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오전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LCC 사장님입니까?”

“그런데요. 어디에 누구시지요?”

“그곳에 OOO가 근무하고 있지요?

오늘 당장 사표받고 내보내세요.

그렇지 않으면 회사 불질러버릴거예요”

“아니 누구신지 모르지만 그렇게 협박조로 이야기하면 않되지요. 또 회사 직원들을 아무런 이유없이 그만두게할 수도 없습니다. 노동법 위반이고요.”

“그여자 나쁜O입니다. 나를 배신하고, 이제는 거들떠보지도 않지요. 집에 찾아가면 무단침입죄로 고발하여 지금 파출소에서 나오는 길입니다. 어떻든, 그여자 회사에서 쫓아내지 않으면 회사 폭파시킬테니까요.”

정신나간 사람의 엉뚱한 협박 전화이긴 해도, 담당자를 통해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게 하였습니다. 혼자된 「현장여사원」이 어느 남자와 동거를 시작하였는데 경제력은 말할 것도 없고 술주정이 심하고 하여 헤어졌는데, 그 후에도 집안에 들어와 행패를 부리곤하여 경찰에 신고하곤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며칠후, 개인적인 일이긴 하지만 동료들에게 창피하고 회사에 피해를 줄 수 없다하여 스스로 퇴사하고 말았습니다.

여자가 자기 곁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세상끝까지라도 쫓아가 괴롭히고 고통을 주겠다는, 얼굴도 모르는 그남자의 “빗나간 사랑”에 씁쓸한 웃음이 떠오릅니다. 한때는 자신을 사랑했던 여자라도, 상대방의 마음이 떠나버리면 자기의 자리로 되돌아와야 합니다. 이처럼 미칠듯한 욕망은 결코 정상적 남녀의 사랑이 될 수가 없습니다. 사랑이 끝나면 누가 누굴 배신했느니 어쩌느니 하지만, 사실은 그냥 계절이 바뀌듯이 만남의 시기가 끝나는 것뿐이라며 담담하게 받아들이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갖습니다.

세상만사가 바뀌고 변모하는데,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사랑만을 “영원성”으로 받아들이고 고집한다면 그보다 더큰 모순은 없을 것입니다. 어떻든 짝사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이 때로는 치명적일 수 있으나 이를 치료해주는 병원⁃약국도 없고, 주위의 어느 누구도 도움을 줄 수 없어 가슴속의 상처를 혼자 꿰메어 나가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 마음을 추스르는 방법 외에 있을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랑의 실체를 잘 모르고 쉽게 사랑을 얻으려 하고 있고, 언제나 변할 수 있는 가변적인 유기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흔히들 “사랑에 빠지면 눈이 먼다”라든지 “콩깍지가 씌었다”라는 말들을 하고 있는데 최근 과학자들에 의해 의학적으로 증명이 되었다는 흥미로운 신문기사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촬영 결과, 사랑의 마음이 강렬할 때는 뇌의 비판적인 기능이 활동을 멈추게 되고, 상대방의 모든 부분이 긍정적으로 느끼게되는 호르몬인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 더욱 활발하게 분비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랑에 빠졌을 때 그실체를 제대로 보기가 여간 힘들지 않고, 이러한 콩깍지가 벗어나는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1년 6개월이라 하니 영원한 사랑을 기대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이세상에는 수십억의 인구가 살고 있고 평생 동안 몇번의 만남을 감안한다면, 사랑의 모습도 수십억가지가 될 것입니다.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 TV드라마 그리고 만화나 소설을 보아도 별의별 사랑과 이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랑의 종류에도 하나님의 사랑 “아가페”, 우정적인 사랑 “필레오”, 부모사랑같은 본능적인 사랑 “스톨게”, 남녀간의 사랑 “에로스”등이 있고, 마음의 일치에 의한 “행복한 사랑”이 있는가 하면, 나눌 수 없는 사람과의 “불행한 사랑”이 있습니다.

사랑이 시작되면 이세상엔 오직 그사람과 나만이 존재하고, 상대방이 없는 공간과 시간은 무의미하게 느껴집니다. 반대로 이별할 때는 세상 전부를 잃는 것이고 이세상 이우주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비탄에 빠지기도 합니다. 사랑을 잃고나서 한번쯤 낭떠러지같은 슬픔에 빠져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런데 놀랍게도 시간이 흐르다 보면, 길을 잃고 방황하던 나의 모습은 간곳이 없고 어느새 다른 사랑앞에 서있는 나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렇게 저렇게 우리들 대부분은 살아가는 동안 몇번의 사랑을 경험합니다. 학창시절에 갖는 풋사랑이나 사랑의 고백을 끝내하지 못하는 짝사랑의 추억도 갖게되고, 성인이 되면 열정적인 사랑도, 결혼 후에는 부부사랑도 가질 수가 있습니다.

일찍이 「플라톤」은 사랑을 가리켜 “일종의 미친 상태”라 하였고, 「세익스피어」도 젊은 연인들의 사랑을 “분별하기 어려운 광기, 숨구멍이 막히는 고집”이라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인생의 폭풍우를 겪으면서 평소에 보지못한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하고는 성장과 성숙의 과정을 거치게되어, “사랑은 생명을 기르는 달콤한 이슬”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어느 가을 오후 산책을 나갔다가 산자락에 피어 흔들거리는 코스모스를 발견하고는 기쁘고 반가운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꽃의 가냘픈 모습은 어느새 그리움 같은 느낌으로 가슴을 파고 듭니다. 그 그리움은 내가 사랑했으나 지금은 잃어버리고 없는 모든 것에 대한 애달픔 그무엇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결코 잃어버려서는 아니되고 헤어짐도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끝내 이별의 슬픔을 겪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라면 지금 이순간은 고통을 겪지만 좀더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풍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따라서 잃어버린 사랑이 고통스럽더라도 우리의 힘과 용기는 실패와 상실을 통해 성장해나가는것이 분명하고 이것이 하느님의 축복일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 모든 것은 변하고 변화는 순환을 거듭하듯이 우리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설령 목숨을 건 것 같은 사랑이라 할지라도 변하고⁃잃고⁃또 새로 생겨나기 마련입니다.

이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랑이라면 사랑도 기업을 경영하듯이 사랑경영하는 법을 배워야하고 돈을 벌듯이 사랑을 벌어들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들은 이상하게도 사랑은 저절로 생겨나고, 저절로 떠나가는 것이라 믿는 것 같습니다. 비즈니스를 할 때는 이것 저것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이지만, 사랑의 성장과 발전에는 작은 정성도 바치지 않습니다.

서로간의 갈등을 줄이고 사랑을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세상만사가 그렇듯이 사랑도 변화하는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미움과 나태의 자리에 창조와 성숙이 들어설 수 있도록 서로 격려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서로의 얼굴 생김새가 다르고, 성장과정이 다르듯이 서로 다른 가치관⁃윤리관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이런 차이 때문에 갈등이 일어나고 상대방을 미워하고 결국은 이별의 수순을 밟는다면 이것만치 더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 신혼이혼⁃대학이혼⁃황혼이혼등이 급증하고 있는 요즈음, 「부부의날」에 충청북도로부터 「장수부부상」을 받은 옥천의 정진욱⁃최인하(92.91세) 노부부의 이야기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고 있습니다. 노부부의 가장 큰 기쁨은 “아침에 같이 눈을 떠서, 같이 산책하고, 같이 꽃을 가꾸고, 같이 식사하는것”이라면서 자식들도 훌륭히 키워 자식농사도 풍년이라는 부러움을 받으면서, “부부가 항상 건강하고, 웃고, 서로 사랑해야 자식들이 바르게 자라는 것이고 다시 태어나도 할멈이랑 결혼할 것이다”말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이사 白 星 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