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도 12월 CEO칼럼에서「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이라는 주제로 글을 썼고, 우리 LCC에서도 기쁜 마음으로 5000만 기부를 하였는데 벌써 100억 기금이 모아졌다는 News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의 건국이념과 국가 정체성이 무엇이고, 우리 국민들이 어떤 난관들을 극복하여 오늘과 같이 자유롭고 번영된 민주 국가로 성장해 왔는지를 기록하고 알리는 기억의 공간이 될 것” 이라는「기념관 건립 추진위원회」의 발표대로 기념관 건립 사업은 순항할 것이라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더구나 Wife와 함께 관람한「건국 전쟁」은, 극장가에서 좀처럼 흥행하기 어려운 다큐멘터리 장르이지만 4주만에 관중 100만명 돌파는 무난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건국 대통령의 고뇌와 진면목을 느낄 수 있어 건립관 추진에 크나큰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어둠 속에서 한숨 소리가 들리고 손수건으로 눈을 닦고, 나 역시 가슴이 뛰고 눈이 뜨거워지는 것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감상평 사이트에서는 “이승만을 몰랐던 내가 부끄럽다.”, “오랜 시간 이승만을 오해했고, 생각이 편향적이었음을 고백한다.”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최근 장안에 화제를 몰고 오는 두가지를 들라면, 첫째는 정치권 막전 막후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회의원 공천에 얽힌 여야 후일담의 뉴스들이고, 둘째는 다큐멘터리 영화「건국 전쟁」이 불러일으킨「이승만 대통령 재평가 문제」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자가 한국 정치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사라 한다면, 후자는 한국정치의 과거를 조망하는 관점으로 현재를 관통하고 미래로 이어진다는 것이어서 전자 못지않게 중대한 문제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기존의 편향적이고 비판적인 시각과는 달리 긍정적 관점으로 제작되었고, 국내외의 새로운 자료와 기록을 수집하고 이를 반영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위싱턴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뉴욕 퍼레이드 영상물을 찾아낸 것인데, “영상 원본을 찾아 확인하면서, 저도 울고 피디도 울고 옆에서 도와주던 미국 교민도 울었다.”는 이야기를 김덕영 감독은 전하고 있습니다.

“5만명만 봐도 대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꿈만 같습니다.” 라고 인터뷰하는「건국전쟁」의 김덕영 감독은 “이대통령에 대한 악의적인 폄훼를 종식하는데 제 영화가 조금이라도 기여했다면 큰 기쁨”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제작비 3억원에 매출 100억원을 기록하고 있어 대단한 히트작임에 틀림없고, 다큐 영화의 100만 관중은 극영화 1000만 보다 더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 영화인들의 평가인 것 같습니다.「건국전쟁」은 부부영화인인 김감독과 임수영 프로듀서의 열정으로 탄생한 작품이고, 가내 수공업으로 만든 “홈메이드 영화”입니다.「김일성 아이들」등 여러편의 다큐영화 제작에 참담한 실패를 맛본 그들은 자동차도 팔고 운영하던 카페도 팔아 빈털터리 신세가 되어, “더 이상 팔 것도 없는데, 이승만 영화 만들어 빚을 더 늘리려 하느냐?”라는 아내의 핀잔은 계속되었다고 합니다. 어쨌든「건국전쟁」의 돌풍은 특정 정치 성향 관객이 결집된 결과로는 볼 수 없고, “팩트”가 주는 카타르시스에 관객들이 감동한 것이고 콘텐츠 역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졌다는 것이 정확한 평가인 것 같습니다. 김감독은 “이대통령의 인간적인 면모에 집중한 건국전쟁 2편을 내년 3월에 선보일 것” 라면서, “건국 1세대의 고민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방향을 모색해 보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건국시대에 태어나고 6.25를 간접 경험했고, 어린 시절이지만 이승만 시대(1948~1960)를 살았던 저로서는 건국 대통령의 공과(功過)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했었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관람하면서 전혀 알거나 상상하지도 못한 장면들을 목격하면서, 놀라움과 함께「국부」에 대한 무지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4.19때 부상당한 학생들을 문병하면서 울먹거리는 대통령, 장개석 총통에게 보낸 편지에서 학생들의 거사를 칭찬한 내용, 어려운 상황인데도 6년 의무교육을 실시한 것들, 1954년 뉴욕에서의 환영 카퍼레이드 장면등… 특히, 하와이 망명의 허구와 왜곡, 3.15 부정선거의 원인과 주범, 한강다리를 폭파하고 도망갔다는「러승만」의 진실, 남북 분담의 최고 책임자라는 누명 등의 왜곡과 폄훼는 벗어내야 할 것입니다.

4.19혁명의 시발점이 되었던 3.15 부정 선거는, 야당 후보 조병옥 박사의 갑작스러운 사망(심장마비)으로 단일 후보였던 이승만은 부정선거를 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을 영화는 암시하고 있었습니다. 야당 부통령 후보 장면 박사에 비해 열세였던 이기붕을 당선시키기 위한 것으로 이승만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85세 노령의 대통령이 수백명의 사망자 ‧ 수천명의 부상자를 낸 3.15 부정선거의 총체적 책임자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어 4.19후 스스로 하여하는 용단을 내렸던 것입니다. 1946년 이승만 박사의 정읍발언과 1948년 남한 단독정부 수립으로 “남북 분단의 원흉(?)” 이라는 주장 역시 객관적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1945년 해방후 북한에 진주한 소련은 스탈린에 의해 “부르주아 민주주의 정권을 먼저 수립하고, 한반도 전체를 공산화하라는 방침”이 전달되어, 1946년「북조선 임시 인민 위원회」가 출범하여 실질적인 북한 단독의 친소 정권이 수립되었던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잘못 알려진 몇가지 거짓 역사에 대해, 여러가지 팩트(Fact)로 정면 반박하고 있었습니다. 먼저 6.25 전쟁 발발 후 한강 인도교 폭파 후 먼저 도망쳤고 무수한 민간인이 사망했다는 이유로 “러승만”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었는데, 당시 경찰이 출입을 통제한 후 폭파를 했고 민간인들은 다리 아래로 건너가는 동영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4.19 혁명이 일어나 이승만은 하와이로 도망쳐 망명했고 스위스 계좌에 수백만 달러를 은닉하고 호화생활을 했다는 역사도 심하게 왜곡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4.19후 85세의 이승만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자 젊은 시절 30년이나 살았던 하와이로 건너갔지, 도피나 망명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동영상은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노부부는 이화장에 모든 것들이 남겨져 있었고 간단한 여행의 작은 슛케이스 4개만 들고 비행기에 올랐고, 5.16혁명 정부의 거부로 귀국이 좌절되어 1965년 하와이에서 영면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도망가지 않았고 돈도 한푼 없이 주위에 도움을 받으면서 살다가신 이승만 대통령 부부와, 필리핀의 독재자 마르코스와 이멜다의 화려한 하와이 망명 생활을 비교하는 영상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남한 정치 지도자 중 유일하게 소련 점령 정책의 목표와 북한 정권의 실체를 제대로 간파하고, 남한까지 공산화되는 사태를 막기 위하여 1948년 남한 단독정부를 수립하였기에 남북 분단의 주범이라는 것은 악의적이고 잘못된 주장이라는 것을「건국전쟁」에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75년간 세계가 놀라는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들었고, 1,2차 세계대전 이후 수많은 독립 국가들 중에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나라는 대만 ‧ 이스라엘 그리고 한국에 불과합니다. 중국 ‧ 인도 ‧ 러시아가 우리보다 인구가 많고 땅이 넓어서 국력은 강하지만 이들은 선진국이라 불리지는 않습니다. 선거제도는 물론이고 언론 ‧ 출판 ‧ 집회 ‧ 종교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있고,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K-팝 ‧ K-뷰티 중심으로 5천년 민족사에 처음으로 번영의 금자탑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다른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과오도 있지만, 이승만 ‧ 박정희 두 대통령의 긍정적 연속성을 기억하지 않고서는 세계를 향한 K-모델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승만(1948~1960)과 박정희(1963~1979)의 두 전직 대통령은 일관된 반공 사상과 한미동맹에 기반한 한미관계 발전을 지속시켰고, 세계 자본주의 진영에 편승한 반식민주의 모델을 구축하였으며 소박하고 근면한 인간성의 소유자라는 동질성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승만 정부는 국가 발전의 씨앗을 뿌렸고 박정희 정부는 그것을 완성시켰던 것이고, 전자가 철길을 놓고 후자는 기관차를 달리게 했다는 설명도 가능할 것입니다. 두 대통령 시기에 구축된 국가 안보에 기반해서 산업화와 민주화가 촉진되었고, 전쟁의 시대에 살면서 보수 기득권과 싸우는 “혁명가”였고, 변화를 추구했던 “진보우파”였다는 평가가 적절한 것 같습니다.