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초 회사일을 서둘러 마치고, P내과로 차를 몰았습니다. 매년 하고 있는 종합검진을 받은지 4개월 밖에 안되지만, “肝부위에 작은 것이 발견되는데 양성의 혈관종이라 별다른 치료가 필요치 않다”는 판정이 계속 께름직하여 전문병원에서 재검진을 하였고, 오늘 그결과를 보러가는 길이었습니다. 혈액검사, 초음파, CT촬영결과가 있긴 했지만 좀더 정확한 판정을 위하여 하루입원-조직검사를 받았던 것이 며칠전 일이었습니다.

“역시 cancer였습니다. 이렇게 조기발견이 되었으니, 백선생이 술한잔 사야 되겠습니다. 2cm정도의 크기는 간단히 수술하면 되고, 그밖에도 여러가지 시술방법이 있습니다”

축하(?)같은 의사선생님의 이야기는 환자를 위로한다는 뜻이긴 하지만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그저 멍멍하고, 파란하늘이 노랗게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하느님이 너무 원망스럽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왔고, 가정․회사 모두 최선을 다해왔지 않는가? 상훈․지훈이도 훌륭하게 성장해 주었고, 사업도 이제 안정궤도에 들어서고있는데...이렇게 어이없이 cancer에 걸려 힘없이 죽어갈 것이라면, 어렵지 않고 고통받지 않는 순탄한 길을 걸어왔을 것이고, 보다 즐겁고 편안한 삶을 선택했을텐데...”라는 지나온 과거에 대한 후회와 안타까움이 눈물로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A종합병원은 자신들의 오진탓으로 명의 L교수의 진찰을 서둘러 받게하고, 즉시 입원․수술을 진행케하는 친절(?)을 베풀기도 하였습니다. 열흘간의 입원과 며칠간의 휴식으로 다시 회사일은 시작되었고, 신체의 일부만 잘려나간채 그리고 다소의 피로감을 느끼긴 했지만 모든 것이 옛날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슬픔도 분노도, 병을 이겨내야겠다는 절박감에 멀리 사라졌고, “나는 아직 할일이 많으니, 더 살아야 한다. 내가 마음 먹으면 해내지 못한 일이 무엇이냐? 없지 않는가?”라는 강한 의지가 가슴을 밀고 올라왔습니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하여, 하루도 빠짐없이 국선도 수련을 통해 단전호흡을 익히고, 일요일이면 빠짐없이 북한산을 오르고, 두차례의 설악산 종주등반도 병을 이겨내야겠다는 나자신의 의지를 단련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암을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누리는 사람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프랑스도로 일주 싸이클 대회」에서 7연패라는 전인미답의 신화를 달성한 미국의 「랜스 암스트롱」은 25세때 「고환암」판정을 받고 폐와 뇌까지 전이돼 살아날 가능성이 절반도 안됐던 그는 수술과 항암치료를 이겨낸 불사신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1970년대의 스타 작가였던 오혜령氏도 1978년 2월 말기암 진단을 받고 지독한 저혈압등 39가지의 병마를 안고 살아가고 있지만 하느님과의 대화, 무의탁 노인들을 돌보는 「평화의 집」을 운영하면서 27년을 견듸어 내고 있습니다.

어느날 성당으로 가서 하느님께 기도드렸습니다. 잃어버린 건강과 부서지는 가정을 되돌려 달라고 말입니다. 장애자 송명희가 부르는 찬송가가 귓전에 들려왔습니다. “나 남이 가진 재물․지식․건강 있지 않으나, 나 남이 없는 것 있으니, 보지못한 것 보았고, 듣지못한 음성 들었고, 받지못한 사랑 받았고, 남이 모르는 것 깨달았네. 공평하신 하느님”라는 가사귀절처럼 하느님은 정말 공평하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게 사회적 성공과 재물을 주셨고, 훌륭한 아들들을 선물하셨지만, 이제 건강과 가정의 평화를 빼앗아가니, 하느님은 우리 인간들에게 모든것을 함께 주시지는 않는 “공평하신 분”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또한, 지금은 암에 대한 고통과 시련을 주고 있지만, 언젠가는 병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과 큰 기쁨을 주시는 공평하신 하느님이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동안 밤늦게 회사일에만 매달리고, 술․담배에 젖은 불규칙적인 삶에 대한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균형된 삶과 올바른 생활 습관을 갖게될 때에는 크나큰 축복을 주시리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사실 암은 어느날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는 심장마비나 교통사고등의 突然死와는 다르고, 고혈압․당뇨병처럼 관리와 치료를 잘하게 되면 하늘이 준 수명을 다할수 있는 만성질환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초기암의 경우, 이를 극복하면 훨씬 건강한 체력도 가질 수 있고, 잘못된 습관들을 하나하나 버리므로써 훨씬 보람찬 삶을 꾸려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암에 걸리고 나면,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게 되고, 가까운 친구들의 우정이 더욱 따뜻하게 다가오고, 작은일에도 만족과 기쁨을 함께 할 수 있어 축복(?)은 아니라 하더라도 남은 여생의 가장 큰 선물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암발견․입원 그리고 수술한지는 벌써 7개월이 흘렀고, 가족외에는 모르던 비밀(?)을 털어놓아야겠다는 용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병을 숨기는 것은 큰 잘못이고, 오히려 주위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밝히는 것이 정신적 안정과 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성당 신부님의 조언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때는 몰려오는 두려움에 안절부절의 몇달을 보내기도 했고, 이혼요구등 아내와의 마찰․갈등은 모든 것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도 갖게 하였고, 사업도 접어두고 산속으로 숨어버려야겠다는 비겁한 마음도 가졌었습니다. 그러나 단전호흡 「국선도」를 수련하면서(6개월) 흥분된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으면서 “병을 극복할 수 있다. 암을 이길 수 있다”는 강한 의지가 솟아 올랐습니다. 단전호흡은 명상및 이완훈련을 생활화하게 하고 스트레스․원망․분노․불안의 마음을 떨치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 용서하는 마음”의 긍정적 생각을 갖게 해주고 있습니다.

나의 가족, 그리고 많은 친구들 그러나 무엇보다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LCC 가족들의 기대와 희망을 저버릴 수는 없다는 생각에 다시 일어섰습니다. 지금까지가 나를 위한 삶이었다면, 지금부터 나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한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함께 가져 봅니다. 

처음부터 왜 이야기하지 않았느냐하면서 섭섭해할 가까운 친구․친척들, 그리고 대표이사가 자신의 건강관리도 제대로 못했느냐고 꾸짖을 LCC가족 여러분에게 지면을 통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2005년은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고 어려웠던 한해였기에 마지막 달력을 찢어버리고싶은 정도였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련과 고통이 깊으면, 희망의 메아리도 더높이 더멀리 퍼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밝고 힘찬 2006년을 기대해 봅니다.

대표이사 白 星 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