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 매일같이 공장에 내려와 가족과 떨어져 계시니 무척 힘드시겠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어려웠으나, 이젠 습관이 되어 홀애비 생활에 매우 익숙해졌습니다. 집청소, 때로는 식사 준비도 잘 하고 있습니다.“

“나이들어 혼자 산다는게 얼마나 불편한지 저라면 도저히 못할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는 꽤 괜찮습니다. 회사일에 전념할 수도 있고, 지나온 날들을 반성도 하고, 또한 책읽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고요.”

회사를 방문한 협력사 사장님께서 이곳 음성에 혼자 내려와 지내는 저에게 위로의 말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회사를 안정시키기 위해 공장에 상주한지도 3년이 훌쩍 넘었고, 나이들어 가족들과 떨어져 산다는게 주위 사람들에게는 힘들어 보이는 것 같았고 때로는 이상한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하였습니다..
시골에서 무슨 재미로, 어떻게 지내고, 의식주생활은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는 “시골 풍경을 벗삼아 그저 그렇게 살고 있다.”라는 답변을 던지기도 합니다.

우리가 몸담아 사는 이세상이 천국이 아니라 참고 견디면서 살아야 하는 “사바세계”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힘든 세상사 모두를 이겨내어야 한다는 다짐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는 셈입니다. 어쩌면 전생에 많은 죄를 지어, 현세에 업보를 치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흩어지는 나 스스로를 바로 세우기도 합니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갖게 됩니다.

먼저, 아내의 도움없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독립적」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人生이라는게 혼자 이세상에 왔다가, 혼자 떠나는 것이라고 보면 주위사람․가족들과 너무 깊은 의존적 관계를 갖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을 갖기도 합니다. 아내의 도움 없이는 밥한끼도 해결할 수 없고, 청소․빨래도 스스로 할수 없고, 크고 작은 일상사들을 처리할 수 없다면 너무나 구차한 모습으로 될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머리가 커지고 성장하면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고, 떨어져살 수 밖에 없는 것이 자식들인데, 부모라는 情에 너무깊게 메달리고 있다면 그것 역시 추한 모습일 것입니다. 우리들은 「홀로」왔고, 「홀로」가는 것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홀로일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입니다. 홀로 있을 때 「전체」이고, 누구와 함께 있을때 「부분」일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어느 인디언 추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진리는 홀로 있을때 우리와 더 가까이 있다. 홀로 있음속에서 보이지 않는 절대존재와 대화하는 일이 인디언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예배이다. 자주 자연속에 들어가 혼자 지내본 사람이라면 홀로 있음 속에는 나날이 커져가는 기쁨이 있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그것은 삶의 본질과 맞닿는 즐거움이다” 라고.....

홀로 있을수록 함께 있으려면 무엇보다도 자기 관리가 철저해야 하고, 이를 소홀히 하면, 그 인생은 추해지고, 점점 더 고립에 빠져들기 마련입니다. 또한, 혼자 사는 즐거움은 누가 밖에서 갖다주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이고 사소한 일을 겪으면서 고마움과 기쁨을 찾아낼 수 있는 긍정적 인생관을 스스로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함께 해야 합니다. 부분적인 자기가 아니라 전체적인 자기가 될 때 비로소, 우리들의 삶은 生氣와 건강함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고, 반성의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왔고, 왜 여기에 와 있는지, 내게 소중했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해 봅니다.

어릴 때 미역 감고, 고동과 물고기를 잡으러 가고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놀던 시골 고향을 머리에 떠올리면서 순수했던 옛날로 되돌아가야겠다는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그때 가졌던 커다란 꿈이 이루어질 수는 없겠지만.작은 결실들은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미련은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대학시절 시골 촌놈이 하숙방생활을 하면서 방황했고 무료한 군대 3년도 결코 무의미한 시간들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인생의 모두를 던졌던 직장생활 24년도 너무나 많은 추억들을 남겼고, 오늘의 자신이 있기까지 「배움의 연속」이었고, 그 회사가 나의 모든 것인양 착각하면서 일에 매달렸던 시절인 것 같습니다.

주위의 친구들을 둘러보고 떨어져 있는 친구들의 근황도 살펴봅니다.

은퇴하여 쉬고 있는 친구, 사업에 실패하고 좌절을 겪고 있는 사람, 부인과 사별하여 가정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탁월한 경영 능력을 드러내는 기업 Top manager가 되어 있기도 하고, 고시 pass를 통해 높은 관직에 올라 있는 사람, 그리고 아직도 직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친구들도, 사회적 관점에서 「성공한 자」와 「실패자」로 구분해 볼수도 있습니다.

나자신 50대 중반에서 가족으로부터 「오찌누레바」신세가 되지 않고 열심히 쫓아다닐 「일거리」가 있다는 것도 감사의 마음으로 받아드리고 있습니다. (오찌누레바란 비에 젖은 낙엽이라는 뜻으로 빗자루로 쓸어내려도 바닥에 딱 들어붙어 있다는 의미이며, 일본에서 퇴직후의 50대 남성들의 처지를 비꼬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

마라톤으로 보면 반환점을 훨씬 돌아왔고, 축구 경기로는 후반전을 뛰고 있는 우리들은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하여 내면에서 솟아나는 깊은 목소리에 귀기우려야 할 것입니다.

“나는 누구이고, 나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고, 인생을 마감할 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 것인가?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고 어떤 마음으로 임할 것인가? 하루하루 어떻게 보내야 하고, 남편․아버지․친구․회사대표로써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 균형있는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이곳 음성에 머무르면서 회사일에 전념하여 비록 규모는 작은 중소기업이지만, 탄탄하게 운영되고 장구한 세월에도 넘어지지 않을 「백년기업」의 토대를 닦을 생각입니다. 중소기업의 여건은 주위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훨씬 더 열악하여 조직 구성원의 자질이나 경영 체계, 업무 Process가 뒤떨어져 있어, 열정을 가진 경영자의 깊은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부문별로 제대로 실력을 갖춘 경력자를 선발한다는 것이 너무나 힘들어, 잠재력 있는 신입사원을 회사내부에서 육성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이기도 합니다. ERP, 전자게시판등 많은 자금을 투입하여 전산망을 갖추어 놓았지만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불합리한 사고방식, 1대1 대응의 원칙 미준수, 그리고 우리 실정에 맞는 운영체계로 개선해 나가야겠다는 의지 부족등은 전산 System을 망가트려 놓기가 일수입니다. 결국은 사람에 의한 것이 아닌 System에 의한 「기업경영의 준거틀」을 회사사명서의 기본정신에 따라 만들고 다듬어 나갈 수 밖에 없고, 이를 이루지 못하면 끝내 쓰러질 수 밖에 없는 그렇고 그런 중소기업의 신세를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무리한 기업확장이나 높은 목표설정은 경계하여야 되겠지만, 우량기업의 길을 결코 포기할 수 없습니다. 관계 법령이 요구하는 투명회계의 기반도 갖추어가고, 건전하고 올바른 기업문화의 토양도 뿌리를 내리고 있고, 고객 만족을 통한 신뢰 확보 방안도, 경쟁력 있는 생산 현장의 가능성과 희망도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잠재력 있고 좀더 배우고 익히면 쓸만한 사람으로 길러낼 수 있다는 인재육성의 길도 조금씩 열려가고 있는 것도 나 자신을 기쁘게 하는 것들중 하나입니다.

혼자살면서, 지나온 삶을 반성하고 남은 후반부 인생을 어떻게 다듬고 마무리해야할지를 깊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창문을 흔드는 가을바람소리에도, 창틈으로 새어드는 달빛소리에도 가끔 잠을 깨기도 합니다.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지 않으니 잠들지 말고 깨어 있으라는 뜻으로 생각하고 책상으로 다가가 책도 읽고 글쓰기도 계속하게 됩니다.

옛날, 중국의 침략을 피해 티베트에서 인도로 넘어간 80의 노스님에게 기자들이 놀래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어떻게 그나이에 험준한 히말라야를 아무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넘어올 수 있었습니까?”

“한걸음,한걸음 걸어서 왔습니다.”라는 노스님의 대답이었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것도 같은 이치일 것입니다. 뚜렷한 목표가 있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명확한 방향만 있다면,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것이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작은놈은 미국 중부에, 큰놈은 서부에서 공부하고 있고, 아내는 서울집, 나는 시골 음성 이렇게 네식구가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습니다. 가족 모두가 「혼자 사는 즐거움」을 느낄수 있고 “홀로 있을때 전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주말이면, 방학이 되면 떨어져 있는 식구들이 함께 모여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면서 즐겁고 편안한 시간들을 갖는 「우리가족」의 모습들을 상상해 봅니다.

대표이사 白 星 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