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건너편에는 제법 큰 규모의 공장이 있는데, 매일 밤늦게 새벽녘까지 훤히 불을 켜고 가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불이 꺼져 있어 여기저기 수소문한 결과 회사가 부도가 나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L. C. C와는 전연 무관한 사이지만, 어떤 이유로 회사가 파산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얼마 전, 같은 화장품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사장님과 식사를 하면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내년부터는 00제품들을 중국에서 OEM 생산할 계획입니다. 수출과 내수부분 모두 우리가 만드는 것의 60%가격으로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출단가는 고정이고, 인건비는 매년 상승하고 견딜 수가 없습니다. 초자용기 가격도 싸고 품질도 동등이상이고, 더구나 인건비는 1/10밖에 안되고요. 외국합작 기업의 품질은 신뢰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협력사 품질관리 수준도 상당히 높아, 예를 들면 사출공장 내부관리는 우리 협력사보다 5~10년은 앞선 것 같습니다."

백년기업이라는 L. C. C Vision을 내걸고, 투명․정도경영을 실천해왔고 Overhead cost를 낮추기 위한 ERP등의 전산화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기업은 사람이다"를 실현키 위해 많은 교육들을 실시하고 있지만, 왠지 요즘은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매스컴을 통하여 물류대란과 각종노사분규 그리고 외국인투자기업들의 직장폐쇄, 그리고 주5일제의 국회통과를 지켜보면서, 대한민국 제조업의 미래에 대하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고 답을 해봅니다. 󰡒절대적으로 부정적, 비관적이다. 기술집약형, 대기업부분을 제외하고는 특히 중소제조업의 활로는 보이지 않는다.󰡓라는 결론에 쉽게 도달할 수 있습니다. 변화되지 않는 간부사원, 조금이라도 벽에 부딪히거나 다른 부서와 협조가 필요한 경우, 모두 그 자리에 정지해 버리고 1년, 2년 전으로 원위치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답답해지는 마음을 숨길 수 없습니다. 원가절감은커녕 곳곳에 일어나고 있는 낭비요소, 몇 년째 제자리걸음하는 생산성을 보고 있노라면 판가는 인하되고 임금은 매년 올라가는데 어떻게 수익성을 확보할 것인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의 자동차회사들은 왜 매년 파업을 하고, 막대한 성과급․급여인상요구로 서로 적이 되어 싸우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일본에서는 생산성 향상 없이는 임금인상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 상식화되어 있습니다."라는 일본기자의 코멘트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오늘아침, 월례회 때 개선사례를 발표하고 포상 받은 담당사원이 사직서와 휴가증을 던지고는 잠적해 버리고, 어저께는 고객 claim을 받은 사원이 상벌위원회를 앞두고 조퇴증을 던지고는 퇴근해 버리는 일도 발생하였습니다. 무엇이 불만인지, claim의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담당부서장에게 물어보아도 속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없고, 그저 기분이 나빠서 그렇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생산만 많이 하면 됐지, 공장혁신지도를 통하여 부동요인 불량내역 뽑으라며 paper working만 시킨다. 또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칭찬은 하지 않고 잘못한 것만 지적한다."라는 불만만 들리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어느 Operator에게 사고보고서를 써보라는 지시를 하였지만, 며칠이 지나도 응답이 없기에 다시 확인하였더니, "저희들은 보고서 작성을 할 줄 모릅니다. 그저 작업만 하면 되지 글로 적는 것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습니다."라는 대답이었습니다. 고등학교․초급대학을 졸업했는데 사고원인․대책을 적을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또 쓰지 못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연습해야지요. "평생 작업자로 일하겠습니까? 아니면, 진급도 하고 더 큰 일을 해보겠습니까?"하고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대졸이든 고졸이든 젊은 사원들은 아무리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라 하더라도 본인이 내켜하지 않고 심정적으로 동의할 수 없으면 일을 거부하기도 하고 또 심할 경우 사표를 던져 버립니다. 생산직 여사원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즉실천교육 1주일 그리고 아침인사, 혁신체조, 간부사원들의 화장실청소, 사보발행, 1일 경영실적 보고회 개최 등 어느 기업보다도 「인간존중의 경영」을 실천하고있는데, 작업마무리와 설비․현장청소들은 팽개치고 퇴근 차에 매달리는 데만 급급하고, 1년이 가도록 제안 1건 없는 우리 현장을 어떻게 이해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산업구조가 첨단화되면서 일자리가 줄고, 젊은이들은 소위 3D업종을 기피하는 추세로 청년층 실업난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슈화되고, 오륙도, 사오정의 유행어처럼 기업의 구조조정에 따른 중․ 장년 실업은 가정불행의 씨앗이 되고 있다. 이미 S전자, L전자 등의 대기업들은 해외 공장의 종업원수가 국내보다 높게 나타나고 점점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 따르면 375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8%(142개)의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고 있거나 이전할 계획이라고 응답하였으며, 주된 이유는 노무비 절감과 인력난을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라는 신문기사는 중소제조업을 경영하는 CEO들에게 심각한 고민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조사결과는 커다란 충격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우리기업의 44%가 이미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였고, 34%는 몇 년 내로 옮길 예정으로 22%만 국내에 남게될 것이며, 국민소득 1만 달러에 성급하고 때 이른 「산업공동화」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시킬 것이라는 진단이었습니다. 또한 "국민의 60%가 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고, 기업인에 대해서는 67%가 나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라는 조사내용은 기업과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개혁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는 「반기업 정서」로써는 국민소득 1만 달러와 선진국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연예․스포츠계 스타처럼 빌 게이츠나 잭 웰치 같은 「경영계 스타」를 키울 수 있는 토양을 가꾸어 나가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었습니다.

인터넷 취업포털 잡 링크(JOB LINK)가 「장기구직자 2,000명에 월 백만원을 주는 대기업과 백오십만원을 주는 중소기업 중 어느 곳을 선택하겠는가? 라는 설문조사에 67%가 전자를 가겠다고 응답했다」는 것은 중소기업의 구인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회계부분과 Q.A부서의 대졸자 2명을 구하는데, 6개월 이상이 경과했는데도 적임자를 찾지 못하는 당사의 경우가 이를 증명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입니다. 며칠 전, 「맥킨지」社가 청와대에 보고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경제가 신용카드 부실, SK글로벌사태 등으로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위기를 위기로 보지 않는 것이 한국의 가장 큰 위기"라고 지적하면서, 우리경제의 「진퇴양난」의 원인으로 미숙한 경제개혁과 정책, 새로운 경제성장엔진의 부족, 그리고 임금경쟁력 상실과 중국의 위협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태국과 중국의 NIVEA공장을 방문해 보면, 우리 임금의 1/10에 불과하지만 그들의 노동 생산성은 우리를 앞지르고 있고 원칙중심의 품질관리 역시 우리수준을 넘어서고 있으며, 업무의 효율성․효과성도 선진국에(자동화 부분, 연구개발, Marketing은 제외) 접근해 있다는 느낌을 받은 기억입니다. 특히 중국의 변화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훨씬 빨라지고 있고 몇 년 내에는 가격경쟁력, 품질은 물론이고 R&D․ 기술력도 모두 우리를 추월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합니다.

요즈음 중소기업 경영자들을 만나보면, 한마디로 "죽을 맛"이라는 것입니다. 자금의 어려움, 매출감소, 인력난 등 어느 것 하나 손쉽게 풀리는 것 없이 "그만 털고 산으로 들어가고 싶다", "한국을 떠나고 싶다"라는 넋두리만 쏟아집니다. (원정출산으로 자녀의 병력, 교육문제를 해결하려는 일부 몰지각한 부모들의 한국탈출과는 다릅니다.)

중소기업들이 그토록 반대해왔던 「고용허가제와 주5일 근무제」도입은 인건비 부담과 인력난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고, 근로자 전체 10%수준에 불과한 대기업노조들의 이기적인 행태는 자신들만의 이익 챙기기에 급급하고 있어 커다란 비애와 분노, 좌절감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두 자리수의 임금인상, 평생고용과 경영참여보장, 대한민국 밖에 없는 생리휴가에 산전․산후 휴가와 육아휴가를 추가로 요구하고, 심지어 자녀의 과외비 보조를 거론하고 있으니, 과연 이래도 되는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기업 노조의 지나친 기득권 주장과 「노동귀족화」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키워줄 것이며, 약자 입장에 놓여있는 그들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우리국가와 사회는 희망이 없는 절망의 사회로 추락하게 될 것입니다.

어느 잡지를 보면 중소제조업의 생존율은 1~3%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만치 중소기업의 성공․생존율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들어가는 것과 비교될 수 있을 것입니다. 도전한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원칙중심의 경영을 한다면 우량기업이 될 수 있고, 진정한 정도․투명 경영을 실현한다면 생존확률 내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나 자신의 전부를 L. C. C에 바친다면 우량기업․백년기업이 될 수 있을까요?

최근 오래 근무했던 「고참」들을 "Bus에서 내리게"하고, 젊고 잠재력 있는 사람들을 간부로 임명하였습니다. 경험과 지식은 부족하지만 일에 대한 열의는 뜨겁게 느껴지고 무언가 이루어내야 하겠다는 집념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깜깜하던 밤하늘에 희망의 별들이 나타나고, 메마른 대지 위에 샘물이 솟아날 것 같고, 부서마다 변화의 조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변칙과 임기응변 식에서 벗어나 기본과 원칙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반드시 「성공궤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해줍니다. 어느 철학자의 "험하고 힘든 길이 위대함의 정신으로 인도한다"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면서...

대표이사 白 星 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