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년말 독일회사 사장의 공장 방문 그리고 점심을 함께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 근무가 처음이고 1년쯤 되었기에, 한국에 대한 소감을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매우 active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고, 또한 한국국민들만이 갖는 여러가지 특징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 느끼는 것이 한가지 있습니다. 한국 직장인들은 그들의 급여를 아내에게 주고 있고, 그중의 일부를 용돈으로 받아 쓰고 있더군요. 자신이 노력하고 고생하여 번돈을 아내에게 주고 어렵게 생활비를 타쓰고 있다는 것이 정말 이해되지 않더군요. 세계 여러나라에서 생활해 보았지만 한국만이 있는 독특한 관습이 아닌가라는 생각입니다.”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우리들은 월급.보너스를 몽땅 모두 Wife통장으로 보내고 이중 일부를 용돈으로 아내에게 얻어쓰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고, 그것만이 돈을 절약하고 집 한칸이라도 마련할 수 있는 최상책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나자신도 24년의 직장 생활에서, 그리고 사업을 시작하고도 8년동안 급여송금,생활비를 얻어쓰는 똑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었지만, 주위 사람들과 비교하여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돈과 재산형성」이라는 것에 신경쓰기보다는 직장에서의 경쟁, 성취감, 회사경영에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요즘, 초등,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직장친구들을 만나면 「아내와의 관계」가 곧잘 화제가 되곤 합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대부분, “여자에게 져줘야만 집안이 편안하다” “아내의 신경질에는 무반응이 상책이다.” “아내에게 용돈 얻어쓰기가 정말 힘들다. 왜 그렇게 많이 쓰느냐? 어디에 쓸것인지?”등 사모님 비위 맞추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전전긍긍(?)하는 모습들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직에서 아직 큰소리(?)치고 있는 남자들의 처지도 이렇거늘 은퇴하여 집에서 쉬고 있는 친구들의 입장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또한 은퇴한 친구들은 마누라의 잔소리를 들으며, 쥐꼬리만한 용돈을 겨우 얻어쓰며, 돈안드는 등산, 바둑등으로 시간을 보낼수밖에 없고, 술한잔 생각에도 집에서 소주를 마시거나 겨우 포장마차 신세를질 수 밖에 없는 궁색한 처지를 겪고 있습니다.
의사인 어느 친구도, 신용카드, 의료보험공단에서 지급하는 진료비등을 몽땅 아내가 가로채고 있어, 간호원 월급 맞추기에 전전긍긍하고, 건물월세 등 아내로부터 돈을 탈려면 또 한번의 충돌을 겪어야 하고 이를 피하기 위하여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을 계속 쓸 수 밖에 없다는 하소연이었습니다. 

白手(은퇴한) 남편을 둔 아내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전개됩니다. 초등학교 여자동기생들과 장거리 등산을 갈 때 일입니다. 조금 늦게 마지막으로 나타난 어느 여동기생은 남편의 운전과 에스코트속에서 우리 앞에 나타났고, 우리들은 박수로 환영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던진 말은 나에게 무척 충격적이었습니다. “함께 있으면 냄새나고, 힘도 없으면서 귀찮게 한다.” 라는 남편에 대한 비난이었습니다. 물론 게면쩍은 입장을 모면하고, 자신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서 둘러댄 말일 수도 있다고 생각 할수 있지만, 동창생, 친구 부인들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은 평생을 직장이라는 싸움터에서 보내고 이제 쉬고 있는 우리들을 불편하고, 우울하고, 씁쓸하게 하고 있습니다.

“나는 남편에게 아침만 해주고, 점심.저녁은 어디에서 얻어 먹든, 사먹든 본인이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젊을 때 받았던 빚에 대해, 복수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이제 돈도 못벌고, 집안에 걸리적거리니 어디 나가서 죽어버리면 좋겠다.(농담일수도 있음)”라는 아내들의 이야기는 평생을 아내와 자식을 위하여 직장과 사회에서 발버둥쳐왔던 것의 대가가 이럴 수밖에 없느냐하는 생각과 함께 「늙은 아프리카 숫사자」의 신세를 연상케 하고 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사회보장제도가 빈약하고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한국처럼 「노년의 삶」이 고단한 나라는 없는 것 같습니다.

나이든 남자는 생업전선에서 밀려난지 오래고, 정붙일 곳없이 늘 외롭고, 가족과의 따뜻한 대화를 나누기도 쉽지않고, 家事나 식사준비에는 모든 것이 서툴기만 합니다. 더구나 경제권은 몽땅 아내에게 넘어가 있어, 돈이 많이드는 자식들의 AS(평생지원,애프터 써비스)에는 그저 지켜볼 뿐이고, 자신의 용돈마저 얻어쓰는 처지가 되고, 건강까지 어려워 병든 노후 생활이 지속된다면 어느 시인의 말처럼 “죽음이 곧 축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해 줍니다.

따라서, 「아름다운 白手(百壽?)」를 위하여 먼저 해결해야할 것은, 무덤속으로 들어갈 때까지 경제권을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만 이를 지킬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어렵게 용돈 타쓰는 신세만은 면해야 합니다. 현직에 있는 사람들은 아내와의 협상을 통해 서둘러 자신의 주머니를 마련해야 하고 「세계에서 대한민국 남자만이 월급봉투를 아내에게 몽땅 주고 있다」는 사실에 아내들도 이에 동의해야 합니다. 지금의 경제적 안정이 남편들이 바깥에서 벌어들인 돈들이 기초가 되었다면 모든 것을 움켜쥐고 있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오히려, 은퇴하여 쉬고 있는 남편들의 정신적 고통을 감안한다면, 아내들의 돌출구는 남편에 대한 불평보다는 신앙생활.취미활동.독서등이 되어야 하고, 이왕이면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다면 남편과 자식의 뒷바라지 등 집안일 때문에 하지 못했던 「자신의 일」을 찾아보는 것이 현명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가까운 친구 중 「좋은 사례」가 있어 잠시 소개하고 싶습니다. 대기업 임원으로 은퇴한 그는 아내의 동의를 얻어 「작은 빌딩」을 구입하여 건물관리는 물론이고 임대수입도 남편이 맡고 있어 구태여 「용돈 얻어 쓰는 신세」만은 면하게 하고 자녀들에게 체면도 세우고 노후의 소일거리를 적절하게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아내는 장롱속에 넣어 두었던 「교사 자격증」을 끄집어내어 시골로 내려가 초등학교 교사직을 즐겁게 수행하며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시골 학교로 내려가면서, 은퇴한 남편에게 “지난 30년간 당신과 남편한테 봉사했으니, 이제 남은 10년은 나자신을 위한 일을 해보고 싶다”라는 말을 남겼다는 것입니다. 정말 부러운 남편이고, 용기있고 지혜로운 아내이지 않습니까?

다음에는, 취미 생활도 좋고, enjoy도 좋지만 이왕이면 죽을때까지 「일거리」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男」이라는 글자가 밭田에 힘力으로 평생 일해야된다는 뜻이 아닙니까? 택시기사도 좋고, 아파트 경비원, 주유소일도 마다할 것이 아닙니다.

얼마전 「문화재청」이 “고궁 안내.지도위원”5명을 선발하면서 「70세이상, 하루 1만보이상 걸을 수 있는 체력」을 지원자격으로 내걸었고, 접수 창구에는 대기업사장, 교장, 중앙부처국장급, 외교관, 무역회사임원 출신들이 104명이 몰려들었다는 신문기사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할일없이 공원이나 노인당을 배회하고 무임승차의 지하철만 타고 왔다갔다 하는 것은 너무 처량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인간은, 특히 남자는 일을 통해 꿈을 꾸어왔고, 일을 통해 꿈을 실현해왔고, 일 그자체를 통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리 많은 돈을 벌었고 사회적 성공을 이루었다해도, 나이를 이유로 하여 일을 놓아버린다면 그것은 결코 老年의 편안함이나 여유로움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우화가 생각납니다. “어느 사람이 죽어 저승에 갔다. 의식주는 말할 것도 없고 「일」을 제외하고는 무엇이든 원하는 것은 다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너무나 편안하였지만, 일할 수 없다는 것이 점점 불편하여 옥황상제를 찾아가, 지옥에 가도 좋으니 일좀 할수 있게 해주십사하는 부탁을 하였다. 그때 옥황상제는 「너가 있는 곳이 천국이 아니라 바로 지옥이다」라고 일러주었다.”

어떻든 “재수없으면 100살까지 살아야 한다”는 세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면 「아름다운 白手 또는 행복한 百壽」를 위하여도 좀더 많은 준비와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배우자에게 지갑을 송두리째 넘겨준다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지킬 수 없다는 것과 무엇이든 「기력이 있는한 밭에 나가 일하는 것이 男子」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대표이사 白 星 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