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발행년도 2019년 8월
제목 (이웃나라) 일본이라는 자산

지난 7월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반도체와 스마트폰·디스플레이 제조에 사용되는 세가지 핵심 부품의 수출을 규제하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한일 양국의 갈등이 점점 깊어가고 있습니다.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는 아니라고 강변하면서도, 두 나라의 신뢰 관계가 현저히 훼손되었기 때문에 수출 우대국가 목록에서 제외되었고 수출시마다 최장 90일이 걸리는 심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반도체 세정에 사용되는 에칭가스(고순도 불화가스)등 세가지 부품은 전체 생산량의 70~90%를 일본이 점유하고 있고, 미국·한국 등 27개국에 수출할 때 허가 취득 절차를 면제하는「화이트 국가」에서 8월부터 한국만 제외한다면 훨씬더 많은 부품들이 수출규제를 받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상품·무역 이사회에서 일본 보복조치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으나, 수출 규제 철회와 양국간의 성의 있는 협의 요청을 일본은 거부하고 있습니다. 전체 수출의 20%, 경제성장률의 절반을 점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 크나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장기적으로 부품·소재 자체 개발의 계기가 될 것이고 한편으로 일본 경제의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경제적 셈법을 떠나 고조되는 한일 양국의 갈등은 국민들의 반일감정을 자극하여 일본제품의 불매 운동과 여행 취소 등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정치적 이유에 따른 경제 보복이라는 건 명백하지만, WTO에서 이를 입증하기가 어렵고 또한 문제 해결까지는 수년이 걸려야 하니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분야의 큰 타격은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또한 무역보복으로 맞대응할 수 있지만 일본에 타격을 주기는 어렵고, 일본이 제재 수위를 올린다면 미중 무역 전쟁에서 중국과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일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는「강제징용 피해자」배상문제는 꼬일 대로 꼬이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에 “징용 피해자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반영되었다”면서 추가 피해 보상을 포기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지만, 2012년 대법원은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된 것이 아니다”라는 뒤집는 판결을 내렸었습니다. 인당 ₩8000만원에서 ₩1억 5000만원까지 위자료를 지급하게된 국내 일본기업들의 자산 압류·매각 절차가 진행 중에 있고, 990명의 징용 피해자들의 후속판결도 줄줄이 대기 중에 있습니다. 또한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자 박근혜 정부의 2015년「위안부 합의」를 검정하여, “10억엔에 우리 혼을 팔아 넘겼다”면서 양국 간의 합의를 부정한 것 역시 일본의 수출 규제를 촉발시켰던 원인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1992년 14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김영삼씨는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종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물질적 보상을 일본측에 요구하지 않고 정부 예산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었습니다. “우리가 일본에 바라는 것은 진실 규명과 사과뿐”이라며 더이상 배상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도덕적 우위를 바탕으로 새로운 한일관계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선언을 하였던 것입니다. (보상 불요구의 YS 방침은 나중 없었던 일로 되었지만....) 문재인 정부 역시 1000억원 정도의 배상금을 우리 예산으로 먼저 지급하고, 한일 양국 기업들의 복잡한 방정식은 나중에 풀어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차라리 1993년 38조원 국가예산이 현재 469조원으로 크게 증가되었으니, 우리 예산으로 피해자의 강제 징용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이 더더욱 떳떳한 일이고 당당한 대한민국이 되는 길일 수도 있습니다.

 

1972년 중일 국교정상화 때 중국은 “원한을 덕으로 갚는다(以德報怨 이덕보원).”면서 일본에 대한 피해 보상청구권을 포기했던 사례를 우리는 되새겨 보아야 합니다. 일본의 만행과 죄과를 추궁하고 배상을 받아내고 싶은 국민 심정은 이해되지만, 국제 관계는 상대방이 있고 “양국간 청구된 문제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확인한다.”는 한일 당국자들이 공동 서명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입니다. 전직 대통령이 합의한 위안부 문제도 부정하고, 강제징용 피해보상은 1965년 한일 청구권 무상 3억 달러에 포함되어 있다는 견해를 밝혔던 당국자가 당시의 국무총리 이해찬(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정수석 문재인(현 대통령)이었으니.... 자칫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의 결정을 부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오랜 기간 동안 상호의존적 체제로 경제발전을 함께 해왔고, 동북아시아 안보에 협력해온 귀중한 동반자이고 어쩌면 소중한 이웃이며 우리의 자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웃이 정겹고 좋은 친구가 있어야 장수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듯이, 과거사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다면 지구촌에서 가장 가까이 지낼 수 있는 나라가 바로 일본입니다. 의식주가 가장 비슷하고 우리의 쌀밥·생선·된장국 등 식생활이 거의 같아 언제든지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라 연간 800만명이 일본을 여행하고 있습니다. 아버지·할아버지 세대가 저지른 범죄 행위를 아들·손자들에게 가혹하게 따진다는 것이 합당한 일인지?....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이 정말 모르는 것이 세가지 있는데, 우리가 얼마나 풍족하게 잘 살고 있는지?, 북한과의 전쟁 위협을, 그리고 중국·일본이 얼마나 강하고 무서운지 모르고 “되놈·왜놈”하며 얍잡아 보는 것들입니다. 일본과의 무역 충돌이 확대된다면 양국간의 피해가 얼마나 될 것인가를 예측할 수 있는데.... 마치 11톤 트럭과 작은 경차가 충돌하는 것과 같다는 경제 전문가의 해설도 일면 수긍이 가는 것 같습니다. 일본 산업은 기초·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현장이 강하여 하부로부터의 개선활동이 활발하고, 우리는 단 한명도 없는데 일본은 25명의 과학 부문 노벨수상자를 배출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무역 충돌의 스코어 결과는 25:0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우리의 시각을 해방전에서 해방후로 돌릴 수만 있다면 좋은 이웃·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정은이나 시진핑과의 협상이 완벽하게 결렬돼도 “우리는 좋은 친구”라면서 다음에는 잘 될 것이라 하듯이, 일본에 대해서도 감정적인 반일(反日)보다 용일(用日)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우리의 실력을 길러 미래에는 극일(克日)할 수 있도록 우리의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첫째, 우리나라와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귀한 나라라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친구나 배우자는 설령 선택할 수 있지만, 지정학적인 이웃은 선택할 수 없습니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 시장경제·안보 협력 등 두 나라는 협력해야 하고 어쩌면 공생의 단계로 나아가야할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둘러싸고 있는 중국·러시아 그리고 북한 모두가 공산주의·독재국가로 인권·민주주의·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할 수가 없습니다. 과거에는 한일관계의 마찰이 있어도 식민지배등 지난 역사에 국한되어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는 기본 가치는 물론이고 안보 분야까지 멀어지고 한미일 삼각 협력의 축도 붕괴되고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불행히도 대한민국의「국방백서」에도 기존에 있던 “일본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본 가치 공유” 표현이 없어지고, 일본의「방위계획의 대강」에도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으로 기본적 가치와 안보상의 이익공유”라는 표현이 사라졌습니다.


둘째, 우리의 경제 발전과 산업화 과정에서 일본을 굉장히 잘 활용해 왔고, 많은 도움을 받아 왔습니다. 기술과 경험이 거의 없었던 우리 기업들은 일본기업들과의 기술 제휴·지원으로 빠른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습니다. POSCO는「신일본제철」, 삼성전자는「NEC·산요전기」, 현대자동차는「미쓰비시 자동차」, LG전자는 일본 여러 기업으로부터 제조 Knowhow와 각종 기술을 전수받아 국내·수출기업으로의 품질·가격 경쟁력을 갖추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여러 산업 분야의 중견·중소기업들까지 품질경영·5S·JIT를 배우고 벤치마킹하기 위하여 일본으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삼성의 반도체는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철강·조선·자동차는 부품산업이 아닌 완성품 수준은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100km 이내 근접 위치해 있고 언어적으로 한자 문화권이고, 근본적인 가치관은 달라도 외견상 비슷한 의식주 구조라 빨리 배우고 빠른 압축 성장이 가능했었습니다.

 

셋째, 근대화 과정에서 훨씬 앞선 일본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왔습니다. 우리나라의 사법·행정 체계는 대부분 일본을 그대로 옮겨왔고, 경영·경제학·사회·통계학의 명칭·용어 등은 일본이 번역해 놓은 한자를 우리말로 옮기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외국의 문학 전집이나 과학도서도 일본이 먼저 번역하고 우리는 이를 다시 우리말로 번역했습니다. TV 프로그램·만화·영화 등 일본이 서구로부터 먼저 도입한 것들은 효율적으로 활용해 근대화를 이루어 왔고, 앞으로도 이웃나라 일본의 활용가치는 매우 높습니다.

 

넷째, 일본은 경제적·사회적 관점의 반면교사이므로, 무엇을 얻고 버려야할 것인가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국 경제가 성장보다 분배를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영향으로 저성장기에 접어들었고, 고령화·저출산의 사회 구조가 급변하고 있어 이에 대한 해법을 일본의 사례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기업 경영이나 국가 운영은 물론이고 주식·부동산 정책·다양한 직업 선택 역시 10~20년 차이로 앞서 가고 있는 일본을 벤치마킹하면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우리의 과거이고, 일본은 우리의 미래라면 일본을 통해 우리가 나아갈 길을 찾아야할 것입니다.

 

우리들은 일본의 청결·질서 의식·준법 정신 그리고 “메이와쿠”의 친절과 배려를 배워야 합니다. 특히 우리 기업인들은 그들의 정직성·거래선과의 신뢰 그리고 철저한 품질의식을 배워야 합니다. 어쩌면 상품 수출에 따른 매출과 이익이 아니라 그들의 기업 경영 mind와 가치관을 벤치마킹하여 언젠가는 그들과 대등한 경쟁력을 갖춘 Global 기업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삼성은 우리나라 최고 기업이자 세계적 명성을 가진 초우량 기업이고, 오너였던 이병철·이건희·이재용 3代가 모두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한 가장 일본화된 회사라는 것은 우리들에게 많은 것들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표이사 白 星 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