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중소기업 경영인들과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어느 CEO가 “중국 제품들의 저가 공세에 우리 제품들의 경쟁력이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제 몇개 제품들은 생산 ‧ 판매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라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었습니다. 또다른 CEO는 “이제 창업을 하든지, 신제품을 출시하던지 중국 제품의 가격 그리고 품질 경쟁력을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라는 중국 중소기업에 대한 두려움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중국 정부의 강소기업 육성 전략」에 따라 특화된 중소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자신들의 전문 영역에서 높은 기술력과 품질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들과 직접적인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혁신형 중소기업」들이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어 한국기업들에 크나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신문 보도도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어떻게 되느냐라는 걱정을 많이 들어왔던 것은, 기업보다는 노조 우선, 전통적 한미일 협력과는 다른 대외정책, 신뢰 받기 어려운 언행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여론과 대통령 지지율이 62%에 달하고 있으니, 비판적인 야당과는 달리 모든 것들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 정부 ‧ 여당으로서는 기존의 모습과는 다를 것이라는 긍정적 기대도 가져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보다 큰 걱정과 우려는 “중국 때문에 다 죽게 생겼다.” 는 비명 소리이고, 많은 기업인들이 “우리 업종을 중국이 시작하면 바로 접어야 한다.”는 경제적 현실이 눈앞에 닥쳐왔다는 것입니다. 중국 제조업은 우리 제조업과 거의 중복되어, 한국이 하는 업종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면서 하나 하나 잡아먹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들에게는 중국의 부상이 서서히 다가오는 위협이라면, 우리는 당장 내일 빼앗기게 되는 급박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동남아에 나가 있는 우리 전자기업 임원들은 “기존 제품 거의 모두에서 중국 기업이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는데 도저히 방어할 수 없고, 다른 사업을 찾아보지만 모든 길이 전부 중국 기업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는 눈물(?) 섞인 하소연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2015년 5월 발표한 첨단기술 확보전략인 “중국 제조(中國 製造) 2025” 가 10주년을 맞았는데, 몇년전 까지는 중국이 미국을 위협할 첨단분야 제조업 강국이 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당시 명시한 핵심 기술 분야 10개 및 2018년에 추가한 인공지능(AI)의 성과를 분석하면, 적어도 7개 분야에서 세계 1위의 중국 기업이 탄생했고, 나머지 산업 또한 선두권 기업들을 다수 배출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의「테슬라」를 추월한「BYD」등이 세계 시장 점유율 70%를,「CATL」을 선두로 한 배터리 역시 60%, 세계 시장 80%를 점한 드론기업「DJI」, 태양광(론지솔라), 5G통신(화웨이), 고속철도(CRRC), 신소재(바오우스틸), 전력설비(국가전력망공사) 등이 세계 1위의 기업으로 우뚝 서 있습니다. 중국 제조업은 막대한 정부 지원을 발판으로 기술 자립을 단계적으로 이루어 왔으며, 미국의 기술 패권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급성장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의 보조금 지원이 반칙이지만, 과감한 규제 혁신, 자유시장 경제 못지않은 자국 기업간 치열한 경쟁, 첨단산업의 성장을 주도할 혁신 인재 양성 등이 종합적으로 작동해 10년에 걸친 “조용한 성과”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중국에 대한 각종 보고서들은 대부분 “반도체를 빼면 중국이 한국을 다 따라잡았거나 추월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한국이 중국보다 경쟁력 있는 사업은 이제 10%미만이라는 진단과 함께, 미국의 강력한 견제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여 이제 품질(品質)에서도 우리를 능가했다는 것입니다. 중국 산업의 성공은 “속도”로 요약되고, 빠른 혁신이 가능한「유연한 근로체계」가 주요인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중국 직장인들은 대부분「996 근무제」(오전 9시 출근, 밤 9시 퇴근, 주 6일 근무)를 택하고 있어, 과거 우리가 했던 성공방정식을 중국이 그대로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우리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주 52시간」 근무 규제에 묶여 저녁만 되면 연구 개발 부서의 불이 꺼지고 있지만, 중국은 회사의 요구가 있으면 관련 직원 전원이 며칠 밤을 세우는 정도는 기본이라는 것이 그들의 설명입니다. 중국의 노동법에는 기본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이지만 보상만 따른다면 주 150시간도 가능하고, IT기업의 임직원들은 11시 이후 퇴근이 일상화되어 있고 일 많으면 밤을 세우고 일이 없을 때는 길게 쉬는 유연한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장업계의 거목인 LG와 태평양이 매출, 수익성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주가 역시 고점 대비 20% 수준으로 폭락해 있는 상태입니다. 주된 원인으로는 고가 화장품의 주력시장인 중국의 수요가 급락하였고, 처방과 제조 기술을 상당 부분 습득하였고, 가짜 유사제품들이 출시되어 굳이「Made in Korea」제품을 수입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라 합니다. 우리의 명품 Propolinse Gargle 역시 중국으로 수년간 년간 500~600만병 수입해 갔지만, 지금은 거의 중단되었고 짝퉁 왕국인 중국에서 유사 제품들이 유통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있습니다. 우리 LCC가 가진 Lip Care와 Mouth Wash의 Global 경쟁력을, 언젠가 경쟁업체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것은 국내업체가 아닌 중국의 어느 회사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따라서 신제품 개발 역량을 키워나가야 하고, 완벽한 품질 경영으로 무결점의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생산성 향성과 자동화 추진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대해나갈 때 그들의 집요한 추격을 물리칠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의 과학기술은 1980년대 이후 급속도로 발전했으며, 교육 ‧ 인프라 ‧ 하이테크 제조 ‧ 학술출판 ‧ 특허 ‧ 상업적 응용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중국은 도로와 항만과 같은 물리적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여, 외국 기업이 거대 시장인 중국에 진출하여 기술 이전이 용이하도록 유도하였고, 이제 세계 최고가 되어야겠다는 목표로 “토착혁신”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2022년 Global 혁신지수(Innovation Index)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11위, 인구 일억명 이상의 국가에서는 2위를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국가 중 하나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그들은 명나라 초기까지는 과학과 기술의 세계적 리더였고, 제지술 ‧ 인쇄 ‧ 나침반 ‧ 화약(4대 발명)과 같은 중국의 발견과 혁신은 동아시아 ‧ 유럽의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한 바 있습니다. 19세기에 일본과 서구 국가들에게 거듭 패한 후,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 소련을 모델로 한 과학기술이 국가주도로 진행되었습니다. 인터넷 ‧ GPS ‧ 반도체 ‧ mRNA백신 ‧ 양자기술 ‧ AI 등 많은 첨단 기술은 여전히 미국이 선도하고 있지만, 중국이 급속히 부상하면서 그 뒤를 따를 수 있는 것도 “기초과학”에 국가 전략의 핵심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인구 절벽과 청년 인재 유출이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단가 성과 중심의 투자 ‧ 평가 시스템에 따라 “기초 과학 연구”는 뿌리채 흔들리고 있습니다. 기초 과학은 단순히 논문을 위한 연구가 아니라 국가의 기술 주권과 생존 전략의 출발점이고, 기술 패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제 사회에서 기초과학 없이 이룬 성과는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는 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이 10대 첨단 제조업을 집중 육성해서 독일 ‧ 일본 같은 “제조업 강국”이 되겠다고 2015년 수립했던 “중국 제조 2025 Project”는 거의 90% 달성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미국의 강력한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집중 투자와 파격적 이공계 인제육성, 기업 우선 규제 철폐 덕에 놀라운 “제조 굴기”를 완성했던 것입니다. 그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다음 10년인 “2035년 목표”는 AI와 첨단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뛰고 있어 지금의 추세로는 실현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 AI 전문가의 47%가 중국인이고, 그들의 R&D 예산은 646조원(202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31조원의 20배가 넘는 막대한 투자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0년동안 우리는 메모리 반도체와 2차 전지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전 산업 분야에서 중국에 추월당했습니다. 우리의 주력 제조업은 모두 정체 상태이고, 그 사이 발전한 것은 산업기술이 아니고 “정치 포퓰리즘”만 온 나라를 뒤덮고 있습니다. 일하는 나라가 아니라 노는 나라, 기업 활동의 자유가 아니라 사방팔방 옥죄기, 경영자보다 노조 우선, 혁신 벤처 죽이고 이익 집단 살리기, 한 기업인 10년 수사 ‧ 재판 등 좌파 정치세력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국가 차원의 장기적 산업 전략이 없어진지는 오래 되었고, 좋은 인재들이 “의사”가 되어 안전하게 돈벌겠다는 풍조까지 겹쳐 국가 경쟁력의 중심이자 핵심인 이공계 인재들이 말라가고 있어 10년후의 대한민국은 더욱 암울해지는 것 같습니다. 한국 제조업의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되었다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 Group 회장)의 경고가 기억납니다. “AI(인공지능)로 다시 제조업을 일으키지 못하면 향후 10년후면 거의 다 퇴출당할 것이다.” 라는 한국 제조업의 미래는 우리들의 가슴을 섬뜩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대표이사 白 星 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