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발행년도 2010년 3월
제목 법정으로 가게된 사연


12월 초 어느날 오후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여기는 서초 경찰서 ○○○형사입니다. 백성천씨 되시죠?”

“네 그렇습니다만 무엇 때문에 그러시죠?”

“금형 절도죄로 고발이 되어 있어 내일 출두해주셔야 되겠습니다.”

“아니 뭐라고요???”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여러가지 생각들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LCC라는 화장품 대표이사입니다. 지금 그 고발인이 상품매입대금 2억원을 갚지 않고 있는데 몇백만원 금형 절도죄라는 것은 말이 안되지요.”

내가 설명한 내용에 그 경찰관은 알았다는 듯이 전화를 끊었습니다. 며칠 후 또 다시 경찰서에서 전화가 걸려와 “일단은 고발이 되었으니 금형을 돌려주어야 사건이 마무리됩니다.”라는 설명이었습니다.

K사에 몇차례 금형을 인수해가라는 통보를 하였으나 우리더러 보내달라는 요구에 도착불로 배송조치 하였습니다. 20~30배의 상품 매입대는 갚지 않고, 법의 맹점을 이용하여 작은 금액의 금형 반송을 핑계로 상대방을 괴롭히는 뻔뻔함에, 세상에 이런 나쁜 사람도 있구나라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대금 회수를 위한 가압류와 민사소송을 제기하기전 K사의 사장과 친구인 P사장을 만나러 회사를 방문하였습니다. 첫방문인지라 여러가지 사업상의 이야기를 나누고 방문 목적을 설명하게 되었습니다.

“사업이란 나자신의 자아실현이기도 하지만, 고용증대와 세금납부 등 사회와 이웃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인데 법정 싸움까지 해가면서 기업을 경영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습니다. 60평생에 경찰서 한번 가본 적 없는데 이런일로 소송한다는 것은 평생을 두고 후회할 것 같습니다. K사「L사장」을 만나 화해하고 싶고 서로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면 내가 먼저 사과해서라도 다툼을 풀면 좋겠습니다.”라는 이야기로 만남을 주선해주길 부탁드렸습니다.

“내 생각으로 안만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젊은 사람의 막가는 이야기에 사장님이 크게 불쾌할 수도 있고 오히려 그사람 기만 살려주는 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수억원의 손해배상이 가능하다는 착각과 과대망상에 빠져 있으니까요...”라는 답변이었습니다.

“그래도 한번 연락해 봐주세요. 이대로 법원으로 가기에는 망설여지니까요.”

나의 간곡한 부탁에 P사장은 마지못해 승낙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한시간 후 전화연락은 역시 “만날 필요가 없다”는 대답이었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합니다.

2009년 1월부터 손소독제 ODM을 시작한 K사는 평균 월 2천만원의 거래가 지속되었습니다. 8월말부터 전국에 불어닥친「신종플루」로 손소독제 시장은 품귀현상을 빚고 K사는 평소물량의 20배에 달하는 주문을 하였으나 Pump품귀 그리고 9월의 LCC사정은 Nivea · Unilever 추석Set용 화장품 생산으로 밤낮으로 바쁜 시기였습니다. 매출도 평월의 3~4배에 이를 정도로 잔업·휴일 근무로 어려운 시기를 이어나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시기에 신종플루로 인한 손소독의 수요증대로 LCC의「클린앤클린」역시 판매량 증가가 계속되었고 ODM 제품의 주문도 급증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K사의 공급은 최우선으로 하여 평소 공급량의 10배인 2억원의 상품을 공급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8월까지는 계약서 조건대로「당월수금」이 이루어졌으나 자신들의 자금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를 담당과장이 수용하였고 수금없이 10월 중순까지 출하는 계속되었습니다.

문제는 K사가 당사로부터는 평소 거래액의 10배에 달하는 제품공급을 받고, 손소독제의 품귀시기인 9월에 매입가의 4~5배에 달하는 많은 이익을 내면서 우리 측과 협의도 없이 8월부터「N」화장품 회사와 거래 계약·허가·생산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상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이중 거래인 셈입니다. 10월 중순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고, 시장에서 N화장품이 제조한 제품이 발견되자 그들의 태도는 돌변하였습니다. 자금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송금을 미루던 그들이 적반하장으로 LCC 때문에 많은 손실을 입었다면서 상품 매입대를 지불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서로 양해되었던 허가서상의 제품명, 조달청 납품 때의 LCC전화번호 표기등을 이유로 상품대금지급을 할 수 없다는 것이고, 주문하여 생산해둔 제품 그리고 그 제품에만 사용할 수 있는 원부자재도 책임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너무 어이가 없어 그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기를 요청하고 편의를 봐주었던 대금도 송금해주기를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대금 지급의 거절은 말할 것도 없고 만나는 것조차 거부하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담당과장을 보내어 협의하였지만 상대방의 대답은 동일하였습니다.

 

얼마전 일요일 산행을 끝내고 점심 겸 반주를 한잔하면서 친구인 김변호사에게

“김 변호사! 당신이 정말 불쌍하다는 생각이 드는군. 도둑질하는 사람, 사기치는 사람 남을 해치는 사람 등 온갖 종류의 나쁜 사람들을 모두 상대해야하니 정말 힘든 직업이라는 생각이 드는 구려.”

“????”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못알아듣다가, 최근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금방 눈치를 채고는...

“그래서 우리 법조인들이 술을 많이 먹지. 낮에는 온통 거짓말하는 사람들만 상대하다가 저녁 술자리에는 그래도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으니...”

“법조인들 평균수명이 10년 짧다는 이야기가 있더군. 내 자식들이 그쪽 길로 가지 않은 것이 정말 천만다행이군...”

 

이번 사건의 1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김과장은 결국 사표를 내기에 이르렀습니다. 표면적 이유는 “대전으로 내려가 (성공회)신부가 되는 일을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만류는 했지만, 마무리되지 않고 확대되는 이번 사건의 당사자로써 마음이 편치 않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해는 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 법없이도 살 수 있는 착한 성격의 김과장은 대기업 중심의 영업에서 “수금의 중요성”을 미쳐 깨닫지 못하고, 상대방이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거짓말에 속아 수금을 유예하여 출고하는 사고를 저질렀던 것입니다.

Pump 수급이 여의치 못한데도, 우리 Brand인「C&C」의 제품 부족이 계속되는데도, K사 제품의 공급이 부족하다면서 걱정을 자주할 정도로 김과장은 순박하고 성실한 사람이었습니다. 사직한 후 얼마뒤 사건의 경위를 물어보기 위하여 전화하였을 때, 문제 해결이 지연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는 그에게 “마음 편히 가지십시오. 당신이 아니고 누가 담당했더라도 그런 나쁜 사람에게는 당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니 억울한 생돈은 받게 될 것입니다.”라고 위로하기도 하였습니다.

평생을 살아가면서 원칙을 지킨다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경우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돈거래를 하지 않아야 하는데, 상대방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는 돕는다는 생각에 돈을 빌려주고 나면 결국 돈 잃고 친구 잃게 되는 경우를 당하게 됩니다. 이번 경우도 계약대로 선수금 받고 생산하고 상대방의 교묘한(?) 요청이 있었지만 수금후 출고 했더라면 이렇게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경찰서에 고발하고, 식약청에 두번이나 민원을 넣는... 정직하고 올바른 마음으로 사업을 하면 성공할 수 있는데 남을 비난하고 헐뜯는 생각으로 하면 결국 자기에게 화가 돌아가기 마련인데...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뒤돌아보면 여러 가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았습니다. 식약청 허가도 받기 전 그리고 생산이 시작되기 3개월전부터 계약서를 요구하였고 LCC담당들은 내용도 확인치 않고 Sign하였습니다. 처음부터 계약서의 수금 조건도 이행하지 않았고 금형 제작 세금 계산서도 자기들 명의로 하겠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전국 학교에 배포되는 조달청 납품에 변동비 수준으로, 납기에 차질이 없도록 우리들 용기와 금형을 제공하여 자기들 Brand로 생산 공급하는 특혜에도 전혀 고마움을 표시하지 않았습니다.

 

창업이래 가장 큰 금액과 오랜 시간을 끌고 있고 그리고 결국에는 법정으로 가는 회사의 어두운 이야기를 사보를 통해 공개해야 하느냐는 의문은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나 대표이사의 경영 잘못에 대하여 사원들에게 사과를 드리고, 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CS팀과 서울 영업소는 회사의「수금 규정」을 반드시 준수해야 하고, 소기업의 ODM 생산공급은 선수금 입금 후 생산 개시 그리고 대금 입금후 출고라는 상식적인 거래를 지켜나가야 할 것입니다. 마치 시골 사람이 꾀 많은 서울 사람에게 농락당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우리모두 그동안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잘 극복하여 왔듯이, 이번 사건이 던져준 교훈을 깊이 새겨 다시는 이런 일들이 재발되지 않아야 되겠다는 마음의 각오를 함께 다져봅니다.

사원 여러분! 정말 미안합니다.

 


대표이사 白 星 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