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발행년도 2009년 10월
제목 2009년은 “독립선언의 해”


1997년 9월 2일, 며칠간 독일 BDF의 Gusko 사장과 둘러본 화장품 OEM회사들은 우리들을 실망시켰고, 피곤한 상태로 저녁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서울 근무를 하고 있던 중이라 생일이 닥쳤는데도 축하해줄 사람 하나없이 쓸쓸한 저녁을 갖게 되었던 터라, 독일 친구와 소주잔을 기울이게 되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에서의 Nivea사업 부진으로「L기업」은 독일 BDF에 사업권을 넘기게 되었고, 제품공급의 생산시설에 대한 많은 투자보다 한국내「OEM 생산」을 결정케 되었습니다. 국내의 화장품 OEM회사 중 Top maker 몇군데를 선정하여「위탁 생산 가능성」을 방문check해본 결과 너무나 기대 수준 이하였습니다. 제조·충전시설도 열악했지만, 품질관리는 걸음마 수준이라 Global 제품인 Nivea의 품질 보증이 어렵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독일 사람과 함께 마신 소주 덕분에 심리적 Escalation이 일어났고, “그까짓 Nivea제조를 白星天이가 맡아줄까? 화장품 공장 건설은 눈감고도 할 수 있다”라는 허풍(?)을 떨게 되었습니다. 다음날 출근한 Gusko는, 내가 던진「취중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여, “Mr. Baik이면 화장품공장 건설/생산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술김에 던진 실언이었다"는 것으로 위기(?)는 모면하였지만, 집으로 돌아온 저녁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화장품 공장 건설은 다른 공장보다 훨씬 쉽게 할 수 있다.

- 내가 오랫동안 직간접으로 간여해온 Nivea이기에 충분히 생산·공급할 수 있다.

- 어차피 몇년후면 은퇴할 터인데... 마지막 도전도 가능하지 않는가? 라는 긍정적 생각이 머리를 감돌기도 하고

- Nivea의 Seasonality(계절성)는 피할 수 없다.

- 까다롭고 원칙중심인 독일과 BDF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 울 것이다.

라는 부정적 생각과 함께 사업이 실패했을 때 겪게 될 고통들이 머리를 스쳐갔습니다. 가족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도 “월급쟁이 24년에 아는 게 뭐있다고...” 보나마나 실패라면서 대부분의 상사·동료들이 반대하고 있었습니다.

 

「신세계 이마트」가 100평 규모의 소형 점포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하고,「홈플러스」역시 신규 소형 매장을 100개 이상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하고 GS슈퍼마켓은 “신선 제품 전문 슈퍼”를 선보이고, 롯데 슈퍼는 배달 서비스와 보증제를 강화하는 등 대기업 유통업체들이「골목 상권」마저 싹쓸이하겠다는 각오(?)아래 시장점유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는 언론 보다는 우리들의 마음을 씁쓸하게 만듭니다. 대형 mart가 하나 들어서면 1Km내의 잡화점을 비롯한 채소·과일가게가 쑥대밭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가격 경쟁력도 우위에 있고 배달서비스와 주차의 편리성은 동네 가게와 경쟁이 될 수가 없습니다. 편리하고, 값싸게 구매한다는 소비자의 권리 침해라는 억지 주장도 있지만 결국 영세 상인의 몰락은 국가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대기업 문어발”에 자영업자들의 살길은 더욱 막막해지고 있습니다. 음식점, 빵집, 구멍가게 등 대부분의 자영업들이 대기업의 직영 또는 프랜차이즈로 묶여 있어 혼자서의 창업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빵집」은「신라명과」「파리바게트」「뚜레쥬르」등 대기업들의 프랜차이즈가 주도권을 잡고 있습니다. 맛도 좋고 빵/제과 종류도 다양하여 고객들에 대한 보너스 포인트등의 Promotion을 기존의 자영업자들은 견디어 낼 수가 없습니다. 음식점 역시 대기업의 입김이 강하게 미치고 있어, CJ그룹의「스카이락과 VIPS」, 롯데그룹의「TGI」, 오리온 그룹의「베니건스」등은 프랜차이즈가 아닌 본사 직영체제로 움직이고 있어 외국의 노하우를 들여와 대규모로 영업하는 재벌기업들의 공격에 가족단위의 영세식당이 이겨낼 재간이 없습니다. 또한 동네의 구멍가게는 이미「패밀리 마트」「 GS25」「세븐 일레븐」등 재벌기업의 편의점들에 의해 밀려 난지 오래되었습니다.


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구조조정을 통하여 몸집을 줄였던 대기업들이 계열사들을 크게 늘리는 확장 경영에 나서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 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10대 그룹의 계열사수가 459개사로 5년전에 비하여 48% 증가하여「출자 총액제한제도」폐지를 비롯한 “정부의 재벌 규제 완화 정책”이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기술 개발을 통하여 신사업을 개척하고 축적된 경제력을 해외시장에 도전하는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지만, 최근 대기업들의 확장 내용들은 서비스업등 중소기업의 영역들을 침범하고 있다는데 커다란 문제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화장품부분도 대기업들은 백화점과 방판에서 판매하는 고가제품, 대리점 및 쇼핑몰 유통의 중간가격의 화장품, 그리고 중소기업 분야인 사우나등의 저가제품등 전방위 영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력·마케팅 능력이 월등히 부족하여 초기에는 ODM/OEM방식으로 납품을 하다가 어느 정도 여력이 생기면 자사 Brand로 시장에 뛰어드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대부분 실패에 그치지만 간혹 성공하는 경우도 발견되는데, 대표적 사례가「원창실업」의 “인따르시아(이탈리아어「섬세하다」는 뜻임)와 전기압력 밥솥의 ”쿠쿠“인 것 같습니다. 원창실업은 10여년간 OEM방식으로 수출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자체 Brand의 필요성 때문에 최첨단 입체패션기계로 재무장하고 신기술 도입으로 “패션개념의 양말”을 소비자에게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광고가 나가면서 “입체양말·패션양말”이라는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향기나는 양말”, “멜로디 양말”등으로 기존 양말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여 소비자의 신뢰를 쌓아가는 우량기업으로 탈바꿈하였습니다.「성광전자」는 1998년 IMF가 터지자 OEM방식으로 납품을 해오던 대기업에서의 주문이 끊겨 회사 존폐의 갈림길에 서는 위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회사 이름을「쿠쿠전자」로 바꾸고 20년 이상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브랜드인 “쿠쿠”를 출시하고 년간50억원의 광고비를 투입하여 출시 1년만에 삼성·LG등 대기업 제품들을 물리치고 M/S 1위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한때 한국 밥솥시장을 석권했던 일본의「코끼리 밥솥」도 물리치고 20여개국에 수출하는 등 Top Brand의 위치를 점하게 되어 “자체 Brand의 선택”은 탁월한 결정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밖에도 세계「노트북 가방」시장의 40%를 점하고 있는「TY월드사」의 “모빌 Edge"나 “코메론”이라는 줄자의 성공 신화역시 중소제조업이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여 성공한 좋은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금년 8월 13일은 LCC독립의 날(?)입니다. 나자신 24년동안 몸담았고, 사업초기에는 후배들의 따뜻한 도움을 받기도 하였지만 대기업-중소기업의 相生은 커녕 일방적 그리고 중소기업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그들이기에「OEM생산 중단」을 통보하고 결별을 선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섭섭하기도 하였지만, 가을바람처럼 너무나 시원한 느낌이었습니다. 년30억원의 매출이 고정비 Cover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었지만, 간부 사원들의 은근한 반대속에「반납」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자신들의 판매부진이 원인인데도 우리 LCC에 7000만원의 Penalty를 물게한 적도 있고, 자신들의 수익성 개선을 위하여 일방적으로, 비열한 방법으로 여러 차례 반복하여 단가 인하를 통보하는 것들은 전형적인 대기업 횡포일 수밖에 없습니다. 8시간기준으로 단가 산정을 하여 놓고 2~3시간 작업물량을 상습적으로 주문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 들일수 없는 상황들이었습니다.

 

10여년 화장품의 중소제조업을 경영하면서, 대기업으로부터 겪는 물적/정신적 고통은 감내하기 어려운 수위까지 올라가고 있고, 일방적 단가 인하나 불합리한 업무처리, 때로는 “하청업자”가 겪는 마음의 갈등은 “사업을 포기하자”는 결심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돌아서서는 “이대로 포기할 수 없지 않나? 다시 출발하자”는 마음으로 새출발을 다짐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OEM방식의 제조회사로서는 결코 “백년 기업 LCC"라는 우리의 Vision을 달성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몇년전 부터 ”ORIOX"라는 사우나용 화장품의 자체 Brand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제품의 특성상 소비자 선택이 아닌 (사우나)사업주의 무상제공이므로 브랜드가 아닌 가격/품질 조건만 갖춘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 바탕에 깔려 있었습니다. 년간 8,000톤 생산의 국내 화장품 최대 maker로써 생산기술력과 자동화시설을 바탕으로 한 가격경쟁력은 누구보다 앞설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BDF와 Unilever등 세계적 다국적 기업의 화장품을 “무검사”로 공급하는 품질관리능력은 국내 어느 회사보다도 우위에 있다는 판단으로.... 

 

서울 사무소를 내고 드디어 M/S도 20%이상 되어, 몇년 후면 당당하게 M/S 1위로 올라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거의 전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대리점사장과 사우나 업주들의 밑바닥을 파고드는 영업 전략으로 Top maker의 위치는 말할 것도 없고, 중저가시장에서 대기업을 퇴출(?)시키는 쾌거(?)도 달성할 수 있을 것 습니다. 중소기업은 가급적 대기업과 부딪치지 않고「틈새 시장」을 노려야 하는데, 가글 분야의 “애니가글”, “입속미인”도 이러한「니치 마켓」에서 자체 브랜드의 성공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약국 판매를 위한 “Premium 입속 미인"의 출시는 ”가그린“을 압박하고 언젠가 Top Brand로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를 갖게 해줍니다.

 

미국에만 독톡하게 형성되어 있는 Hand Sanitizer(손소독 청결제)의 거대시장은 우리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였습니다. 1년전부터 제품을 준비하였고 용기/cap 금형 개발에 10여억원을 투자하고, 50억원이 소요된 손소독제 전용 제4공장을 건설하는 등 “손소독제 시장의 확대”를 기다려왔습니다. “준비된 자만이 승리할 수 있다.”는 말처럼 손소독제 시장을 LCC가 선점하게 되었고 이제 인터넷 및 지하철 광고를 통해 “Clean&clean"을 Top Brand로 키워 나갈 것입니다. 또 하나의 중소기업 성공사례를 만들어야겠다는 회사 임직원들의 강한 의지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대표이사 白 星 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