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와 가깝고 중요한 이웃임은 틀림없지만, 두 나라를 같은 잣대로 비교한다는 것은 적합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인구 14억명으로 우리의 28배 영토는 100배에 달해, 중국의 「성」하나 정도의 크기인 대한민국이 기술 혁신과 산업경쟁력으로 세계 GDP 13위 위치를 점하고 있지만, 세계 제 2위의 경제대국으로 수출과 거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세계 제조업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의 비교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땅은 넓고 자원은 풍부하다.”는 표현대로 세계 최대의 농업국이고, 매장으로 석탄‧철‧구리‧AL 등이 세계 1,2위의 규모를 점하고 있고,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희토류 역시 생산량이 95%에 달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조선의 생존 전략으로 500년 이상 중국으로부터 지배받아 왔고, 황제의 승인을 받아야 왕이 될 수 있었던 종주국과 속국의 위치에 있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중국 사람으로부터 발마사지 받은 세월”이 지난 20~30년이라면, 이제 다시 우리들이 그들에게 발마사지 해줘야 할 세상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습니다.

중국이라는 “호랑이”를 키운 건 다름 아닌 미국이었고, 그들의 두뇌공장「칭화대」는 청나라가 미국에서 반환받은 의화단 사건(외세 배척운동)의 배상금으로 설립되었습니다. 1978년 등소평의 개혁 ‧ 개방 정책 직후 미국은 중국과 과학기술 협정을 맺고, 실리콘 밸리의 문을 중국에 활짝 열어 주었습니다. 2001년 중국의 WTO가입도 미국이 뒷배였고, IBM ‧ 애플 ‧ 테슬라는 중국에 대규모 공장을 세웠고, 월스트리트 자본은 중국 국영기업과 손잡아 중국 최대 전기차 회사 비야디(BYD)의 첫 해외 투자자 역시 미국의 「워런버핏」이었습니다. 그 결과 중국은 「세계의 공장」을 넘어 “기술 제국”으로 빠르게 진화할 수 있었고, 「만리방화벽」으로 대표되는 높은 시장 장벽 ‧ 「연구자금」으로 포장된 국가보조금 ‧ 실리콘밸리를 거친 수백만 명의「하이구이」(海歸 유학 후 귀국한 중국인)가 “중국 기술 굴기”의 3대 축이었습니다. 미국은 뒤늦게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과 자본 공급을 틀어막고, 중국 유학생의 하버드대 입학까지 문제 삼고 있지만 “호랑이”는 이미 울타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습니다. AI분야에서는 미국에 “딥시크 쇼크”를 안겼고, CATL은 작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38% M/S로 1위를 하였고, 세계 전기차 시장도 중국이 제패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태평양 넘어 미국이 중국 기술 발전의 “초석”이었다면, 이웃 나라 한국은 중국의 “뜀틀” 노릇을 자초해 왔습니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은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정밀화학 등 주요 분야에서 중국 합작사를 세우고, 기술과 노하우 그리고 인력들을 이전하였습니다. LG화학은 2010년대 초 합작사를 세워 배터리 기술을 공유하였고, 삼성전자와 손잡았던 BOE는 2017년 LCD패널의 세계 1위로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값싼 노동력과 거대시장이라는 당근 앞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핵심기술들을 중국에 내주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임직원들이 반도체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발톱을 드러낸 중국에 맞서려면, 이제라도 핵심 기술을 지키고 기술 표준 경쟁에 밀리지 않아야 합니다. 정부는 첨단분야의 인력‧기술 유출을 막을 관계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하고 기업들은 기술 보안 체계를 전면 재점검하여, 늦은 감이 있지만 중국에 열어준 문이 우리 등을 찌르는 “창”이 되지 않도록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얼마전 KBS 「다큐 인사이트」가 인재전쟁 2부에서 “의대에 미친 한국”을 방송하였고, 1부에서는 천재들을 뽑아 국가 핵심 과학 기술인들을 양성하는 중국이야기로 우리들에게 충격을 던져 주었습니다. 「과학 기술 입국」이라는 목표로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룩했지만, 이제는 모든 인재들이 의대라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어 진로 선택의 다양성은 사라지고 “초등학생 의대반”이 성행하는 등 “의대 신드롬” “의대 열풍”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너도 나도 공대”를 꿈꾸던 1970~1990년대에 화학공학과 ‧ 물리학과 ‧ 전자공학과 등이 선망의 대상이었던 시절이 있었고, 그들에 의해 과학 기술은 비약적 성장을 이루었고 결국은 “한강의 기적”을 달성한 바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의대 쏠림 현상과 이공계 기피 현상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 소위 SKY(서울 ‧ 연세 ‧ 고려대) 공대 합격자들이 의대 진학을 위해 재수‧삼수를 마다치 않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직장인들까지 회사를 사직하고 의대 입시에 뛰어들고 있어, 국가 패망(?)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는 전문가 지적은 머리를 혼란케 하고 있습니다.

인재 전쟁 1부는 “공대에 미친 중국”을 소개하였는데, 세계 과학기술 패권을 두고 벌어지는 인재 확보 경쟁의 실체를 집중 보도하였습니다. AI의 저비용 ‧ 고성능 모델을 선보이며 Global 기술업계를 뒤흔들었던 「딥시크」의 창업자 「량원평」은 해외 유학 경험 없이 국내에서 길러진 인재로 중국 과학 기술의 내실이 얼마나 튼튼한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들은 과학 기술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사회적 투자와 System을 갖추고 있는데, 어릴 때부터 인재를 조기 선발하여 집중 육성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칭화대의 「야오반」은 튜링상 수상자인 야오치즈 교수가 직접 설립한 컴퓨터 과학 실험반으로 글로벌 수준의 교육과 연구를 제공하며 세계적 기술 인재를 길러내는 중심축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이 과학 기술 인재를 끌어들이는 또하나의 동력은 과학자를 “국가 영웅”처럼 대우하는 사회 분위기이고, 풍부한 연구 인프라 ‧ 정책 뒷받침‧외국 석 ‧ 박사에 대한 적극적인 유치 전략은 인재 유입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어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나 다른 것 같습니다.

중국이 미국의 강력한 견제에도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여, 가격 경쟁력은 말할 것도 없고 품질에서도 한국을 능가하고 있어 반도체를 빼면 중국이 한국을 다 따라잡았거나 추월했다는 것이 정확한 평가인 것 같습니다. 중국 산업의 성공은 “속도”로 요약할 수 있는데, 과거 “한국 빨리빨리” “중국 만만디” 였는데 이제는 정반대가 되어버렸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이 전기차 신차 개발 기간이 18~20개월로 다른 나라 소요기간의 50%미만이라 너무나 빠른 콰이콰이(快快 빨리 빨리) 혁신을 그들은 실천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빠른 속도는 그들 특유의 996근무제(오전 9시 출근, 밤 9시 퇴근, 주 6일 근무)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주 52시간 근무 규제에 묶여 저녁만 되면 연구 개발 부서의 불이 꺼지는 반면 그들은 회사 지시만 있으면 관련 직원들이 며칠 밤을 새우는 것은 기본이고 필요하면 주 150시간 근무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경제 성장률이 4~5%대로 둔화되었지만 당장의 내수 진작 보다 과학기술 혁신에 더 우선순위를 두어, 각종 규제를 풀고 법과 제도를 만들어 상용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신성장 분야인 자율주행차의 경우 첩첩산중 규제에 묶인 한국의 개발 수준은 1~2단계에서 그치고 있지만, 중국은 이미 3~4단계 까지 올라 가까운 시일내 중국이 세계 최대의 「자율주행 모빌리티 시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중국 정부는 드론 택시 ‧ 드론 택배 ‧ 도심 항공교통(UAM)등도 적극 지원하여 세계 최첨단을 달리고 있어, 세계 드론 시장의 70% 이상을 석권하게 되었습니다. 2017년부터 드론 배달 서비스를 해온 온라인 배달업체 「메이퇀」은 중국 대도시에 31개 드론 노선을 구축하여 질주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온갖 규제 때문에 “만만디”의 나라로 추락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을 모두 경험한 한 외국계 기업 법인장은 양국의 “노조문화”가 경쟁력에 큰 차이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경영전략이나 제품의 일부 사양 혹은 작업 방식을 변경하고 싶은 경우, 한국에선 노조와 협상하는데 시간을 소모하지만, 중국 근로자들은 이의 제기 없이 즉각 수용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경영진이 노조와 협상하느라 진을 다 빼지만, 중국에선 노조 관련 업무가 차지하는 비율이 「0%」라는 설명입니다.

한국 제조업의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되었다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의 경고는, 중국 제조업의 급속한 질적 성장으로 “AI의 혁신이 따르지 않으면, 우리의 제조업은 10년후 거의 다 퇴출당할 것”이라 진단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 석유화학 등 한국의 주력 업종을 이끄는 재계 2위의 SK Group 총수 최회장은 “석유화학 등은 이제 중동 ‧ 인도나 중국의 경쟁 상대가 되고 있지 않다.” 라는 지적은 뼈아프게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은 교육 ‧ 노동 등의 구조 개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후진적 규제를 풀어 기업들이 앞만 보고 달리게 하는데, 정부 ‧ 여당은 노란 봉투법과 법인세율 인상 같은 반기업 입법 등으로 기업들의 발목만 잡고 있습니다. 도깨비 방망이처럼 한번에 불리한 상황을 발전시킬 수 있는 해법은 결코 없다는 것을 그들만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음식 ‧ 택배 배달이 건당 4,000~5,000으로 대부분 오토바이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중국의 대도시에서는 드론 배송이 건당 1,000 미만 값싼 비용으로 일상화 되고 있다 합니다. 어느 쪽이 보다 혁신적이고 낮은 비용으로 미래의 승자가 될 수 있을까요?

  대표이사 白 星 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