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발행년도 2010년 7월
제목 大學 졸업식



졸업식시즌이 되면 해방감에 빠진 졸업생들의 갖가지 추태들이 연일 신문·방송에 등장하게 됩니다. 교복 찢기, 옷 벗기기, 속옷 차림으로 바다에 뛰어들기, 팬티만 입고 질주하기, 교복에 케찹이나 밀가루 뿌리기 등 10대들의 갖가지 추태가 동영상으로 보도되고 있어 학교당국과 부모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억압과 규율 그리고 입시지옥에서 벗어난 해방감이 다소 거칠게 표현되고 있다라는 이해와 수용의 단계였지만, 지금은“우리 때는 저 정도까지는 아니었다.”라는 부모형제들의 불만과 광란에 가까운 졸업식 행태에 대해 강한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60~70년대는 겨우 밀가루 범벅이 된 교복을 입은 일부 학생들이 학교 주변 술집이나 다방을 전전하며 노래부르고 춤추는 행태는 있었지만 그래도 모범적 분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대개 졸업식이 끝나면 부모형제들과 중국집으로 몰려가 군만두나 탕수육을 먹는 모처럼 호강하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든 금년에는 대통령까지 나서“희망을 갖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임해야할 졸업식의 의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 도덕적 교육적으로 잘못된 일일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중병이다. 이런 졸업식 뒷풀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교장과 교사의 책임도 매우 크다. 사건 해결하듯이 수습하지 말고 원론적이고 근본적인 부분에 관심을 가져 졸업식 문화가 정상화되도록 힘써 달라.”라는 지적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일부 언론은, 해마다 되풀이 되는「졸업식 광란」은 창피스럽게도 어른들의 모습 그대로이며, 자녀들에 대한 근본적 책임이 가정에 있지만 사회나 국가도 결코 자유스러울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2년전(2008년 12월) 둘째아이의 대학 졸업식 참석을 위해 미국을 가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후 세상물정도 모르는 아들이 미국 대학으로 입학하게 되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 가본 후 두번째였습니다. 예정된 시간보다 한시간이나 앞서 도착하였지만 주차장은 이미 만원이었고 겨우 먼 곳에 주차하고 서둘러 졸업식장인 체육관으로 향하였습니다.

체육관 밖은 인적이 드물 정도로 조용하였지만 식장안은 밴드가 흥을 돋우고 졸업생, 그리고 2~3배수의 부모형제· 친지 축하객들로 만원이었습니다. 졸업식은 평일에 열리고, 식장안은 조용하고 식장 밖 교정은 사진찍고 꽃다발 증정등으로 시끌버끌하는 우리나라와는 정말 대조적이었습니다.

졸업생들이 입장하고 졸업식은 3시간동안 진행되었지만, 조금도 지루함 없이 엄숙하면서도 갈채와 감동이 어우러진 축제의 한마당이었습니다. 졸업생 한명 한명이 호명되고 총장으로부터 직접 졸업장을 받을 때마다 가족· 친지· 친구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지고, 졸업생이 국외자나 구경꾼이 아닌 단상의 주인공으로 대접 받는 분위기가 너무나 좋게 느껴졌습니다.

미국의 경우, 고등학교 졸업식도 가운과 모자를 쓰고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 치르어진다고 합니다. 학생수가 아무리 많다하더라도 교장이 모든 학생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여 졸업장을 수여한다는 것은 각종 시험을 통과하여 졸업이라는 크나큰「성취」를 이룬 것을 축하하는 자리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철학과 비전을 담은 유명인사의 명연설 대신 총학장의 판에 박힌 축사를 들어야 하고, 주인공인 졸업생들은 본행사장은 내팽개치고 교정에서 사진 찍는데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 한국 대학의 졸업식 풍경입니다.

언제부터인가 (한국)대학 졸업식에는 상받는 학생과 학보모외에는 입장조차 하지 않고 학위복 차림의 사진 몇장 찍고는 교수님께 인사도 없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4년동안의 형설지공이라는 단어는 없어지고 보람· 성취감· 감사의 마음은 퇴색되어 버렸습니다. 허기야 엄청난 사교육비를 투입하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대학에 들어왔으나, 원하는 직장에 취업도 안되고, MT가고 동아리 활동하느라 학문적 성과도 거두지 못했고, 설사 직장을 갖더라도 언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지 모르는 불안감에 “축복받는 졸업식”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이 84%에 이르고 있어, 특별한 사정이 있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고등학교 졸업하면 모두가 대학을 간다는 것입니다. 원하는 대학을 들어가지는 못하지만, 대학입학의 문은 충분히 열려있고 입학만 하면 졸업은 따놓은 당상입니다. 한국 대학은 학점도 후한편이라 A· B학점이 재학생에게는 76%, 졸업 4학년 에게도 무려 91%라는 것이 관계당국의 통계라 합니다. 즉 누구나 가는 대학 그리고 입학만 하면 공부하지 않아도 좋은 학점 받고 무조건 졸업이 보장되는 우리의 학교 풍토에서 “대학 졸업”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고등학교 졸업율도 60%, 대학 진학률 60% 그리고 4년제 대학을 4년만에 졸업하는 비율이 40%에 불과하니, 결국 고등학교 입학하여 대학 졸업하기까지 15~20%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즉 고등학교에 입학한 10명중 1~2명만 대학을 졸업하게 되니 얼마나 어렵고 힘든 과정이며, 졸업장을 받고 주위로부터 축복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달 큰아들의 UCLA대학원 졸업축하를 위해 미국을 다녀왔습니다. 대학원 진학 6년만에 기초과학인「수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된 뜻깊은 자리인지라 회사일로 바쁜 와중이지만 짬을 내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경우 3월에 시작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9월에 시작해 6월에 끝나는 학사 일정이라 대부분 6월에 졸업식을 갖게 됩니다. 대학의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이틀에 걸쳐 졸업식을 하는 경우 하루에 하지만 오전· 오후 나누어 두번하는 경우등 여러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단과 대학과 전체, 박사학위 전체 졸업식과 과별 졸업식등 다양한 형태의 졸업식을 오랜 시간 동안 축제의 분위기 속에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UCLA 전체 박사 학위 수여자들은 며칠전 졸업식을 하였고, 오늘은 수학과 학사· 석사· 박사 학위의 졸업식이 거행 되었습니다.

수학과 건물이 있는 옆 정원에 식장이 마련되었고, 졸업생 200명 축하가족 800석 모두 1000여개의 좌석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가운을 입은 졸업생들은 30분전부터 입장 준비를 하였고, 교수· 박사· 석사· 학사 순서대로 축하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였습니다. 학· 과장의 축사 그리고 어느 성공한 여자 졸업생이 후배들을 위한 격려의 연설이 이어졌습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졸업장 수여도 박사· 석사· 학사 순서대로 모두 나와 졸업장을 받고, 해당 가족 친지들은 고함을 지르고 악기로 괴음을 내고 춤을 추기도 하며 축하의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마지막에는 “Hat Toss”라 하여 사각모를 공중으로 던지는 의식이 진행되었는데, 이는 “학문의 감옥”에서 해방되었고 새로운 세계를 향해 도전하는 “지혜 구도자”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합니다.

이어서 이제 학교(UCLA)를 영원히 떠나게 되는 아들의 입장으로써는, 추억에 남을 만한 장소를 배경으로 이곳저곳 사진 촬영을 위하여 돌아다녔습니다. 석박사 6년의 감회도 새로웠고, 또 다시 캐나다로 새로운 길을 떠나자니 아쉬운 마음도 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들의 대학원 졸업식을 지켜보면서,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아들 일곱인데 의사 한명 없다니...박사도 한명 없고...”라는 아쉬움을 당신께서 서운해 하신 기억이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갖고 싶은 것, 하시고 싶은 것 다 포기하시고 오로지 10남매를 가르시고 공부시키는데 모든 것을 바쳤는데... 자식들이 보답하지 못한 불효를 치과의사도 되고 박사학위도 받아 손자들이 대신해주고 있어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6년전 미국 대학원 입학을 위해 떠나는 아들에게 “위대한 수학자의 길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너의 꿈이 반드시 이루어지도록 아빠는 간절히 기도할꺼야.”라는 약속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캐나다 대학으로 강의· 연구를 위해 떠나는 큰아들이 수학자로써 더 큰 성과와 업적을 거두어들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대표이사 白 星 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