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방학을 이용하여 보름 가량 머물렀던 큰애와의 대화입니다.

“아빠는 너가 참으로 부럽다. 아빠가 대학시절에 상상도 해볼 수 없었던 미국 유학을 가 공부하고 있고, 자신이 도전하고 싶은 학문(수학)에 메달려 있고...그리고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연구하게 될 것이니....”

“저도 박사논문 준비하는 stress가 많고, 이국생활에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지요.”

“누구나 힘든 과정이 있게 마련이지”

P대 수학과로 진학하겠다는 자신의 희망에, “기초과학을 하게 되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될텐데...”라는 반대를 했지만, 몇시간의 대화 끝에 아들의 주장을 수용할 수 밖에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뒤로는 항상 격려해왔고 정말 좋은 길을 택하였다는 생각을 가져왔습니다. 일부 과학고 동기생들처럼 「의사의 길」에 유혹받고 있을 때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job을 갖는 것만큼 더 Happy한 일은 없단다. 일을 하면서도 계속 재미를 느끼고 몰입할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라는 말로 「수학자의 길」을 최상의 선택이라는 충고를 하곤했습니다.

우리들의 어린시절은 의식주 모든 것들이 부족하여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만, 그저 기쁘고 즐거웠던 사건들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강미역을 가기도 하고, 구슬치기, 병정놀이 - 지금의 장난감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어설펐지만, 그래도 행복의 시간들이라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stress도 없었고, 공부 걱정도 할 필요 없었고, 내일 벌어질 일들에 조바심을 내지 않아도 되고, 남의 것을 탐하는 욕심도 없었고 - 그저 푹 빠져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행복과 만족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무아지경의 상태를 심리적 용어로 몰입행위(flow)라 부르며 시간의 흐름, 공간, 더 나아가서는 자신에 대한 생각까지도 잊어버리는 마음의 상태를 뜻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마음을 몰입상태로 몰고 간다면 人生의 즐거움과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으로 결론내릴 수 있을것입니다.

일찌기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세상 무엇보다도 행복을 더 추구한다”고 말하였습니다. 행복과 함께 건강, 부와 권력, 명예,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도 이들이 우리를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기대때문입니다.

그러나 수천년이 흘러오면서, 훨씬 더 건강해져 오래 살게 되었고, 과거에는 꿈도 꿀 수 없었던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고, 수많은 과학기술 덕택에 편리함을 마음껏 즐기고 있는 현대에도, 우리들은 우리의 인생이 행복으로 채워졌다기보다 불안함․지루함․불만족의 연속, 때로는 불행하다고 한탄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이는, “행복은 운이 좋아서도 아니고 우연히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돈이나 권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외부의 사물이나 조건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면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행복은 직접적으로 추구하고 찾을 때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인생의 순간 순간에 몰입할 때만이 행복이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빅터 플랭크린은 「삶의 의미를 찾아서」라는 책속에서 “성공에 집착하지 마라. 성공에 집착할수록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행복과 마찬가지로 성공이란 것도 의식적으로 얻으려 한다고 해서 구해지는 것이 아니다. 성공은 자기 자신의 이해보다 더 큰 목표에 헌신할 때에 얻어지는 부산물일 뿐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 PGA 투어 「소니 오픈」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로 우승한 최경주는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고 유족들에게 3억원을 기부했고, 자신이 만든 자선단체를 통해 계속 자선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는 “남에게 베푸는 선행으로 더 열심히 훈련하고, 목표를 더 높게 잡고,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얻고 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자신이 데뷔한 1997년부터 불우 어린이를 위한 자선․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오랫동안 정상에 있으면서도 목표를 상실하거나 스트레스에 무너지지 않고 있다”라는 말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 LCC는 작은 중소기업이긴 하지만, 창업이후 매년 장학금․종교단체․불우이웃․결식아동․국군장병들에게 5,000만원 이상을 지원해오고 있습니다. 회사사명서 9조가 “우리들은 자선․봉사․희생을 통하여 국가와 민족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라는 자선사업을 규정해놓고 실천에 옮기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백년기업․우량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정도경영․내외부고객만족․가격경쟁력 확보도 필요하지만, 보다 높은 목표를 설정한 기업만이 이를 추진할 수 있는 Driving Force를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른 어떤일에도 관심이 없을 정도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푹 빠져 있는 상태인 「몰입(flow)」은 흔히 전문가 그룹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캔버스 위의 여러색들을 조합하면서 새로운 생명력을 창조하는 화가들, 감미로운 화음에 이끌려가는 성악가등 여러 부문의 예술가들은 몰입상태를 경험하게 됩니다. 암벽등반을 하는 산악인이나 뛰어난 운동선수들,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 글을 쓰는 작가들도 자신들의 일에 몰두할 때 몰입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영국 프리미어 축구에 진출한 이영표는 체격도 좋지 않고, 빠르지도, 슈팅이나 패스에도 떨어지지만 “드리블하는 재미로, 축구를 하고 있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데 희열을 느낀다”라는 몰입상태가 프리미어리거로 자리잡은 이유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거문고, 해금, 양금, 가야금등 우리 전통의 현악기를 만들고 있는 「명인국악기」대표 표태선사장은, “혼으로 가야금을 만들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넉넉하지 못하면서 30년간 한눈 팔지 않고 우리 악기를 만들고 있는 것은 사명감 때문입니다. 좋은 악기를 만들려는 일념으로 작업에 몰입하다 보면 즐거움과 보람도 커 일상의 어려움은 잊게 됩니다”라는 말을 전하고 있습니다.

「몰입 상태」를 경험하는 것은 외부적 여건이 좋을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극도의 고통과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나, 소수의 엘리트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빅터 플랭크린은 유태인들의 나치수용소에서 동물적이고 극한적인 학대를 겪으면서도, 살아나가 언젠가는 자기의 경험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게 될 것이라는 “몰입의 상상력”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노동자가 일터에서 고된 작업을 끝냈을 때나, 수용소에서 동료와 빵 한조각을 나눌 때도 느낄 수 있습니다. 숲속에서 새의 지저귐을 들을 때, 숨은 듯이 드러내는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상적인 순간에서도 몰입상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취미생활을 즐기는 한국의 노인에게도, 에니메이션 개발에 빠져 있는 일본 젊은이에게도, 알프스 산속의 농부에게도, 무더운 중동 건설 현장의 우리 근로자에게도 생생한 「몰입(Flow)」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신 상태는 수동적이거나 나태한 상황에서가 아니라, 어렵지만 가치있는 일을 이루기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스스로 전력투구할 때 얻어지는 것입니다. 몰입(Flow)는 거저 생기는 것이 아니고 열심히 노력하여 만드는 것이고, “내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는 자각이 있을 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70세를 맞은 「필립나이트」나이키 회장의 늦깎이 대학생활이 알려지면서 많은 화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젊을 때의 꿈인 「소설가」였던 그는 모교인 스탠포드대학에서 청강생으로 소설창작을 다시 공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동갑인 영국 출신의 명배우 「앤서니 홉킨스」역시 최근 자신이 작곡한 피아노곡으로 「세계투어콘서트」에 나설 계획이라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뒤늦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열정을 불태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1950~6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던, 건설회사 CEO, 퇴직교수, 고위공무원, 컨설팅회사 회장등 많은 사람들이 은퇴후 여러차례 전시회와 개인전을 열면서 화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얼마전, 20년만에 만난 고등학교 선배(하숙집 동기)도 40대 초반에 모든 사업을 접고 화가의 길을 걷고 있어 마음속으로 부러운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평생 밥 벌어먹을 짓”이라는 부모의 반대로 화가의 꿈이 꺾였지만, 늦게나마 「늦깎이 화가」로 인생2막을 열고 있는 그들은 한결같이, “그림은 몰입과 성취의 쾌감을 주는 행복한 마약입니다.” 라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주위의 많은 친구들이 은퇴후 「일이 없다」는 이유로 힘들어하는 것을 자주 목격합니다. “당신은 열심히 할 수 있는 일거리가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라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흘러가는 세월과 부닺쳐오는 나이를 탓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날들이 남아 있습니다. 한숨만 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중에 가장 잘 할수 있는 일을 찾아(그일이 무엇인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 그일에 몰입하여 희열과 행복을 느껴야 합니다. 몰입의 경지는 늙음도 피할 수 있고, 자신의 존재 이유도 찾을 수 있습니다. 기쁨과 행복은 작고 사소한 것에서 느낄 수 있고 이때 나오는 뇌내 호르몬인 도파민은 우리의 건강도 지켜줍니다.

대표이사 白 星 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