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층 인구가 많아지면서 건강과 「장수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러시아․일본등의 세계 곳곳의 장수지역을 돌면서 그들의 식생활․환경을 취재하는 TV프로그램도 부쩍 증가하고 있습니다. 고등어․꽁치등의 등푸른 생선과 야채를 주식으로 하고, 늦은 나이에도 일손을 놓지않는 것이 장수비결이라는 일본 오끼나와는 「테마관광」으로 유명세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장수촌은 전남 순창등 남․서해안에 많이 분포되어 있고, 여자와 남자의 비율이 10:1에 이를 정도로 여자들의 평균 수명이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장수촌 지역이 최근 강원도 중산간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고, 특히 인제군은 「남자 장수촌」으로 널리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80대 남자도 젊은이로 간주될 정도로 노인들이 건강한 삶을 누리고 있어, 그들의 생활 Pattern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습니다. 맑은 공기와 물의 자연환경외에도 늙은 나이에 각자의 생업을 가지고 있고, 봉사의 삶을 살고 있다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을 전체로 하는 봉사활동,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자선활동, 어린이들에게 한자공부를 가르치는 등 베품의 삶을 가지므로써 천수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으면, 마음으로․육체적․물질적으로 베풀고 나누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얼마전 부부동반으로 제주도 한라산을 등반하고, 제주도의 각종 먹거리를 찾아 재미있는 시간을 가진적이 있었습니다. 친구중 한사람이 저녁값을 자신이 내겠다고 자청하면서, “나이가 들수록 점점 밥값․술값을 내지 않게 된다더군. 더 나이가 들기전에 좀더 자주 내어야 겠다는 생각으로...”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면 밥값도 내지 않을정도로 옹색하고 제것만 챙기는 어린이 마음이 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고, “나는 그렇게 변하지 말아야 할텐데....”라는 생각이 오랫동안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40~50대가 되면 부부간에는 상반되는 흐름이 나타나게 되어 남편은 가정으로, 아내는 밖으로 향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생리적으로 남자는 여성호르몬 여자는 남성호르몬이 체내에 증가하는 것도 이유가 되지만, 젊었을때 직장과 사업으로 이리 저리 바쁘게 쫓아다니다가 나이가 들면 편안한 상태로 희귀하게 되는 것이 남자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반대로 결혼후 남편 뒷바라지와 자녀들의 학업․대학 입학등 가정일에 모든 것을 다바친 여자들이 “이제껏 나자신을 위한 시간들은 없었지 않았는가? 지금부터라도 내 인생을 살아야 후회없는 삶이 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과 함께 친구들을 만나고, 영화․음악회도 참관하고, 여행도 가고, 옷이나 보석에도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가까운 어느 친구는 아내의 변화에 대하여 이렇게 불평하고 있었고, 나역시 그러한 느낌을 받고 있던터라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옛날에는 외국 여행 가는데, 남편 눈치보고 겨우 승낙 받아 가더니만, 요즈음은 의논조차 하지않고 통보식(?)으로 끝나고 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180° 바뀐 새로운 환경을 이해하고 수용하여야 하겠다는 마음을 갖지 않는다면, 부부간의 마찰, 심하면 별거나 이혼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순종적이던 아내와 자녀가 함께 반기를 드는 것으로 오해되기도 하고, 가장(家長)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하여 마지막 남은(?) 권위로 가족들을 대하게 될 때는 가정의 평화는 순식간에 무너져 내릴 것입니다. 가정의 행복과 가족의 화합을 위해서는, 우선 아내의 의견을 대부분 수용하겠다는 생각을 먼저 가져야 합니다. 또한 청소․설겆이․빨래 등 집안일도 도와주는 차원을 떠나 일정부분 자기 몫으로 받아들이고, 이왕이면 가벼운 요리법도 배워 아내가 집을 비웠을 때를 대비하는 것도 현명한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Golf나 등산등의 운동․취미를 함께 즐길수 있다면 최상책이고, 적어도 음악회․연극․영화를 위한 나들이를 정례적으로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많은 시간을 가정에서 보내다 보니 자녀들과 마주치는 횟수가 늘어나, 그들의 결점이 쉽게 발견되고 세대차에 의한 인식차이로 「잔소리쟁이 아빠」로 전락될 위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성장한 자녀에 대하여도 독립적 인격체로 받아들이고 그들을 이해할려는 노력과 함께, 어려운 일에 부딪혔을 때 언제나 구원투수로 부를 수 있는 「친구사이」가 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어느 남자고등학교에서 학생과 아버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적이 있습니다. 아버지에게는 “어려운 일이 있을때 당신 아들은 아버지와 상의를 하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였고, 아들에게 “어려운 일이 있을때 아버지와 상의를 할 것입니까?”라는 것이었습니다. 응답결과는 아버지의 92%가 “그럴것이다”로 대답한 반면, 아들은 4%만이 동의하는 것으로 엄청난 결과 차이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또한 “많은 아버지들은 아들이 아버지같은 사람이 되고싶어할 것이다”로 답변하였지만, 대부분의 아들들은 아버지처럼 되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였다고 합니다.

반대로, 여학교에서 모녀간의 질문을 던지면, 어머니는 자녀에 대한 잔소리로 딸이 자신을 싫어할 것이라고 미리 겁을 먹지만, 딸은 엄마같은 사람이 되겠다는 응답이 의외로 많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존경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것은 감정적인 교류가 적은 반면, 엄마는 잔소리와 신경질에도 불구하고 딸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은 미운정 고운정이 함께 배여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권위를 앞세우는 아버지보다, 친구처럼 싸우면서 정이 드는 엄마가 더욱 바람직한 부모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아버지들은 느낄 수 있어야할 것입니다.

어떻든 남자가 나이들면, 집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는데 실직이든 정년퇴직이든 하루종일 일없이 함께 지낼 남편을 보면 걱정과 짜증이 앞서는게 아내의 심정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내는 60․70세 아니 죽을때까지 남편이 직장에 다니기를 바라고 있는 것은 경제적인 보탬도 되겠지만 별볼일(?)없는 남자와 24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지옥(?)과도 같을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까운 친구만큼 더 좋고 편한사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머리가 굵어져 만난 대학 동창생은 다소 예외이긴 하지만, 함께 뛰어 놀았던 국민학교(시골) 친구 그리고 이성에 눈을 뜨게되는 사춘기시절의 고등학교 친구들은 그저 만나기만 해도 좋은 것 같습니다.

경제적 富나 사회적 지위에 아랑곳없이 욕도 주고 받으면서 옛날 추억에 빠지기도 하고, 포장마차 같은 허름한 곳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왕년에 잘나가던 시절의 이야기로 허세를 부리기도 합니다. 있으면 있는데로 없으면 없는데로, 친구의 눈으로는 어릴때 젊을때의 모습 그대로를 보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가식이나 허세도 먹혀들 수가 없습니다.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다가 은퇴한 사람일수록 현직에 있을때 받았던 「섬김」이 몸에 배여 있겠지만, “정승말 죽은데는 들다 보지만 정승 죽은데는 모른체 한다”는 속담처럼 우리로 하여금 눈높이를 낮추고 겸손한 자세를 갖지 않으면 어느 친구와도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든 나이가 들어도 젊을 때의 모습으로 받아주는 사람들은 오직 친구들뿐 - 이핑계 저핑계될 것 없이 친구모임․동창회모임에는 빠짐없이 참석하고, 경제적 형편은 차치하고라도 술값․밥값을 내가 지불해야겠다는 마음이라도 가져야할 것입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0년의 평균수명은 무려 80.7세에 달할 것이며 65세의 노인인구가 학생(6~21세)수를 추월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소득이 증가하고 의료 혜택이 확대되어 평균수명이 늘수 밖에 없고, 젊은세대의 핵가족화․자녀교육비증가․편한생활로의 가치관 변화가 세계 최저의 출산율 「1․2명」라는 신기록(?)을 수립하고 있으니 학생수가 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노인인구의 증가는 첫째 “죽을때까지 무엇으로 먹고 사느냐?” 둘째는 “무슨 일을 하면서 말년을 보람있게 보내느냐?”라는 사회적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대학을 졸업한 샐러리맨들이 「사오정」신세가 되었다면 16년 공부해서 고작 20년 정도 직장생활에 따른 수입이 있었는데, 80세까지 산다면 남은 35년을 윤택하게 산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닐 것입니다.(40대 중반까지 직장에 남아있는 것도 커다란 행운일 것입니다)

설사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라해도 아무런 일도 없이 놀기만 한다면 보람있고 가치있는 인생은 아닐 것입니다.

20~30년내에 바닥이 드러날 국민연금․공무원․사학연금이 더이상 노후를 보장해줄수 없고, 앞가림하기 바쁜 자식에게 기댈수는 더더욱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사오정이후 남은 제2부․3부 인생을 의미있게 마감하려면 새로운 준비가 있어야 하고, 소일거리나 생활비를 벌 수 있는 경제활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됩니다.

자신의 경험이나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소규모 창업을 시작할 수도 있고, 전문직 선택이 어려운 경우에는 단순직업을, 돈걱정이 없는 처지라면 종교생활 또는 사회봉사의 길로 나설수 있을 것입니다.

어떻든 “돈․일․건강”의 세가지 필수조건은 노년에 어울리게 미리 고민하고 준비하지 않는다면, 젊은날의 영화는 모두 과거속에 매몰되고마는 초라한 삶이 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먼저 깨달아야할 것입니다.

“황혼이혼 10년새 9배증가”라는 신문 타이틀은 20년이상 동거한 부부의 이혼 건수가 급증하고 있고, 40~50대들이 가정파국을 맞는 주된 이유가 실직으로 인한 경제능력상실로 집계되고 있는 것은 우리남자들의 불행일 수 밖에 없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정신과 두뇌는 늙지 않는다하여, 통찰력․판단력․문제해결능력은 젊은이 보다 훨씬 앞선다고 하는데도, 직장에서는 구조조정으로 계속 밀려나고 있으니....

“마음아 너는 어이 매양 젊었는가?

내 늙을 적이면 넌들 아니 늙을소냐?

아마도 너 쫓아다니다가 남 웃길까 하노라”

오백년전 어느 선비가 몸은 늙어도 마음은 늙지 않는다는(身老心不老)라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노래한 시조가 귓가를 맴돌고 있는것은, 나이들어가는 우리 모두의 안타깝고 아쉬운 심정을 대변해주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