업 영역의 침범은 당연한 논리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경제 전반을 ”약육강식“의 시각으로만 바라보고 이러한 정부·사회의 상생요구를 불필요한 간섭으로 못마땅해 하는 것이 대기업 입장인 것 같습니다. 대기업의 성장과실이 중소기업과의 합리적 배분이 있어야 하고 중소기업들이 노력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 확보에 대기업들의 상생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고 사회전반에 형성된 공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업 숫자로 99%, 고용비율의 90%, 국가경제 성장기여도가 78%에 이르고 있는 중소기업의 중요역할을 고려한다면 너무나 당연하다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앞에 전개되는 현실은 정부나 대기업이 급한 불을 끄고 소나기를 피하자는 생각으로 “상생”을 대대적으로 발표하고 있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갑과 을”의 수직적 관계로 환원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주요 대기업들은 공전의 호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에게는 그 혜택이 전무하고 부도에 목을 매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수평적 상생관계로 바뀌고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대기업의 주도적 역할이 요구되고 있고, 이를 제도화 하려는 정부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중소기업 역시 스스로 체질을 강화하여 품질·가격경쟁력을 높이고 성장의 동반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경축사를 통해 “공정한 사회구현”을 제시하면서 승자독식이 없어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도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댕기머리 샴푸로 유명한「두리화장품」이 “한방의 Concept으로 홈쇼핑광고로 공전의 히트를 쳐 중소기업의 성공사례로 소개되고 있지만, LG생활건강의「리엔」, 태평양「려」, 애경의「에스따르」등 대기업제품에 추월당하고 있습니다. 막대한 자본에 의한 광고 마켓팅과 유통채널로 중소기업제품을 압도할 수밖에 없어 년 500억 매출의 두리화장품은 선두자리를 빼앗겼고, 가격 협상에 실패하여 “E마트”에서도 철수할 수밖에 없어 이회사의 존립여부는 몇년 내에 결정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스팀 청소기”로 성공한「한경희 생활과학」역시 삼성전자와 LG전자에게 선두자리를 넘긴지 오래되었고, 중소기업이 지켜왔던 막걸리 시장도 금명간 대기업에 의해 점령될 것이 분명합니다. 국순당 참여 이후 CJ·농심·오리온 등이 뛰어들었고 진로나 롯데주류의 참여도 확실시 되고 있어 전국 수백개 막걸리 양조장이 공급하는 5000~6000억원의 막걸리 시장도 대기업에 점령되고 그들 영세업체 모두 문을 닫게 될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대기업들의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6조억원대에 이르는 상조업, 석유판매업 그리고 커피자판기 시장에도 뛰어들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대형 유통업체들이 100평미만의 소형슈퍼에 본격 진출하므로써, 골목구멍가게를 싹쓸이하고 주변에 있는 잡화점/채소/과일/정육점들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어 커다란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고 중소기업들의 사업조정신청이 급증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대기업의 또다른 횡포가 Group사내에 MRO(Maintenance, Repair&Operation의 약자로 기업의 생산 관련 원부자재를 제외한 소모성 자재를 뜻하며 사무용품, 청소용품, 공구, 기계부품 및 윤활유들이 있다)회사를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Group사 빌딩관리를 전담하였으나 소모성자재 구매를 추가하였고 최근에는 원부자재 구매로 확대되고 있어, 본사·공장인근의 협력소상인들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심각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우리 LCC도 비슷한 사례를 겪고 있습니다. office 빌딩, 고급음식점, 골프장 등에 공급되고 있는「Dispenser 가글」시장에 어느 대기업이 사업을 시작하여 Group사내에 설치 운영되던 기존 Dispenser를 철거시키고 자사제품을 사용케하고, 기존 생활용품 대리점으로 영업을 시작하였습니다.

Dispenser는 중국제를 수입하고 내용물 가글은 중소업체에 하청을 주어 조달공급하고, 대기업으로써는 적자운영이 불가피한데도 겨우 년 10억원에 불과한 중소기업영역을 파고드는 것을 보니 정말 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대기업은 가격경쟁력도 떨어지고 그리고 영업 Service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작은 시장을 잠식하겠다고 신규사업(?)을 벌이는 대기업의 행태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허기야 화장품의 경우만 하더라도, 방판·백화점의 고가제품, 대리점 유통의 중가화장품, Brand Shop의 중저가 제품 그리고 목욕탕의 업소용 저가화장품등 모든 분야에 대한민국 최대의 화장품회사인 T.L회사가 참여하고 있으니 수백개 화장품 중소기업들은 설 땅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로레알, 샤넬, 시세이도, 랑콤등 수입화장품과의 경쟁에서는 완전히 밀리고, 세계사장을 향한 수출확대는 게을리 하면서 중소기업의 작은 영역까지 빼앗으려는 대기업의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동아제약의 가그린에는 완전히 밀리고 리스테린등 수입가글에는 속수무책인 그들이 모든 것이 열세일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의 영역으로 들어와 한판 벌리려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비난받아야 마땅할 것입니다, 마치 복싱의 헤비급 선수가 챔피언으로의 도전을 포기하고 플라이급 선수와 대결하여 체면유지나 해볼려는 모습이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업소용 화장품과 Dispenser가글 시장에서 막강한 자본력과 거미줄처럼 퍼져있는 영업조직을 가진 대기업에 의해 협공당하고 있는 LCC가 가야할 방향은 너무나 분명한 것 같습니다. 품질·가격 경쟁력을 키우고,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여 일반 유통시장이 아닌 틈새시장에서는 대기업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이를 증명해 보여야 합니다. 가격 경쟁력에 의한 수출 확대 그리고 다이소같은 특수유통에서 Volume을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전개되는 대기업의 공세를 막아내어야할 것입니다.

Global Company로부터 품질 경쟁력을 길러내고, 현장생산성을 증대하여 대한민국 최고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만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백년기업LCC"라는 우리의 Vision을 실현하는 길일 것입니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上下同欲者勝(상하동욕자승: 장수와 병사가 뜻을 같이하면 전쟁에서 승리한다)처럼 사원들이 회사의 목표를 함께 공유한다면 반드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사원 여러분! 파이팅!파이팅!

 

대표이사 白 星 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