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산행을 하면서 친구한테 들은 이야기는, 요즈음 아들들에게 느끼는 감정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아들은 태어나서 중고등학교까지는 1촌이지만, 대학생이 되면 사촌으로 바뀌고, 군대다녀오면 8촌이 되고, 결혼하게 되면 「사돈의 8촌」이 된다더군. 더구나 얘를 낳게되면 남남이 되어 「동포」관계가 되고, 해외유학이나 이민을 가면 「해외동포」로 아주 멀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더군”

아들만 둘인 나의 처지로서는, 대학가고 유학가고 직장을 가지고 결혼을 앞둔 그들이 점점 멀어지고 언젠가는 남남(?)이 될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나자신 아들로써 아버지․어머니에게 처신했던 것도 별반 다른 것이 없었다는 송구스러운 마음도 갖지만, 그들에 대한 크고 작은 기대는 실망과 섭섭함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므로 미리 스스로의 다짐을 굳게 가져야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들려준 이야기도 실감나는 내용입니다. 「훌륭한 아들은 국가에 바치고, 돈 잘버는 아들은 사돈집 식구가 되고, 빚지고 백수된 아들은 자기 자식이다」. 결국 옛날 속담에 “굽은 소나무가 산 지킨다”처럼 우리형제들의 지난 이야기들도, 많이 배우고 출세한 자식들은 서울로 미국으로 떠나고 그렇지 못한 형제들이 부모님 곁을 지키면서 실질적인 효도를 해왔던 것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여성의 자취를 추적하기가 그리 쉬운일이 아니듯이 세계사에서도 남성위주의 문화가 일반화되었다는 것은 1920년에야 여성에게 투표권이 주어진 것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불과 10년전만해도 딸만 가진 부모들은 시부모 요구, 남편의 압력, 주위 친지들의 시각을 견듸지 못해 계속해서 아들을 얻을 때까지 출산하겠다는 각오(?)를 다진곤 했습니다. 진단의술(초음파)의 발달로 임신 5개월만 되어도 남녀를 구별할 수 있어, 가문(?)을 이을 수 있는 아들을 얻기는 더더욱 쉬워져, 딸없는 가정은 있어도 (원할경우에)아들없는 집안은 없을 정도로 세상이 급작스럽게 바뀐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Pink or Blue" DNA검사 방법으로 임신 8주만에 남녀성별을 초기에 진단할 수 있다고 하니, 이제는 원하는 아들․딸을 마음먹은데로 얻을 수 있는 세상이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때는 남녀 성비의 불균형으로 신부감 얻어 장가가기가 어렵다는 사회 문제가 대두되었고, 시골의 농촌 총각들이 결혼하기 어려워 동남아 후진국에서 신부감을 데려오는 일은 일반화된 것 같습니다. 이웃나라 중국에서도 남녀 성비가 평균「118대100」이 되고 있고 대도시에는 「138:100」의 격차까지 벌어지고 있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젊은 부부들의 의식․가치관은 아들보다 딸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각종 CF모델도 딸의 꿈을 키워주는 아버지, 아버지의 축처진 어깨에 기운을 북돋아주는 딸들이 등장하여 「어머니와 아들」의 광고보다 훨씬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공부․운동․리더십 모든면에서 남성을 압도하는 여성 Power는 서점가를 휩쓸고 있어 “딸을 세상의 중심으로 키워라”등의 딸교육 출판물이 봇물 터진듯 쏟아져 「대한민국 부모에겐 아들은 없고 딸만 있다」라는 뉴스제목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어떻든 「딸2 아들1는 금메달, 딸2은 은메달, 딸1 아들1는 동메달이면 아들2은 무슨 메달인가?」라는 질문에 「목메달」이라는 답변은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지만, 딸선호 사상의 세태 변화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아들만 둘 낳았다고 양가 부모님으로부터 대견스러운 며느리로 인정받고 귀여움 받던 아내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아들은 가문을 잇는다든지, 집안에 경조사등 큰일이 있을 때, 매사에 믿음직스러운 마음이 드는등의 좋은 점도 있지만, 대체로 딸이 더 좋다는 사회 분위기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딸을 두면 비행기를 타고 아들 낳으면 기차탄다는 세간의 이야기도 이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우선은 키우는 재미가 딸쪽이 훨씬 좋다는 것은 재롱도 떨고 애교도 많아 집안 분위기가 밝아진다는 것입니다. 딸있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빠 어깨나 다리도 주물러주면서 밖에서 겪는 stress를 말끔히 씻어주기도 하고 힘든 부분 격려도 해준다고 딸자랑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여자 특유의 섬세함으로 집안분위기를 맞추기도 하고 잔정이 많아 가족들에게 배려의 마음과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동생이 있다면 엄마대신 돌보기도 하고, 집안일을 거드는 「작은엄마」의 역할도 해낸다고 합니다. 사춘기를 지나 대학생이 되면, 엄마와 친구처럼 지내며 말동무가 되다보니 아내의 다정한 벗이되어 shopping도 함께 하고 서로간 고충을 털어놓고 위로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딸을 가진 엄마가 갱년기 장애를 상대적으로 적게․짧게 갖는다는 통계도, 우울증과 불안감 해소에 딸과의 대화가 크다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같습니다. 「아들이 좋다」라는 책은 없지만 「딸이 좋다」라는 책들이 출간되기도 하여, 딸은 엄마와 세상을 공유하는 다정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부부싸움이 일어나면, 때로는 엄마편이 되기도 하고 아빠편이 되어 엄마를 공격하기도 합니다. 결혼을 하면 아들보다 훌륭한(?) 그리고 듬직한 사위를 데려오고, 「손자․손녀」라는 환상적인 선물을 주고 있으니 “결혼한 아들은 희미한 옛 그림자, 며느리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먼 당신, 딸은 아직도 그대는 내사랑”이라는 죠크가 현실감있게 들려올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출산을 돕고 갓난애를 돌보는 것은 시어머니가 아니고 친정어머니일 수밖에 없습니다.

몇년전만해도 성인 남녀들의 설문조사결과는 남자아이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이유로는 가문을 이을 수 있다는것, 노후의 생활안정 그리고 아들이 딸보다 부모에게 더 든든한 느낌을 준다는 것으로 나타났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사회 분위기는 급속히 달라져 代를 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없어져가고 기독교문화의 확산에 따라 제사도 없어지거나 간소화되고, 호주제폐지에 따라 「어머니 性」을 따를 수 있고, 가정과 직장에서 여성지위가 향상되고 있다는 것도 「남아선호사상」에서 멀어져가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공부 잘하고․명문대 입학․사회적 성공을 거두고 있는 아들은 부모를 서운하게․실망시키는 일이 흔하고 결혼한 후에는 절망감(?)도 느끼게 하지만, 딸은 결혼후에는 새로 생긴(?) 아들과 함께 부모에 대한 효심과 배려하는 마음이 더욱 커진다는 이야기들을 듣고 있습니다. 고시에 pass한 딸로 부터는 그렇지 않지만 고시합격한 아들로부터 실망감․배신감을 느끼는 부모가 많다는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겠지요. 

「아들과 딸」「남자와 여자」는 구조적 DNA가 다르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남자형제는 아무리 오랜만에 만나도 5~6분이면 대화가 종결되고 여자들은 자주 만나도 밤세워 이야기 나눌 테마가 무궁무진한 것, 남자들은 아내에 대한 배려의 마음으로 shopping에 따라나서지만 20~30분을 넘기지 못하고 지쳐버리는 것에 반해 여자들은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으면서 2~3시간을 기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 등은 오랫동안의 결혼생활에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었습니다. 남편은 냉장고 속의 Butter 하나 찾아내지 못하고, 지난 시즌에 입었던 양복하나 발견해낼 수 없지만, 아내는 눈을 감고서도 금방 찾아내는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문에 대해 의학적․생물학적으로 남성과 여성이 다르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는데, 태고적부터 외부환경에 의해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르게 진화해왔고 이에 따라 신체적 조건, 호르몬 분비 그리고 DNA가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남자는 가족을 위하여 먹이감을 사냥하러 나가야 했고, 여자들은 동굴속에서 자녀양육과 가족․친척의 화합을 위하여 대화를 나누어야 했습니다. 남자의 가치는 사냥감을 집에 가져오는 능력과 외부로 부터의 공격을 막아내는 가족 보호자 역할로 평가되었고, 여자는 아이를 돌보고 과일과 야채를 수집하고 다른 여자들과 교제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였다는 것입니다. 한편 여자들의 두뇌는 좌내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이 남자에 비해 훨씬 두텁고 우수하고,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신경세포에 자극을 주어 좌우뇌의 연결을 촉진하고 있어 직관력이 뛰어나고 언어구사능력이 뛰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직업면에 있어서도 카운셀러, 외국어 선생, 외국어 통역자가 거의 여성인 것만 보아도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문득 딸같은 아들은 없을까하는 의문과 욕심을 생각하면서, 내 아들들만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일시적 희망도 가져보지만 아무래도 아닌 것 같습니다. 혹시 결혼후 분가하더라도 지금처럼 같이 성당도 가고 Golf도 함께, 여행도 같이 다니는 그리고 부모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배려해주는 자식이기를 기대해보지만 (남성과 여성의 구조적 차이 때문에) 불가능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사돈의 팔촌」이 되고 「해외동포」가 되는 것은 아들을 가진 부모는 누구나 겪을 수 밖에 없는 태생적․유전적 결과로 받아들이고 살아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부모에게 정감있게 대하지 못하고 때로는 서운하게 하고 효도의 마음을 갖지 못하더라도 국가와 사회에 보탬이 되고 자기나름의 당당한 삶을 살아가는 아들들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표이사 白 星 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