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발행년도 2001년 2월
제목 친인척이 없는 會社



정초 벽두, 벤처 대부이자 중소기업을 가장 모범적으로 경영해왔던 미래산업의「정문술」사장의「아름다운 퇴진」뉴스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이분의 책이나 소식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저로써는 “몇년 더 회사경영을 하지 않고... 저런 분들이 중소기업의 투명경영 확산에 좀더 많은 역할(전도사 같은)을 하지 않고 물러나나?”라는 아쉬움과 불만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몇 년 동안 저희 회사는 전문인 경영인 체제로 움직여 왔습니다. 장대훈 부사장에게 맡겨도 미래산업의 미래는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라는 그분의 말씀은「富나 경영권의 대물림은 절대 안된다.」라는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은퇴를 발표하기 전날, 자신의 두 아들을 불러, “내가 이제와서 경영에 손을 떼려고 한다. 하지만 너희에게는 물려 주지 않는다. 회사 내에서 발탁한 사람을 사장에 앉히려 한다. 너희들 생각은 어떠냐?” 라는 아버지의 뜻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88년 사업실패때 청계산에 올라 가족전체가 동반자살을 결심했을 때도 家長의 뜻을 묵묵히 따랐던 두 아들이었기에, 아버지의 생각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아버지! 경영권이라는 유산보다, 몇 곱절 더 소중한 정신적 유산을 물려주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버지의 결심을 따르겠습니다.”라고 대답하게 되었습니다.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부의 세습이나 경영권의 대물림」은 당연시되어 있는 것이 오늘날의 우리나라 財界의 모습이고 어쩌면 세속적인 틀에서 보면 경영권이란 아버지가 자신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일 수도 있습니다. 3代를 이어온 A Group, 3男에게 대권을, 나머지 자식들에게는 a, b, c Group을 만들게 한 B Group,「왕자의 난」을 겪으면서도 Group을 분할 세습한 C Group등 財界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모습이 그러하고, 그 동안 근무했던 회사의 협력사들도 웬만한 규모만 되면, 경영수업(?)이라는 과정을 거쳐 모두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것이 오늘날이 현실이고 보면,「정문술 사장」의 결단은 우리 기업인들에게 “비수를 던지는 것”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가장 가깝게 하는「J소주」회사 역시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귀국한 뒤「공격경영」,「사업의 다변화」라는 경영전략 아래 제2창업을 선언하면서 맥주공장에 8,000억원을 쏟아 붓고 경쟁사와의 사활이 걸린 광고 전쟁을 벌이다가 기업을 문닫게 했던 경영권 세습의 나쁜 사례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96년초에 좌초한 유원건설이나 삼익악기, 97년에 부도난 삼미그룹의 2세 30대 회장들은 사업확장과 과감한 투자를 주도하다가 경영권 승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무너진 사례들이며, 한국의 대표적 2세 경영기업의 간판격인 동아그룹 또한 무리한 차입금 조달과 방만한 경영으로 IMF체제 이후 워크아웃 대상이 되었고 최근에는 회생불능이라는 사유로 폐업의 길을 가게되었습니다. 평소 “빨리 망하려면 자식에게 넘겨줘라, 온실 속에서 자란 사람이 전쟁터 같은 기업전선에 얼마나 버틸 수 있나?”라는 생각을 깆고 있던 터라「정문술」사장의「명예로운 은퇴」는 진한 아쉬움과 함께 이런 것들이 나 자신이 걸어가야 할길이 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97년 한국 능률협회 선정 최우량 10대 기업중 1위, 99년 11월 미국 나스닥 상장, 2000년 매출액 1,000억원(추정)의 미래산업은 80년대 후반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반도체 검사정비「메모리 테스트 핸들러」를 자체 개발하면서 성장하였고,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첨단장비들을 개발하여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최정상의 벤처기업으로 성장케 되었던 것입니다. 1980년 중앙정보부에서 18년의 공직생활에서 강제 해직된 후 “가족과 자신이 먹고살기 위해”퇴직금을 털어 사업에 뛰어든 후 거듭되는 실패 속에 가족동반 자살까지 결심했던 그는「벤처 대부」로써 “사임의 변”에서 “지금까지 돈 버는 일만 했다. 이젠 제대로 쓰는 일을 위해 일회적이거나 소모적 자선이 아닌 생산적 기부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새로운 꿈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물러나야 할 때 은퇴하는 것, 그리고 경영권은 전문경영인에게 넘겨준다는 것은 “벤처 代父의 아름다운 퇴진” 이상의 그 무엇을 기업인들에게 던져 주고 있습니다.


LCC가 어느 정도 위험수위(?)를 벗어나 안정궤도에 들어서면서 갖게 된 정신적 고통이, 주위 사람이나 친인척들의 취직 부탁이고 이런저런 이유로 거절을 하게되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었고 지금도 이러한 작은 진통들을 겪고 있습니다. 6남 3녀의 많은 형제, IMF를 겪으면서 실직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생들을 외면하기는 무척 어려웠고, 시골에 있는 많은 친척들의 요청을 거절해야하는 죄송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는 입장입니다. “이제 너도 동생 한 명쯤은 거둬줄 때도 됐지 않니?”라는 형님 말씀에 “우리LCC에는 제 자식들을 포함해 친인척 어느 누구도 들어올 수가 없습니다. 자기들끼리 다해먹는 기업에 어느 누가 자신들의 미래를 걸겠습니까?”라면서 완곡하게 거절해야하는 저 자신은 무척 혼란스럽고, 심지어 괜히 사업을 시작했구나 하는 후회감도 들었습니다.


오랜 직장 생활에서 겪었던 강한 거부감들!

직계 가족이라는 이유로 승승장구 윗자리로 올라가고, 특혜를 받고 있는 사례들은 회·사장의 친인척이라는 사유로 30~40대의 직장생활에서는 반발심리와 함께 직장생활의 회의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공무·자재 협력사와의 거래에 있어서도, Royal Family나 가까운 지인이라는 이유로 품질·가격문제가 있더라도 단독거래를 지속할 수 밖에 없었던 사례들에 부딪치고 나면, 회사에 대한 열정이나 사랑은 온데간데 없어져 버리고 “이런 문제는 적당히 마무리하고「위험 경계선」까지 가까이 가서는 안 되는 것이구나.”라는 비겁함을 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젊은 혈기에 거래선 변경, 단가조정 등을 강하게 밀다보면 상사와의 마찰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인사」에 있어서도 불이익을 당할 수 밖에 없었던 기억들이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고집이 세니, 융통성이 없고, 유연성이 부족하고, 마찰음이 계속 들리니...” 라는 이유로 말입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주위의 중소기업인들을 자주 만나게 되고, 공사·자재 협력사를 운영하는 기업인들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상당수의 기업들이 사장과 친인척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으며, 형님은 사장, 동생은 상무, 또 다른 친인척은 공장장, 경리 등의 핵심부서도 가까운 사람을 심어두고 있고, 이 사람은 누구 라인이고, 저사람은 누구 라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실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대기업에 비해 급여나 복리후생도 뒤떨어지고 전산이나 System의 체계적 운영도 많이 미흡하여, 중소기업 근무자들의 사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친인천들의 횡포(?)로 인하여 그들이 겪는 좌절감, 일에 대한 성취감들은 사라져 버리고 숫제 그들의 미래와 Vision 설정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회사에 대한 자긍심이나 애사심도 몽땅 날아가 버릴테니까요...


사원 Workshop이나 간부 사원 회의 때 “LCC 2代”사장은 여러분 중에서 나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이 꾸준한 자기 개발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들도 LCC를 이끌어 나가야겠다는 꿈과 Vision을 가져야 합니다, 사원 여러분의 분발을 당부드립니다.“라는 간곡한 이야기들이 우리 사원 가슴속에 깊게 담겨질 때 LCC의 밝은 미래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표이사 白 星 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