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발행년도 2022년 3월
제목 행복의 조건



여론조사 기관인 미국의「퓨 리서치 센터」에서 17개 선진국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네 삶을 의미있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What makes Life meaningful?)라는 질문에「물질적 풍요(돈)」이라고 대답한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것입니다. 17개 선진국의 평균 응답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가족이고 가족을 첫째로 하지 않은 나라는 3개국인데, 스페인은 건강을 대만은 사회를·한국만이「돈」을 첫째로 답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2위는 직업·4위는 친구관계인데 이들은 한국에서는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아 순위에 들지도 않았고, 삶의 원천으로 신앙을 꼽는 사람이 가장 많은 나라는 15%의 미국이지만 기독교·불교 신자가 많은 우리나라는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1%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교회·성당·절을 열심히 다니긴 해도 설문조사 용지를 받아들고 나면, 예수님·부처님보다 돈이 더 중요하다고 응답하는 것이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입니다.



양궁이나 쇼트트랙처럼 한국 선수들이 금메달 많이 따는 스포츠에서는 “한국 1등”이라는 것이 익숙하게 다가옵니다. 또한 최근에는 BTS가 빌보드 1위를 기록하고「오징어 게임」에 이어「지옥」이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본 드라마로 이름을 올리는 것도 낯설지 않지만, “삶의 의미에 물질적 풍요를 1순위로 올린 유일한 나라·대한민국”은 크다란 충격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삶의 의미를 주는 제1가치는 가족(38%)이고 직업(25%) 물질적 풍요(19%) 순서이지만, 한국인들은 물질적 풍요 다음 건강(17%) 가족(16%) 순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유교적 가족 중심의 가치관을 지닌 한국인들이 가족이 아닌 돈에서 삶의 의미를 추구하고 있다니 상식에서 벗어난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선진국의 대다수 국민들은 경제력이 커질수록 정신적 가치관을 중요시하는데 반해, 우리들은「물질」에 올인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가 단위로 가치관을 조사하고 발표하는 또다른 연구로 5년 주기의 “세계 가치관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세계 가치관 조사는「생존 중시」「자기표현 중시」두가지 축으로 구성되는데, 대부분의 국가들은 국민 소득이 높아질수록 생존을 중시하는 분위기 대신 자기표현과 관용·자선 등의 가치를 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한국인들은 1인당 국민소득 2000달러이던 시절이나 3만달러를 훌쩍 넘은 지금이나 여전히「자기표현」대신「생존」을 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사회의 배금주의적·생존주의적·물질주의적 경향은 다른 연구와 조사에서도 나타나는 사실이고, 우리 스스로도 “넉넉하고 푸근한 마음”대신 “대단히 치열하고 스트레스 가득한 분위기”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질적 행복”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 양상이 관련 서적 판매에서도 드러나고 있는데, 교보문고의「2021년 베스트셀러 결산」에서 경제·경영 서적이 판매 점유율 8.5%로 1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1980년 교보문고 개점 이래 41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고, 주식 초보자를 위한 책들이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가상화폐 관련 도서들도 전년대비 6배 이상 판매되었다고 합니다. 코로나로 언택트 시대를 살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욕망의 총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지고 그동안 가져왔던「행복 가치 체계」가 뿌리채 흔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영혼까지 끌어대도 집 장만이 어려운데 주변에서는 아파트로 수억원을 벌고 주식과 코인으로 대박을 터트리는 소리에 나만 소외되고 있어, 국민들 대다수는 “벼락 거지”가 된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납니다. 재테크로 재산 모으는 방법은 알게 되었지만 어떻게 가치 있게 살 것인지는 잊었고, 100세 시대에 육체적 건강은 지킬 줄 알지만 삶의 정신 건강은 황폐해지고 있습니다. 민간인들도 우주를 다녀오는 세상이지만 정작 아파트의 이웃은 누가 사는지 모르고, 물질적 풍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들은 잊어가고 있습니다.



많은 부동산과 은행 예금을 갖고도 악착같이 돈벌이에 집착하는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왜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냐고?” 그의 대답은 “행복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수십개의 계열사를 가진 대기업 회장에게 물었습니다. “행복이 무엇인가?” 그의 대답은 “그걸 알기 위해서 평생 돈을 벌었지만 아직도 행복하지 않다”고 대답합니다. 추운 거리에서 적선을 기다리는 걸인에게 행복을 물었습니다. “오늘 저녁 먹을 끼니와 잠잘 곳 있으면 행복한 것 아니냐”라는 간단한 대답이었습니다. 18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재산의 소유자였던 이건희 회장은 오랜 시간을 식물인간 상태로 투병생활을 하다가 타계하였는데, 대한민국 제1의 부자였던 그분이 행복하였을까요? “재물은 소금물과 같다”는 로마의 격언처럼, 우리 인간은 소유가 행복의 조건이라면 평생 부(富)를 쌓아도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연세대 서은국 교수의「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우리는 “또다른 행복”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아리스토텔레스」는 일찍이 행복이 인생의 궁극적 목적이라 단언했지만, 저자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행복이 삶의 최종 목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하여 최적화된 도구”라 정의내리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미래에 무엇이 되기 위해 전력 질주하고, 화려한 변신에만 집중하지 그뒤에 일어나는 많은 시간에 대해서는 미쳐 생각지 않습니다. 객관적으로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보다 이미 가진 것을 얼마나 좋아하느냐가 행복과 더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즉 사람들은「becoming(~이 되는 것)」에 눈을 두고 있지만, 정작 행복은「being(~으로 사는 것)」에 담겨져 있습니다. 재벌집 며느리가 되는 것(becoming)보다 그 집안 며느리로 하루하루를 사는 것(being)이 행복의 여정이 된다는 것입니다. 명문대 합격·좋은 직장·승진을 위해 전력 질주하여 얻게 되지만, 한번의 강도 높은 행복을 느낄 뿐 평생의 행복은 다가오지 않습니다. 또한 좋은 조건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훨씬 더 행복하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였듯이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Happiness is the frequency, not the intensity, of positive affect)”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합니다. 따라서 “행복한 사람”의 정의는 남의 칭송과 칭찬을 받으며 사는 사람이 아니라, “일상에서 긍정적인 정서(기쁨 등)를 남보다 자주 경험하는 사람이다”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었습니다.



서울대 최인철 교수가 말하는 Good Life란 의미가 충만한 삶을 뜻합니다. 인생에 대한 목적의식·소명·자기희생과 봉사 같은「큰 의미」도 있지만,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작은 의미」들도 많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일찍 일어나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화초 키우기·집안 정리·간단한 요리하기·취미 활동·독서·음악 듣기 등 있고, 가정에서는 아이들과 놀아주기·구구단 가르치기·아내와의 산책·가정일 돕기·부모님께 안부 전화드리는 것 등이 있고, 직장에서는 맡겨진 업무를 잘 해내는 것·동료와 협조하여 Synergy를 내는 것·상사로부터 칭찬받는 것·회사의 포상 받는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자기를 희생해야 얻어지고 즐거움을 포기해야 얻어지는 것들이 아닙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인 “소확행”이 있듯이, 작고 확실한 소확의(小確意)도 있습니다.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작은 쾌락과 무겁지 않는 작은 의미를 균형 있게 추구하는 것이 “Good Life”이고 “행복의 길”로 나아가는 최상책이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우리 몸에는 수많은 호르몬이 분비되고 있는데,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행복 호르몬」을 마음껏 흐르게 한다면 저절로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억지로라도 자주 웃어「엔도르핀」을 얻고, 밖으로 나가 햇빛을 맞으며 산책하는 습관을 통해「세로토닌」을 분비시키고, 자기개발과 함께 업무에 대한 도전과 성취로「도파민」을 분출시키고, 가족과 함께 하고 우정과 애정을 나누면서「옥시토닌」을 흘러내리게 한다면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결국은 부정적 생각은 우울증을 갖게 하고, 긍정적 사고와 행동하는 습관을 체화시켜나간다면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매주 일요일 친구들과 북한산을 오르면서, 나이 들어가는 우리들의 “행복 조건”들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산행의 이유가 건강이고, 배우자와 자식들에게 큰 어려움이 없고, 품격 있고 편안한 노후를 위한 적당한 재산이 있어야 하고, 돈을 벌기 위한 일이거나 취미 생활로 무료함을 없앨 수 있어야 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활기차게 교제하는 친구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복잡하고 바쁜 현대 생활이지만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일건(一健)·이처(二妻)·삼재(三財)·사사(四事)·오우(五友)”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먼 길을 떠나는 순례자의 마음으로 등산화의 신발끈을 다시 한번 조여봅니다.





대표이사 白 星 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