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여자를 데리고 불란서 음식을 먹으며, 영국경찰이 치안을 맡고 독일정부가 다스리는 나라는 「천국」이고, 스위스 여자, 영국음식과 이태리정부가 살림을 맡은 나라는 「지옥」이라는 이야기는 유럽 나라들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동조합의 파업이 일상화되어 있고, 무질서 그리고 마피아가 연상되는 이태리는 국가기강이 문란한 반면, 합리적인 사고방식, 잘 짜여져 있는 사회 System 그리고 교통질서와 각종 규범이 준수되는 독일은 여러가지 면에서 비교가 되고 있습니다.

"전부 힘으로 하려고 하니, 이러다가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는 생각에, 위기감이 든다"라는 노대통령의 자탄 섞인 목소리는 국가경제가 침체국면에 빠져드는 요즈음 과연 대통령이 던질 수 있는 말이냐 하는 언론의 비판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화물연대의 파업은 국가경제의 핵심인 수출입을 마비시켰고, 전교조의 연가투쟁, 한총련의 시위사례, 철도노조의 투쟁, 각 이익단체들의 선파업 후협상 움직임은 「이태리」의 무질서를 답습하고 있다는 생각에 씁쓸한 느낌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국가위기의 원인들은 개혁바람에 편승한 불법과 무질서, 무원칙과 비상식에서 비롯되어 집단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에 대한 해법은 「위기관리특별법」 등의 제정에 있는 것이 아니고, 법과 질서가 존중되고, 원칙과 상식이 지켜지는 正常性을 회복하면 저절로 해결될 수 있다는 것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들은 「독일」하면 맥주 왕국, 자동차 강국 그리고 세계 1․2차 대전을 일으키고 옛날의 로마제국을 멸망시켰던 「강한 나라」로 기억하고 있으며, 또한 국민들은 부지런하고, 성실하며 질서있고 원칙중심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일의 고속도로 「아우토반」은 브레이크를 밟는 것이 교통법규 위반이라 할 정도로 속도제한이 없는 것으로 시속 200~250Km의 속도로 달려도 안락한 느낌이 드는 것은 고속도로가 안전하게 잘 건설되어 있기도 하지만, 20,000여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진 독일자동차의 우수한 성능 때문일 것입니다. 10년~15년 타고 다녀도 소음 없이 내구성이 좋은 독일자동차는 국산자동차와 잘 비교되고 있고, 회사에 있는 20년이 경과한 mixer가 지금도 고장없이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있는 것만 보아도 그들의 종합기계공업이 얼마나 앞서가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느 겨울 Frankfurt에 있는 친구집에서 잠을 자게 되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친구 부인이 집앞 도로에 밤새 내린 눈을 치우고 있었습니다. "눈을 치우지 않아 집 앞에서 사람이 넘어져 다칠 경우 치료비를 부담해야 됩니다" 라는 부인의 말에 주차싸움을 벌일지언정 도로 앞 눈 치우는 광경을 목격할 수 없는 서울 거리가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또한, 아무도 보지 않겠지 하는 생각으로 심야교통위반을 하였는데 아파트의 노인들이 신고하여 범칙금을 물었다는 친구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습니다. 누가 지켜보든 말든 간에 자신의 본분과 도리를 다하고, 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기본과 원칙을 준수해야겠다는 것이 그들의 가치관이며 기본상식인 것입니다.

LCC를 경영하면서, 회사의 기본원칙과 각종 규정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멋대로의 행동으로 회사에 많은 피해를 주기도 하고 동료들간의 갈등과 마찰을 야기 시키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회사의 정상적인 직무이동을 거부하는 여사원, 점심시간에 무단외출을 하여 음주상태로 근무하거나, 작업시간에 사무실에서 인터넷 도박을 즐기는 젊은 사원, 상사에 대한 폭언 심지어 폭력까지 행사하는 사원들을 보면, 도대체 부모가, 선생님들이, 사회가 그들에게 무엇을 가르쳤는지 답답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내가 만든 제품이니 하나쯤 가져가면 어떠냐 하면서 제품을 숨겨 가지고 나가는 여사원, 개인사정으로 무단결근 며칠하면 어떠냐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라는 간부사원의 무책임, 충전실․포장실의 생산현장 근무수칙, 제품창고 원부자재의 창고수칙은 벽에 걸어둔 액세서리로 생각하고 마구잡이로 행동하는 사원들,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나 조직의 기본원칙마저도 지킬 수 없는 사원들을 어떻게 이끌어나가야 할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고객들의 정당한 요구를 이 핑계 저 핑계로 묵살하는 행위, 불성실한 재고조사로 ERP를 (부분적으로) 마비시키고도 "사람이니 실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항변하는 사람, 휴가나 잔업의 자율 표시를 마구잡이로 어기는 사람들, 교육명령에 대하여 개인적인 이유로 불참하는 행위, 관계법규를 업무태만으로 위반하여 많은 손실을 가져오고도 뻔뻔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사원, 수억원의 기계발주를 구두로 처리하는 간부사원, 선집행 결재를 득하지도 않고 현장설명으로 구두 발주하는 행위 등 기본과 원칙을 준수하지 않고 대충대충 적당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저렇게 해서 앞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저렇게 나이를 먹다보면 5년, 10년 후에 진급할 수 있을까?"하는 연민의 정까지 느끼게 합니다.

얼마전 사직을 한 어느 간부사원이 제게 한 말이 기억납니다.

"사장님 권한 좀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좋지요. 무슨 권한을 주면 좋겠습니까?"

"근태처리와 품질불량․클레임처리를 제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까?"

" '마음대로' 라는 것이 무슨 뜻입니까? 어떤 사람은 안나오면 결근이고 마음에 드는 사람은 휴가라는 뜻입니까? 또 품질문제는 QA․생산1팀과도 협의해야 되는데 기본원칙도 없이 생산과장 혼자서 결정하겠다는 것입니까?"

"과장이라면서 결정권도 없이 어떻게 회사생활을 합니까?"

"개인에게 주어지는 상과 벌은 특히 공정해야 합니다. 상위자는 주요업무에 대한 결정권을 가졌다는 것이지, 회사의 규정을 벗어나 임의대로의 처리는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마치 대통령이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는 것이 법과 원칙, 상식에 벗어나는 처리를 해도 되는 것처럼 오인하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니겠습니까?"

비교적 성공적으로 출발한 우리 LCC도 회사가 성장하고 복잡해 지면서 너무나 많은 새로운 사람들, 너무나 많은 신제품, 계속되는 증설로 인해 신바람나는 직장 분위기가 무질서한 일부사원들의 돌출행동으로 어수선한 느낌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RP전산화가 뿌리를 내리면서도 원부자재의 입력이 늦어지면 반제품등록, 제품의 입고․출고가 불가능한데도 이를 늑장 처리하는 부서장과 담당들의 무성의한 자세, 부자재 발주를 월요일에 진행하여야 하는데도 화․수․목요일 본인 형편대로 처리하여 협력업체의 불만을 가중시키고, 현장생산라인을 마비시키는 행태, 하다보면 실수 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무책임한 자세,「무전표 System」으로 편리한 업무 Process로 전환되었는데도 일일마감이 아닌 월마감으로 진행하는 변화하지 않는 공무조직,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가고 있는데 꿈쩍도 하지 않는 배짱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선급금도 받지 않고 마구잡이 재고 생산을 하여 수천만원의 제품재고를 창고에 쌓아 놓고있는 부서장, 1년분의 원료를 보란 듯이 창고에 가득 채워놓고 뿌듯해(?)하고 수시로 비행기로 실어 날라 공중에 돈을 마구 뿌리고 있는 자재부서, 부자재의 수입검사 실수와 충전 Holder 세척미흡으로 수천만원의 claim 비용을 지불하는 Q.A부서, 재고조사 미흡으로 월말결산이 갈팔질팡할 수밖에 없는 우리 LCC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언제쯤 제정신이 들게 될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고, 규정과 표준을 지켜도 그만 안지켜도 그만, 이런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은 상벌 규정에 따라 징계가 내려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인 관계로, 조직과 회사생활에 익숙지 못하다는 것은 이해한다고 해도 상습적인 체조불참과 조경의 날을 회피하는 등, 제멋대로의 생각과 행동으로 일관하는 사람에게는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신나던 창업회사가 특별히 내세울게 없는 또하나의 평범한 회사로 변모해간다는 것은「조직의 암세포」가 본격적으로 자라나고 번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중학교 때 배운「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기초경제 이론이 들어맞는 현상처럼...

대부분의 회사들은 버스에 잘못 태운「소수의 부적합한 사람들」을 관리하기 위해 관료제적 규칙을 만들고 그것이 버스에 타고 있는「적합한 사람들」을 몰아내고 그 결과「부적합한 사람들」의 비율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무능력과 규율결핍을 보완하기 위해 관료제가 더욱 강화되며 그로 인해「적합한 사람들」이 더 빠져나가는「악순환의 과정」을 밟게되고, 결국에는 기업의 문을 닫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관료제와 계층제를 피하고,「부적합한 사람들」을 버스에서 내리게 하는「규율의 문화」가 LCC에 정착되어야 할 것입니다. 즉, 부적격자들에게 적합한 행동을 하도록 훈련시키는 것에도 한계가 있으므로, 적합한 사람, 규율있는 사람들을 버스에 태우고 규율있는 사고와 규율있는 행동이 자유와 책임의 개념을 바탕으로 하는「자율의 문화」로 계승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 LCC는 밖에서 보기에는 따분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가까이 들어다 보면 정말 부지런하고 놀랄만큼 열심히 일하고, 자신의 책임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해결해내는 많은 사원들이 있습니다. 마치 자신의 회사인 것처럼, 자기가 회사의 경영자인 것처럼, 자신의 Vision을 LCC의 미래와 일치시키고 있는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아직은 경험 부족이고, 아직은 직무능력이 떨어지지만 하루하루, 하나하나 담을 쌓아 가고 있는 그들이 언젠가는 LCC의 주역으로 등장할 날이 멀지 않을 것입니다.  System과 규율을 벗어나는데 익숙한 사람은 언젠가 Bus에서 내리게 될 것이고, 특별히 관리할 필요 없는 자율적인 사람들은 체계 내에서 자유와 책임을 부여하고 창의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2002년도에도 징계금액이 4,800,000인 것에 비하여 포상금액은 Total 63,000,000에 이르렀고, 금년에는 더욱 강화하여 규정에 벗어나는 행동에 대해서는「벌」을 내리고 「규율있는 사고와 행동」으로 높은 성과를 이루어낸 사원들에게는 폭 넓은 포상의 기회가 주어질 것입니다.

규율있는 사람들이 모여있고, 모든 업무가 규율있는 사고와 행동으로 처리되는「규율의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만이 백년기업 LCC의 초석을 다지는 첫 번째 과제라는 것에 조금의 이의도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대표이사 白 星 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