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발행년도 2022년 2월
제목 명찰에 숨겨진 비밀



국내·수입 원부자재를 공장으로 운송해오는 기사들과 가끔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점심시간 때 식사 걱정을 하면, “우리 회사는 누구에게나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니,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드시면 됩니다”라고 응대하고.... “복지관 2층에 가면 커피도 무료로 드실 수 있습니다”라고 안내합니다. 그러면 초면의 기사는 가슴에 부착된 명찰을 보면서 “누구신데 이렇게 친절하게 안내해 주십니까?”라고 묻고, “저는 이 회사의 사장 백성천입니다”라고 답변합니다. 기사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왜 명찰에「사장」이라는 직함이 표시되어 있지 않을까 하고 궁금해 합니다.



회사 창업후 조직과 사람이 늘어나면서, 명찰의 표기 방법에 대한 의견들이 분분했었습니다. 부서명은 어떻게 구분하고 부장·과장의 직위, 팀장 등의 직책 표시로 어떻게 할까요?라는.... “(주)LCC 외에는 사람 이름만 표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회사 규모도 적고 간부사원도 7~8명 밖에 안되고, 서로 상대방이 어느 부서인지 쉽게 알 수 있으니...”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외부고객들이 방문하는 경우 만나는 사람의 소속과 직책·직위를 모르면 불편할 수 있겠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회사 내의 모든 구성원은 사장에서 사원까지 모두 평등하고 인격적으로는 절대적으로 대등해야 합니다. 단지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는 상위자의 의견이 우선하는 것입니다”라는 나의 고집에 LCC 구성원들의 명찰은 부서·직위가 없고 성명만 표기하는 것으로 결론 내려졌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1974년 대학을 졸업하고 부산 LG 초읍공장 근무 때의 일이었습니다. 대학 동기생이 근무하고 있던「동명 목재 상사」를 방문하여 공장 견학도 하고, 점심 식사를 구내식당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특이하게 느꼈던 것은 식당이 임원·관리자·사원·현장사원용으로 구분되어 있었고 식단과 음식 수준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던 회사는 공장장부터 말단 현장사원들이 함께 마주 앉아 식사를 하고 메뉴 역시 동일한 것은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수천명의 종업원들을 수용하기 위하여 식당도 여러개가 필요했겠지만, 직위와 직급에 따라 식당을 구분하고 있다는 것은 사회 초년생인 나에게도 이상하게 느껴졌고 권위주의가 패배되어 있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70년까지는 근로자들의 목소리가 크지 않았지만 80년대부터 점차 민주화 운동과 더불어 노동자 투쟁이 본격화되면서 근로자들의 평등 요구가 높아졌고, 국내외 건축 경기 후퇴와 더불어 합판 원자재인 원목 가격의 급등은 동명 Group의 좌초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동명목재는 1920년대 20세의 강석진 회장이 창업하였고, 저임금의 값싼 노동력과 한국인의 성실·근면·뛰어난 손재주로 만든 합판은 품질의 우수성으로 세계 여러나라로 수출하게 되었습니다. 사업 확장과 수출 실적은 급증하여 1977년에는 단일 품목으로 1억불을 기록하였고, 1968년 이후 3년 연속으로 전국 수출액 1위로「수출 최고상」을 수상하여 “수출 왕”의 명예를 얻고 대한민국 산업훈장·금탑·은탑·동탑을 모조리 휩쓸었고, 대통령 표창 역시 20회나 받을 정도로 수출 산업의 선구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었습니다. 국제 원목 가격의 폭등과 공개 법인이 아닌 개인 기업이라는 후진성 그리고 동명 산업·해운·개발·중공업 등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1980년 동명의 신화는 막을 내렸지만, 경직되고 권위주의적 기업 문화도 좌초의 또다른 원인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몇개월전 새로 입사한 영양사에게 물었습니다. 그전 근무하던 회사와 LCC의 차이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두가지 차이점을 이야기 했는데, 첫째는 전 회사는 식당 비용을 낮추어라는 요구를 자주 했지만 LCC는 비용보다는 사원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제공할 방법과 idea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했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전 회사는 1년이 지나도 회사 대표가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는 것을 본적이 없지만, 이곳 LCC는 사장이 식당에서 식사하지 않는 적이 한번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회사의 최고 경영자는 내부 고객인 종업원들과 청소도, 업무도, 식사도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영자는 조직 구성원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어 나갈 때, “권위주의”를 물리칠 수 있고 내부 고객인 종업원들의 Needs가 무엇인지를 빠르게 인지하고 대책을 수립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제발 그만그만 그만해

오늘도 시작되는 꼰대라떼

아침에 한잔 점심에 세잔

저녁엔 열잔이나 마셨는데....”



영탁이 부른「꼰대라떼」의 가사 일부입니다.「꼰대」의 사전적 의미는 “논리적·과학적 근거가 아니라, 과거에 경험했던 고정관념과 편견에 따라 자기주장을 강조하는 말과 행위”라고 정의내릴 수 있습니다. 자신의 편협한 도덕적 잣대로 세상을 재단하려는 사람, 밥그릇 숫자로 서열을 정해서 나이가 어리거나 경력이 적은 사람을 마구잡이로 부려먹는 사람,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과 공감 결여와 입만 산 오지랖과 참견을 일삼는 사람, 존댓말과 예의바른 언행은 상급자에게만 하고 하급자에게는 철저하게 무례한 표현과 행동을 일삼는 사람 등을 일컫는 말입니다. 특히 2000년대에 들어서 권위주의와 잔소리에 대한 반발의 의미가 더해지면서 상대방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자리 잡았고,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열에 아홉은 “회사 내의 꼰대” 때문에 많은 Stress를 받고 있다 합니다.



IT기업이나 판매회사와는 달리 제조기업은 사무직과 생산직 그리고 고참·신참 사원 등 2~3세대에 걸친 다양한 세대가 함께 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대 간의 가치관 차이와 갈등은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최소화하지 않으면 기업 목표·Vision을 향한 Synergy를 창출할 수 없고 결국은 기업은 크다란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권위주의적이고 독선적·군림하는 Leader는 심정적으로 거부될 수밖에 없는 “중증 꼰대”가 되고, 고통을 함께 하면서 희생하고 봉사하는 Leader만이 실질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중소 제조업의 경우 대기업에 비해 연봉·복리후생은 뒤떨어지지만 일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의 역량도 증대될 수 있고, 회사의 미래 Vision이 설정되어 성장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고, 부채비율이 낮아 부도 위험이 없어 회사의 안정성을 느낄 수 있다면 사원들의 장기근속도 가능할 것입니다. 언로가 차단되고 토론 없이 지시와 명령이 앞서는 권위주의식 기업문화가 팽배해 있다면, 사원들의 이직은 가속화되고 기업의 미래를 위한 인재 육성은 전혀 불가능할 것입니다. 명찰에 숨겨진 사연처럼, 사원들에 대한 인간 존중과 그들이 행복하고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어갈 때, 양보와 희생을 바탕으로 솔선수범하는「하인형 리더」·「섬김형 리더」(Servant Leader)가 조직을 이끌어갈 때, 우리의 Vision인 “수출을 통한 백년기업”도 실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표이사 白 星 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